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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의 글밭/시와 동시

자연 화장실 자연 화장실 꿈꾸는 아이 한천민 그래선 안 되는데 정말 그래선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을 때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자연 화장실에 앉아본 일이 있는가? 얼굴 붉어질 일이지만 난 그래 봤다. 숲길을 걷다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 아무도 없는 곳에 임의로 정한 자연 화장실 거기 앉으면 찾아오는 희열 바닥에 깔린 낙엽과 보드라운 이끼들의 내음 거기에 내 몸의 노폐물 내음이 섞여 묘한 향을 풍긴다. 코 속으로 들어오는 걸 거부할 수 없다. 바위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을 소리와 산새 지저귐이 들려온다.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뭇가지 흔들림이 노래되어 들려온다. 인공적인 건 머리 위 먼 하늘에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뿐이다. 산사의 해우소보다 자연 화장실이 더 내 근심을 풀어준다. 더보기
이어도 간다 어제(2013년 8월 4일) 이어도에 갔다 왔다. 정확히 말하면 제주대학교 소속 아라호를 타고 1박 2일로 갔다가 8월 4일 아침에 이어도를 보고 왔다. 그 감격은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이어도는 우리나라의 최남단 마라도로부터 서남쪽으로 80마일(149km) 떨어져 있으며, 중국의 서산다오(余山島)로부터 동쪽으로 155마일(287km), 그리고 일본의 도리시마(鳥島)로부터 서쪽으로 149마일(276km)의 거리에 있으며, 우리나라의 EEZ(배타적경제수역) 안에 위치해 있다. 이어도는 수중암초로서 가장 얕은 곳은 해수면 아래 약 4.6m이며, 수심 40m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남북으로 약 600m, 동서로 약 750m에 이른다.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는 1995년 착공하여 2003년 6월 11일 설립하였다. .. 더보기
꽃향유 속의 가을, 그리고 좌보미오름 꽃향유 속의 가을, 그리고 좌보미오름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누가 가을을 오고 간다고 하던가? 가을은 아무데서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꽃향유 씨앗 속에 웅크려있던 가을이 꽃망울들이 하나둘 피어날 때 그제야 꽃 속에서 피어난다. 좌보미오름의 가을은 꽃향유 속에 들어있었다. 지천으로 피어난 자줏빛 향기 그 가운데 드러누우면 파란 하늘이 오름 위로 내려앉는다. 두 눈에 하늘이 가득 담긴다. 다섯 봉우리 그 안에 들어앉아 있는 오름을 닮은 묘, 묘, 묘 큰 봉우리 작은 봉우리 모두 자줏빛 가을을 꿈꾸고 있다. 더보기
섶섬 기슭엔 전설이 살고 있다. 2010년 6월 11일 열린 제 11회 보목 자리돔축제 개막식에서 직접 지어 낭송한 축시를 소개한다. ※ 1. 아래 사진은 자리돔으로 만든 물회와 강회의 모습이다. 2. 축시에 쓴 [섶섬]은 자리돔 축제가 열리는 마을인 서귀포시 보목동 앞의 섬이름이다. 섭섬, 삼도라고도 불린다. 3. 볼래낭개는 보목 마을의 옛 지명으로 "보리수나무(볼래낭)가 많은 포구"란 뜻이다. 지금도 옛 이름인 볼래낭개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섶섬 기슭엔 전설이 살고 있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남쪽바다 푸른 빛 감돌아 흐르는 섶섬 기슭 볼래낭개 마을에 잔치가 열린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거친 바다밭을 일구며 자리가시같이 억척스럽게 살아온 볼래낭개 사람들 한여름 땡볕 아래 검질 매다가 자리 테우 들어오는 소리 들리면 모여드는 사.. 더보기
민들레 두 송이 민들레 두 송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인적 드문 산길 길섶 풀밭 위 민들레 한 송이 지난 겨울 추위 속 움츠려두었던 봉오리 봄의 입맞춤으로 깨어나 로제트 잎 위로 밀어 올리는 미소 한 송이는 외로워 노란 얼굴을 돌리면 저기 풀잎 위로 얼굴 내미는 또 한 송이 봄비 방울마다 산꽃들 피어나고 산새 지저귐에 삘기 익어가면 민들레 두 송이 바람에 솜털 씨앗을 함께 날린다. 더보기
군뫼는 단숨에 오르지 못한다 군뫼는 단숨에 오르지 못한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늦가을 실안개 옅게 낀 날 군뫼를 오른다. 눈과 발을 붙잡는 것이 어찌 많은지 군뫼는 단숨에 오르지 못한다. 같이 가자 따라오는 가을바람의 속삭임과 산담을 덮고 자란 줄사철나무 벌어진 열매 시든 무릇 꽃줄기 속에 숨은 작은 씨앗까지도 까만 눈망울 똘망이며 눈을 붙들어 매니 원. 어느 곳에선 뒤에서 들리는 사자의 포효에 돌아서서 그 소리를 한동안 들어야 했다. 누가 나를 부르고 있다. 열리마을 위로 피어오르는 실안개 속에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 귤빛 미소로 환히 웃는 아이들과 찰찰 흐르는 맑은 물 같은 맘을 지닌 남정네들, 논짓물 바닷가에 핀 들국화를 닮은 여인네의 얼굴이다. 군뫼에 오르면 나를 따라온 이들이 저마다의 얘기를 들려준다. 바람의 이야기와 .. 더보기
잊어버렸던 길 잊어버렸던 길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시내에서 십 리 쯤에 고향 마을이 있습니다. 고향 마을 가는 길은 꼬불꼬불 정겨운 길이었습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포장도 안 된 돌짝길을 시내 중학교까지 친구들과 재잘재잘 오고가던 그 길에는 아침이면 풀잎들이 새벽빛을 받아 반짝였고, 저녁이면 등 뒤로 노을이 고운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늘타리 하얀 꽃은 삼나무 가지에 걸리고, 돌담 위로 줄기 뻗은 인동꽃이 달콤한 향기를 뿜어 벌들을 불러모으곤 했습니다. 코 밑에 검은 수염 숭숭 돋을 무렵 그 길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차들이 많아지더니, 십여 년 전엔 아예 그 길을 버리고 생작으로 곧고 넓은 새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곧고 넓은 길이 빨라서, 시원하게 차를 달릴 수 있는 길이 그저 좋아서, 고향에 갈 때마다 넓은 새 .. 더보기
절굿대, 그리고 나 절굿대, 그리고 나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간절히 보기를 원했다. 절굿대, 그 동그란 가시꽃 오름 위로 내려앉은 하늘 한 조각 꿰어 담고 피어난 작은 꽃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빛을 닮아간다. 풀숲에 누워 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 조각들이 내려온다. 내 눈 속으로 하늘 조각들이 담긴다. 내 가슴이 하늘빛으로 물들어간다. 절굿대, 그리고 나 오름 위 풀숲에 풍경 하나로 그려진다. 더보기
베릿내 달맞이꽃 베릿내 달맞이꽃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달 뜨는 밤에만 피는 줄 알았다, 너는. 낮에도 피어있는 걸 보았다, 네가. 베릿내 오르는 나무계단길 거기에 오롯이 피어 있었다. 네가 손짓해 부른 낮달이 컨벤션센터 위에 머무는 한 동안 바다와 하늘이 수평선에서 손 잡고 빙글빙글 춤을 추어 서로 바꿔 앉았다. 바뀌는 것이 어디 그 뿐이랴? 달맞이꽃에 입 맞추고 나도 숲속의 한 나무가 된다. 소나무 가지 새로 불어오는 바람이 낮달을 흘려보낸다. 이젠 달이 없어도 달맞이꽃, 너를 바라보는 얼굴이 있어 노란 미소를 피워 올리고 있다. ※ 베릿내 : 서귀포시 중문동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북서쪽에 있는 오름 더보기
반딧불이 반딧불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반딧불이를 찾아 걸어가는 숲길 어둠이 내려앉은 숲은 조용히 숨을 쉰다 풀벌레 소리 가까이 들리는 개구리 울음에 어둠이 더욱 짙어진다 “어머, 어머. 저기 한 마리!” 너의 목소리에 기쁨이 듬뿍 묻어난다 하얀 손이 가리키는 곳 거기 까만 어둠 속에 날아다니는 별 작은 반짝거림에 설레는 가슴 너의 손을 잡고 시내 바위에 앉는다 잠든 숲 위에 부는 작은 바람과 콜콜콜 흐르는 시냇물 소리 위로 별빛이 내려앉는다 아, 여기에도 반딧불이 있었다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네 눈이 반딧불이가 되고 네 눈빛을 보며 내 눈도 반딧불이가 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