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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

어머님 전상서-네 번째 드리는 글 어머님전상서 - 네 번째 드리는 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바다, 그 한없음이 가슴에 들어차 어느 땐 눈 구슬이 되고, 어느 땐가는 콧등을 밀어 올리고, 시방은 어머님을 생각케 합니다 어머님, 밤마다 타향살이 막내놈 생각하는 정이 내게 다가와 꿈결마다 흘러 베개를 적십니다 “조근 놈이랑 큰 기와집 두 채 짓엉 어멍 아방 모셩 살라.” 어느 날 하시던 말씀 시방도 기억합니다 어머님, 머리 떨구고 손수건을 찾습니다 고향 떠난 놈은 불효자식이랍디다 내일은 어머님 품에 안겨 고향 바다를 보렵니다. 더보기
어머님 전상서-세 번째 드리는 글 어머님전상서 - 세 번째 드리는 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바다에 찌들은 거칠은 손일망정 따스함은 어느 뉘라 따를 수 없습니다 태왁 짚고 두웅실 물 위에 떠 있다 언듯 자맥질하여 소라를 따곤 호오이--- 한 소리 긴 휘파람 불면 어머님의 생활이 바다에 담깁니다 식이 어머니 것보다 망사리가 커 보이면 식이 앞에 작은 가슴 내밀었습니다 어머님의 손등 같은 전복을 빗창으로 뚝 떼어 주시면 바다가 온통 가슴으로 밀려왔습니다 어머님, 바다가 부르기에 태왁 메고 어서 오라 부르기에 해녀가 되셨습니까? 하늘 바다 접한 땅 이어도를 찾으려 해녀가 되셨습니까? 이어도를 못 찾아 새겨진 주름이 세월의 마디에 또 하나 늘어납니다 어머님, 우리 일곱 남매 모은 정성이 어머님의 이어도가 아닐는지요. 더보기
어머님 전상서-두 번째 드리는 글 어머님전상서 - 두 번째 드리는 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다시 저녁입니다 어머님, 제일 큰 귤 한 알을 꼭 쥐어 주시던 굵은 손 매디 매디 숨겨둔 사랑을 다 감당치 못해 울어야 할까 봅니다 내 고추 아직 작을 때 파도 사납던 날 어머님, 가슴을 찢으셨지요? 큰갯물 작은 포구에 태풍은 몰아치고 파도에 휩쓸린 내 어린 손은 작은 목숨을 움켜쥐고 어머님은 두 손 움켜쥐고 하늘 보며 갈가리 가슴 찢으셨지요? 끊길 듯 끊길 듯 손금 생명선은 어머님의 가슴 찢어 이었습니다 어머님, 텅 비인 가슴 메꿀양이면 파도에 휩쓸리던 막내의 이만큼 자란 조그만 가슴이나마 열어 드릴까요? 어머님의 터진 손 매디의 사랑조차 온 몸으로도 감당치 못하는 가슴이기에 어머님, 이 저녁은 울어야 할까 봅니다. 더보기
어머님 전상서-첫 번째 드리는 글 어머님전상서 - 첫 번째 드리는 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어머님, 아직 내 고무신이 댓돌 위에 있습니까? 집 앞동산에 올라 노래 부를 때면 신곤 하던 그 흰 고무신 말입니다 어머님, 어릴 적 동산은 풀이 무성했겠지요? 동무들의 발자국도 풀잎에 모두 묻히고 빈 무덤엔 고요만이 깃들어 살겠지요? 어머님, 자장가를 듣고 싶어요 나의 노래는 모두 하늬바람에 흩어져 버립니다 어머님, 갈적삼 입고 밭을 갈고 싶어요 우잣 빈 터에는 고구마를 심겠어요 어둠이 찾아옵니다 어머님의 거칠은 손에 깊은 주름이 패입니다 세월 한 올 풀어 주름 하나 새기고 한숨 한 올 엮어 시름 하나 수놓고 고웁던 손 매디 매디 사뭇 서럽습니다 어머님, 자장가를 그치지 마세요 내 노래 흩어진 속에 자장가를 채워 어머님, 내 맘에 항상 사세요. 더보기
붕따우의 해변에서 붕따우의 해변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남지나해의 태양이 눈부시다 태양이 모래 위에서 부서지고 모래가 태양빛에 의해 더 잘게 부서진다 물 속으로 뛰어든 사람들의 몸놀림을 따라서 파도가 함께 몸놀림을 한다 거인 예수상은 팔을 벌린 채 해변의 군상들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물고기 비늘처럼 조각조각 떼어진 물비늘들이 이방 여행객의 가슴에 하나씩 붙어 먼 여행길을 따라간다. 더보기
구찌 터널에서 구찌 터널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아직도 들리는 총소리 그 속에서 전사의 아들은 관광 안내원이 되었다 구불구불한 땅 속 미로와 살벌한 부비트랩들이 파란 눈의 관광객에게는 경이로운 고통이지만 작은 키의 안내원에게는 자*랑*스*러*움 폭격으로 파인 전흔들은 옴폭옴폭 땅거죽에 곰보자국으로 남아 있지만 그 속에서 나무들은 다시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파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땅굴의 의미를 모르는 따이한 아이의 미소가 경이롭다. 더보기
메콩강 유니콘 섬에서 메콩강 유니콘 섬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흐른다 인도차이나의 아픔이 탁류가 되어 호치민의 사상도 베트남 전쟁의 상흔도 크메르루즈 군의 군화 소리도 모두 탁류로 믹서되어 흐른다 작은 꽃 한 송이 탁류를 따라 흐르고 있다 정크선 맨발 사공의 미소도 좁은 수로를 따라 흐르고 있다. 더보기
호치민 전쟁기념관에서 호치민 전쟁기념관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사진 속 얼굴들이 살아서 나온다 울부짖으며, 아우성치며, 혹은 팔다리가 없는 사람들이 혹은 머리가 없는 몸뚱이들이 대포, 탱크, 총들까지도 제각각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며 시위를 한다 무슨 외침들인가? 무슨 아우성들인가? 가슴에 피맺힌 응어리들을 모두 털어놓아도 풀리지 않는 전쟁의 한 전쟁의 고통 벽화 속 비둘기들이 사진 속 얼굴들의 외침들을 모아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더보기
호치민의 새벽 호치민의 새벽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바람도 후텁지근한 새벽 호치민이 조용히 깨어난다 창문마다 아직 불빛들이 밝혀지지는 않아도 붉은 기 두 개가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담장 위에 웅크렸던 고양이들은 어느새 굉음을 내내는 오토바이가 되어 거리를 달리고 있다 그 위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어느 집 지붕 위 붉은 꽃잎 사이에 내려앉는다 새벽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더보기
작은 꽃 작은 꽃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난 돌담을 덮은 넝쿨 속에 핀 작은 꽃이야. 너희들 손톱만큼 해. 장미처럼 화려하지는 않아 백합처럼 짙은 향기도 없어. 그렇지만 난 행복해. 날마다 해님이 내게 미소 짓거든. 작은 나비가 찾아와 내게 입 맞추거든. 더더욱 날 행복하게 하는 건 나처럼 작은 아이가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기 때문이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