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꿈꾸는 아이의 글밭/시와 동시

자연 화장실

자연 화장실

 

꿈꾸는 아이 한천민

 

그래선 안 되는데

정말 그래선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을 때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자연 화장실에 앉아본 일이 있는가?

얼굴 붉어질 일이지만

난 그래 봤다.

 

숲길을 걷다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 아무도 없는 곳에 임의로 정한

자연 화장실

 

거기 앉으면

찾아오는 희열

 

바닥에 깔린 낙엽과

보드라운 이끼들의 내음

거기에 내 몸의 노폐물 내음이 섞여

묘한 향을 풍긴다.

코 속으로 들어오는 걸

거부할 수 없다.

 

바위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을 소리와

산새 지저귐이 들려온다.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나뭇가지 흔들림이 노래되어 들려온다.

인공적인 건

머리 위 먼 하늘에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뿐이다.

 

산사의 해우소보다

자연 화장실이

내 근심을 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