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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

파도 파도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그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달려와 부딪쳐 부서진다. 사랑이 미움이 되어 부서진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를 나는 온 몸으로 받아 안는다. 미움을 부서뜨려 흩어버리고 다시 잔잔한 사랑을 만들어 보낸다. 더보기
거울 앞에서 거울 앞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거울 앞에 서면 거기 보이는 또 다른 나 내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내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내가 내게 손짓하며 걸어간다. 더보기
빈 둥지 빈 둥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어미 새가 알을 품다 날아간 빈 둥지 껍질 깨고 나온 아기 새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다 떠난 빈 둥지에 아직도 따스함이 남아 있다 아기 새들이 도란도란 얘기 날개 펴고 감싸주던 어미 새의 따스한 깃털 하나도 둥지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장맛비도 스며들고 여름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가는 곳 빈 둥지는 기다린다 떠난 아기 새가 어미가 되어 찾아와 알을 품는 날을. 더보기
작은꽃 피었네 작은꽃 피었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들판에 작은꽃 피었네 작은꽃 속에는 창조주의 손길이 들어있지 창조주의 숨결이 들어있지 그렇게 작은 꽃 속에도 커다란 생명의 삶을 불어넣고 그렇게 작은 꽃 속에도 커다란 세상을 넣으신 분 한 송이 꽃잎 그 오묘함을 물감으로 어찌 만들어낼까 화가의 붓으로 그린다 해도 꽃잎을 피워 올리는 하나님의 손길을 따를 수 없지 금세공 기술자의 정교한 솜씨로도 작은 꽃의 생명은 만들 수 없지 작은꽃이 노래하네 따스한 햇빛과 달콤한 비 키워주시는 분을 노래하네. 더보기
익어간다 익어간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6월의 오름 위에서는 산딸기가 발그라니 익어간다 산딸기 붉은 빛을 따라 수영 줄기도 익어간다 휘파람새 노래와 뻐꾸기의 노래에 인동꽃이 익어간다 아, 저기 올려다보이는 하늘도 짙푸르게 익어가고 있구나. 더보기
학수바위에 올라 학수바위에 올라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창공을 날던 학이 내려앉아 나를 기다린다 올려다보면 아득히 높은 저 날개 허위허위 기어 그 위에 오르다 학의 날개를 타고 하늘로 날면 눈 아래 펼쳐지는 짙푸른 세상 그대 아옹다옹 사는 모습이 허허롭기만 하다. ※ 학수바위 : 서귀포시 호근동 마을 북쪽에 위치한 오름. 다른 이름으로는 각시바위라고도 함 더보기
어찌할꼬 어찌할꼬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손가락들이 나를 향한다 네가 그리스도인이냐? 네가 예수를 믿는 사람이냐? 나를 향한 손가락들이 많아질수록 난 점점 작아져 간다. 난 점점 움츠러든다 어찌할꼬? 어찌할꼬? 내 머리를 향해 가리키는 손이 말한다 네가 그리스도를 바로 아느냐? 네가 머리로만 그리스도를 믿지 않느냐? 내 눈과 귀를 찌르는 손이 말한다 네 눈과 귀가 주의 말씀을 바로 보고 주의 음성을 바로 듣느냐? 다른 손가락들이 내 입을 가리킨다 네가 믿는 그리스도를 그 입으로 얼마나 전했느냐? 주님이 네게 주신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그 입으로 말했느냐? 어찌할꼬? 내 몸이 점점 움츠러드는데……. 내 손과 발을 가리키는 손 주님의 가르침 따라 너는 행동했느냐? 그 손과 발로 사랑을 실천했느냐? 모든 손들이 내 가.. 더보기
조릿대차를 마시며 조릿대차를 마시며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민머르 가는 길 버섯 같은 작은 집에는 겨울에도 따뜻한 바람이 분다. 작은 집 작은 난로 앞에 앉아 작은 잔으로 조릿대차를 마시며 눈 덮인 숲을 바라보라. 숲 속에 꽃잎이 흩날리고 나비가 훨훨 나는 것을 보리니 어느새 나도 숲에 들어가 꽃잎이 된다. 나비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잡고 그 곳에 가보라. 조릿대차에 마주 보는 눈빛을 넣어 끓이는 것만으로도 봄을 만들 수 있다. 사랑이 그리운 외로운 이도 가보라. 조릿대 차 향기에 그리움을 섞어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숲길로 사뿐히 걸어오는 것을 보리니. ※ 민머르 : 제주특별자치도 1100도로에서 영실로 갈라져 가는 갈림길 즈음에 버섯재배장이 있고, 거기서 약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는 곳에 있는 작은 오름 더보기
행복한 얼굴 행복한 얼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은 무엇일까? 엄마 품에 안겨 재롱부리는 아기의 얼굴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뛰어노는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얼굴 더보기
숲에도 길이 있다 숲에도 길이 있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노루 짓는 소리만 들리는 숲에도 길이 있다 꼬부라지고 오르내리며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길 노루 짓는 소리 들리는 숲에는 암수 노루 서로 만나 걸어가는 길 나뭇가지 흔들리는 숲에는 바람이 속삭이며 지나가는 길 내가 걸어가는 길은 앞이 보이지 않아도 발자국 한 걸음마다 작은 길로 혹은 큰 길로 천천히 열리고 있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낙엽을 밟으며 걷는 숲길의 저 끝은 보이지 않아도 이 길의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향해 나는 걷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