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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

<창작동화> 반디를 보았어 반디를 보았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제목 여름아, 보고 싶다 보낸날짜 2002년 08월 16일 목요일 보낸이 ♧♧♧@○○○.net 받는이 ☆☆☆@○○○.net 여름아. 너와 헤어진지도 벌써 닷새가 지났구나. 그 동안 날 보고 싶어 어쨌니? 까만 밤하늘 아래 앉아 반짝이는 별빛을 보고 있으면 너의 까만 얼굴에서 빛나는 두 별이 생각나더구나. 참 우습지? 너랑 나랑 닮은 데가 전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우린 그렇게 친하잖니. 넌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데 난 전봇대같이 키가 크고 빼빼 마른 데다가 하얗잖아. 넌 내가 키가 크고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지. 그렇지만 난 오히려 너의 건강하고 까만 살결을 좋아해. 참, 닮은 것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우리에게도 한 가지 닮은 것이 있어. 그건 바로 우리.. 더보기
<창작동화> 달 뜨는 언덕 달 뜨는 언덕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경이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문이 작은 소리로 삐꺽 울었다. 경이는 가슴이 작은 문소리처럼 콩콩 뛰어 얼른 뒤돌아보았다. 할머니는 몸을 움직이는 기척이 없었다. 경이는 수야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경이의 까닥거리는 손가락을 따라서 수야가 살그머니 일어났다. “할머니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나와.” 속삭이듯 말하는 경이를 향해 수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야가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오고, 방문은 또 삐꺽 작은 소리를 냈다. 쿨룩쿨룩. 할머니의 신음 소리에 경이는 신을 신으려다 말고 멈칫했다. 그러나 방안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경이는 호- 하고 숨을 내뱉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할머니가 깨시면 뭐라고 하실 지는 뻔했다. “늙은 에미도 버리고.. 더보기
<창작동화> 난 왜 엄마 아빠 얼굴을 그릴 수 없는 거야? 난 왜 엄마 아빠 얼굴을 그릴 수 없는 거야?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자, 오늘 미술 시간에는 엄마 아빠 얼굴과 꿈 그리기를 하겠어요. 도화지를 한 장씩 가져가도록 하세요.”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우르르 선생님 앞으로 몰려 나와 도화지를 받아 갔다. “어제 선생님이 이야기한 대로 엄마 아빠 얼굴을 자세히 보고 왔지요?” “예-.”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재잘거리며 책상 위에 도화지를 펼쳤다. 벌써부터 슥슥 도화지에 연필을 대는 친구들도 있었다. 어제 학교 공부가 다 끝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때 선생님께서는 오늘 미술 시간에 활동할 내용에 대해서 미리 말씀해 주셨다. “이제 며칠 있으면 가을 운동회가 돌아와요. 이번 가을 운동회에 우리 학교에서는 만국기를 다는 대신 도화지에 엄마 아빠 얼굴과 여러분.. 더보기
<창작동화> 나무야, 나의 친구 나무야 나무야, 나의 친구 나무야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습니다. 누가 하늘을 막대기로 톡 치기만 해도 금세 비가 주르륵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날씨였습니다. 경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검은 구름을 낮게 덮어서 경하의 머리 위 가까이 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총총걸음으로 바삐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하는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느릿느릿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얘, 곧 비가 올 것 같으니까 빨리 가거라.” 낯모르는 아주머니가 경하 옆을 스쳐가며 말했습니다. 경하는 살짝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면서도 걸음이 빨라지지 않았습니다. 경하의 가슴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잔뜩 흐려 있는 하늘.. 더보기
<창작동화> 호박꽃도 꽃이다. 호박꽃도 꽃이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오늘 아침 버스에서 만난 그대, 날 보고 호박꽃이래. 주먹코에 딸기코에 못생긴 얼굴, 넌 뭐가 잘 났니, 흥. 호박꽃도 꽃이라고, 날 보고 놀리는데, 난 그만 참을 수 없어, 멸치도 생선이냐, 예예예예. 오늘 아침 버스에서 만난 그대, 날 보고 호박꽃이래. 주먹코에 딸기코에 못생긴 얼굴, 넌 뭐가 잘 났니, 흥!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입에서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봄 체육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체육복을 산뜻하게 입고 노래 부르며 학교로 가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한 뼘쯤 솟아 오른 해님 마냥 화안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이 걸어가는 뒤쪽에 한 참 떨어져 혼자 걸어가고 있는 순아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습.. 더보기
<창작동화> 태풍과 어머니 태풍과 어머니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언제 태풍이 불었는가 싶게 아침엔 고요가 찾아왔다. 소년은 밤 새 무서움에 떨며 잠을 자지 못한 눈을 뜨고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밤새도록 덜컹거리던 대청문이 삐꺽 소리를 낼 때, 소년은 가슴을 떨었다. 마당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마당에 가득 깔아 놓았던 보릿짚은 갈가리 찢어 내버린 헝겊처럼 한 구석에 날려가 쌓여 있었고, 더러는 돌담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큰갯물 동산의 소나무 잎들이 날려와 빗물에 잔뜩 젖은 대청문과 툇마루에 더덕더덕 붙어 있었다. 소년은 고무신을 찾았다. 댓돌 위에 벗어 두었던 고무신은 한 짝은 빗물을 담은 채 댓돌 옆에 떨어져 있었고, 다른 한 짝은 보릿짚 더미 속에 처박혀 있었다. 소년은 고무신에 고여 있는 빗물을 쏟아 버리고 댓돌에 탁탁 .. 더보기
<창작동화> 작은 약속 작은 약속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산길에는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조금씩 내리던 눈이 산길을 올라 갈수록 점점 굵은 송이로 변하여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없는 탓인지 내리는 눈은 나뭇가지 위에 살포시 앉아 눈꽃을 만들고 있어서 오히려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숲이 우거져 나뭇가지들이 길을 가득 덮고 있어서 좁은 숲길 땅 위까지는 아직 쌓인 눈이 많지 않아 별로 미끄럽지 않은 것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라고 선생님은 생각하였습니다. 땅 위까지도 눈이 잔뜩 쌓였다면 산길을 올라가기가 어려워 20년 전 아이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는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숨이 가빠진 선생님은 눈이 살포시 내려앉은 바위의 눈을 입으로 후후 불어내고 그 위에 앉았습니다. 선생님의 머리 위에, 몸 위에.. 더보기
<창작동화> 와우산의 꿩 와우산의 꿩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1) “이런 세상에 못된 사람들이 있담. 쯧쯧.” 신문을 보시던 아버지가 쯧쯧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고 계셨습니다. “뭐예요, 아빠?” 현경이는 아버지 곁으로 가서 아버지가 보고 계시는 신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것 보아라. 여기 이 기사하고 사진 말이다.” 아버지가 가리키는 곳에는「잃어버린 孝心(효심)」이라는 굵은 제목과 함께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는 늙수그레한 할머니의 사진이 나와 있었습니다. “아들, 며느리와 함께 제주도 관광 여행을 갔던 80 대 할머니가 여관에 홀로 남겨진 채 발견되었다는구나. 경찰에서는 이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싫어서 효도 관광을 핑계로 제주도까지 모시고 가서는 버리고 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는데.. 더보기
<창작동화> 어버이날의 까치소리 어버이날의 까치소리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아빠, 어버이날을 축하드려요.” “엄마, 어버이날을 축하드려요.” 솔이와 나리는 어제 동네 가게에 가서 사 두었던 카네이션을 아빠, 엄마의 가슴에 달아드렸습니다. 비록 비닐로 만들어진 싸구려 카네이션이었지만,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아껴두었던 돈으로 산 꽃이기 때문에 아빠, 엄마의 가슴에 척 달아드리고 나니, 솔이와 나리의 마음은 하늘로 훨훨 날아올랐습니다. “허허허, 나도 살다보니 우리 솔이와 나리 덕분에 가슴에 꽃을 달아보는구나. 여보, 어버이 날 가슴에 꽃 달아보기는 아마 처음이지?” 아빠는 함박꽃 같은 웃음을 띠며 싱글벙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눈에서는 또록또록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니, 여보. 왜 우는 거요?.. 더보기
<창작동화> 안개나라로 간 아이 안개 나라로 간 아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산길에는 하얀 안개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연둣빛 새 잎사귀와 붉은 철쭉 사이로 안개가 흐를 때면 안개는 연둣빛과 붉은 빛으로 살짝 물이 들었다가 까만 아스팔트 길 위로 하얗게 깔려 흐르곤 하였습니다. 안개는 꼬불꼬불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서 위로 올라갈수록 더 짙어지고 있었습니다. 제주시를 떠나 서귀포로 넘어가는 버스가 성판악을 지나 숲터널까지 왔을 때, 안개는 단풍나무 사이로, 상수리나무 위로 자장가를 부르듯 잔잔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기사님, 차를 세워 주세요. 빨리요.” 갑자기 외치는 소리에 안개가 흐르듯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던 기사님은 얼른 길옆으로 버스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카세트 볼륨을 팍 줄였습니다. ‘도나우강의 잔물결’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