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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의 글밭/시와 동시

가을 오름엔 바람이 있어야 한다

가을 오름엔 바람이 있어야 한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억새가 억새 되기 위해서는 바람이 불어야 한다
높아갈수록 더욱 푸르러가는 하늘 아래
바람이 억새를 흔들어주면
오름이 우쭐우쭐 높아져간다

팔 벌려 반기는 오름
굼부리에 안기면
나도 바람에 흔들린다

오름에 오면
바람 부는 대로 흔들려야 한다
굳은 목도 흔들리고
힘 준 눈동자도
실안개 속에 솟은 먼 오름 보며
흔들리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쉰 목으로 부르던 노래를
바람에 날려버려야 한다

이리 저리 떠밀리는 삶 속에
꼿꼿이 버티던 어깨가 흔들리며
오름 그늘에 눕는다

하늘이 점점 높아지고
오름이 따라 높아질수록
나는 더 작아지고 싶다

오름에 오면
내가 억새가 되어야 한다
억새 되어 흔들리도록
가을 오름엔 바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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