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화장실
꿈꾸는 아이 한천민
그래선 안 되는데
정말 그래선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을 때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자연 화장실에 앉아본 일이 있는가?
얼굴 붉어질 일이지만
난 그래 봤다.
숲길을 걷다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 아무도 없는 곳에 임의로 정한
자연 화장실
거기 앉으면
찾아오는 희열
바닥에 깔린 낙엽과
보드라운 이끼들의 내음
거기에 내 몸의 노폐물 내음이 섞여
묘한 향을 풍긴다.
코 속으로 들어오는 걸
거부할 수 없다.
바위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을 소리와
산새 지저귐이 들려온다.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뭇가지 흔들림이 노래되어 들려온다.
인공적인 건
머리 위 먼 하늘에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뿐이다.
산사의 해우소보다
자연 화장실이
더
내 근심을 풀어준다.
'꿈꾸는 아이의 글밭 > 시와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어도 간다 (1) | 2013.08.05 |
---|---|
꽃향유 속의 가을, 그리고 좌보미오름 (0) | 2010.11.08 |
섶섬 기슭엔 전설이 살고 있다. (0) | 2010.06.20 |
민들레 두 송이 (0) | 2010.05.13 |
군뫼는 단숨에 오르지 못한다 (0) | 2010.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