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의 전화번호를 지우며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내 휴대폰에 입력되어 있던
그 분의 전화번호
064-721-16○○
01○-820-16○○
이제 그 분의 전화번호를
지운다.
“전화번호가 삭제되었습니다.”
버튼 한 번 누름으로
내 곁을 떠나는 번호들
내 기억 속에서는 그 분의 이름만이
남을 것이다.
그 분이 떠나시기 전
난 그 분께 몇 번이나 전화를 드렸던가
휴대폰 속에 저장만 해 놓고
쓸모 없이 공간만 차지하고 있던 숫자들
그나마도 그 분이 가셨다고
아주 지우려 한다.
생전에 병실에서 뵀던 그 분의 모습
암 투병 중에서도 고통을 참으시며
내 손을 꼭 잡으시고 당부하시던 말씀
“펜을 놓지 말아. 좋은 글 많이 써.”
휴대폰 속의 숫자들은 지워버려도
그 말씀만은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하기에
시를 쓴다.
그 분의 전화번호를 지우며 시를 쓴다.
'꿈꾸는 아이의 글밭 > 시와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님의 옷자락을 만져라 (0) | 2010.03.27 |
---|---|
가을 오름엔 바람이 있어야 한다 (0) | 2010.03.27 |
숲 그늘 사이로 스며드는 빛 (0) | 2010.03.26 |
9월 첫날 (0) | 2010.03.26 |
여름 땡볕 아래 (0) | 2010.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