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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의 글밭/시와 동시

군뫼는 단숨에 오르지 못한다

군뫼는 단숨에 오르지 못한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늦가을 실안개 옅게 낀 날
군뫼를 오른다.
눈과 발을 붙잡는 것이 어찌 많은지
군뫼는 단숨에 오르지 못한다.

같이 가자 따라오는 가을바람의 속삭임과
산담을 덮고 자란 줄사철나무 벌어진 열매
시든 무릇 꽃줄기 속에 숨은 작은 씨앗까지도
까만 눈망울 똘망이며 눈을 붙들어 매니 원.

어느 곳에선
뒤에서 들리는 사자의 포효에
돌아서서 그 소리를 한동안 들어야 했다.

누가 나를 부르고 있다.
열리마을 위로 피어오르는 실안개 속에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
귤빛 미소로 환히 웃는 아이들과
찰찰 흐르는 맑은 물 같은 맘을 지닌 남정네들,
논짓물 바닷가에 핀
들국화를 닮은 여인네의 얼굴이다.

군뫼에 오르면
나를 따라온 이들이 저마다의 얘기를 들려준다.
바람의 이야기와
열매들의 이야기
열리마을 사람들의 얘기로
서으로 넘어가려던 해가
가던 길을 멈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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