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아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다시 찾은 어점이 다시 찾은 어점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다시 어점이를 찾다 눈길을 밟으며 찾아간 어점이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내 발소리를 듣고 찬겨울 바람을 멀리 보내고 정상의 눈을 다 녹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 조각을 끌어 모아놓고 있었다 어점이는 눈 속에서도 작은 생명들을 품고 있었다 사철란, 비비추란, 자금우, 노루발풀……. 억수로 눈이 퍼붓던 날 낙엽으로 덮어 포근히 감싸 안았던 작은 생명들을 살짝 낙엽을 들추어 보여 주었다 그 속에 맥문동 작은 열매가 보랏빛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만에야 찾은 나를 어점이는 변함없이 안아주었다 어머니의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아기 마냥 난 어점이의 품에 한없이 안겨 들었다. ※ 어점이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도순동 소재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오름 더보기 주님의 옷자락을 만져라 주님의 옷자락을 만져라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열두 해를 말 못할 병마에 시달려 절망만이 남은 여인에게 새 빛이 비치었네 갈릴리 호수를 배를 타고 오신 예수님 무리 속에 밀고 밀리며 여인은 손을 뻗었네 주님의 옷자락을 만졌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여인은 울었네 능력의 예수님의 부드러운 음성에 열두 해 동안의 아픔과 괴롬을 뜨거운 눈물 속에 털어버렸네 고통과 슬픔을 당한 이여 오라, 와서 주님의 옷자락을 만져라 주님이 너를 보는 깊은 눈 속에 너의 고통과 슬픔을 모두 보고 있으니 믿음으로 주님 옷자락 만지는 너의 손을 주님께서 다정히 잡아주시리니 주님의 부드러운 음성 듣고 네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리니……. 더보기 가을 오름엔 바람이 있어야 한다 가을 오름엔 바람이 있어야 한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억새가 억새 되기 위해서는 바람이 불어야 한다 높아갈수록 더욱 푸르러가는 하늘 아래 바람이 억새를 흔들어주면 오름이 우쭐우쭐 높아져간다 팔 벌려 반기는 오름 굼부리에 안기면 나도 바람에 흔들린다 오름에 오면 바람 부는 대로 흔들려야 한다 굳은 목도 흔들리고 힘 준 눈동자도 실안개 속에 솟은 먼 오름 보며 흔들리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쉰 목으로 부르던 노래를 바람에 날려버려야 한다 이리 저리 떠밀리는 삶 속에 꼿꼿이 버티던 어깨가 흔들리며 오름 그늘에 눕는다 하늘이 점점 높아지고 오름이 따라 높아질수록 나는 더 작아지고 싶다 오름에 오면 내가 억새가 되어야 한다 억새 되어 흔들리도록 가을 오름엔 바람이 있어야 한다 더보기 그 분의 전화번호를 지우며 그 분의 전화번호를 지우며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내 휴대폰에 입력되어 있던 그 분의 전화번호 064-721-16○○ 01○-820-16○○ 이제 그 분의 전화번호를 지운다. “전화번호가 삭제되었습니다.” 버튼 한 번 누름으로 내 곁을 떠나는 번호들 내 기억 속에서는 그 분의 이름만이 남을 것이다. 그 분이 떠나시기 전 난 그 분께 몇 번이나 전화를 드렸던가 휴대폰 속에 저장만 해 놓고 쓸모 없이 공간만 차지하고 있던 숫자들 그나마도 그 분이 가셨다고 아주 지우려 한다. 생전에 병실에서 뵀던 그 분의 모습 암 투병 중에서도 고통을 참으시며 내 손을 꼭 잡으시고 당부하시던 말씀 “펜을 놓지 말아. 좋은 글 많이 써.” 휴대폰 속의 숫자들은 지워버려도 그 말씀만은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하기에 시를 쓴다. 그 .. 더보기 숲 그늘 사이로 스며드는 빛 숲 그늘 사이로 스며드는 빛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짙은 숲 그늘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눈부심이다 신비로움이다 벌판에서는 빛 속에 서 있어도 빛이 보이지 않는다. 산 속 깊은 숲을 뚫고 올라 정상에 서면 빛이 기다리고 있다 하늘 푸름을 한데 모아 짜고 구름 흰 빛깔만을 골라 모아 돋보기 마냥 나무 틈새로 보낸다 그래서 나뭇잎은 색깔이 더 곱다 그래서 그 빛은 가슴 깊은 속까지 스며들어 온다. 더보기 9월 첫날 9월 첫날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여름방학 끝나고 학교에 나오는 날 뚱뚱한 기현이 이마에 송글송글 굵은 땀방울이 흐른다 “가을이 됐는데도 왜 이렇게 더워?” 투덜거리며 그늘을 찾는 아이들 뜨거운 햇볕이 아이들을 따라가며 그늘을 밀어 버린다 손으로 부채를 만들어 바람을 일으켜 보지만 바람도 숲 그늘에 숨어 더위를 식히는지 아이들이 불러도 오지 않는다. 더보기 여름 땡볕 아래 여름 땡볕 아래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여름 해가 하늘 가운데 한참 멈춰 서 있다. 좀처럼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바람이 불어 서쪽 산 속으로 해를 밀고 가버리면 좋겠는데 어디 갔는지 바람은 소식이 없다 땡볕 아래 누렁이가 혀를 빼물고 축축 구멍가게 아저씨도 힘겹게 부채 흔들며 축축 아하 저기 돌담 위 호박 줄기만이 잎을 활짝 펼치고 있구나 여름 땡볕 아래 호박이 누렇게 익어간다. 더보기 허리 굽혀 산에 오르기 허리 굽혀 산에 오르기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산에 오르는 사람은 허리를 굽혀야 한다 꼿꼿이 허리 세워 오르려 하면 산은 큰 호통으로 쫓아 보낸다 허리 굽혀 고개 들어 산을 우러러 보며 한 발씩 한 발씩 조심스레 올라야 한다 발에 밟히는 들꽃에도 스틱에 채이는 들풀에도 사뭇 미안해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야 한다 산은 오르는 사람에게 겸손하라 한다 허리 굽혀 산에 오르면 그게 바로 산에게 겸손을 배우는 거다. 더보기 능선 따라 나비 한 마리 능선 따라 나비 한 마리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정물오름 오르는 능선으로 노랑나비 한 마리 앞서 오르고 있다. 내가 오름 오르는 것은 오름 꼭대기 거기에 시원한 바람이 날 기다리고 있어서이고 들판도 바다도 모두 가슴으로 들어와 안기기 때문이지 노랑나비 네가 오름에 오르는 까닭은 엉겅퀴, 꽃향유, 개민들레가 능선따라 향기를 날리기 때문이지 노랑나비야, 우리 동행하자 나도 오름길 혼자 오르고 너도 홀로 힘든 날갯짓하고 있잖니. ※ 정물오름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오름 더보기 양로원 할머니 양로원 할머니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성아무개 양로원 할머니들이 현관 의자에 앉아 무료하게 졸고 있다. 더위를 쫓느라 무심하게 흔드는 부채질 기다려도 올 아무도 없는데 줄곳 현관에 앉아 졸린 눈 가끔 뜨고 밖을 내다보고 있다 마당 한 켠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가 할머니들을 보고 있다 저 할머니들도 전엔 아기를 안은 마리아였고 아기를 안고 저렇게 웃던 시절이 있었음인데 할머니들 품에 안겨 있던 아기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할머니들 주름살이 저리 깊은 것을 이젠 커버린 아기들이 알기는 할까? 마리아가 웃고 있다 아기 예수가 방긋 웃고 있다 작은 손 내밀어 부르고 있다 “주름살 깊은 이는 내게로 오라 꼬부랑 허리를 가지고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