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어점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다시 어점이를 찾다
눈길을 밟으며 찾아간
어점이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내 발소리를 듣고
찬겨울 바람을 멀리 보내고
정상의 눈을 다 녹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 조각을 끌어 모아놓고 있었다
어점이는
눈 속에서도 작은 생명들을 품고 있었다
사철란, 비비추란, 자금우, 노루발풀…….
억수로 눈이 퍼붓던 날
낙엽으로 덮어 포근히 감싸 안았던 작은 생명들을
살짝 낙엽을 들추어 보여 주었다
그 속에
맥문동 작은 열매가
보랏빛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만에야 찾은 나를
어점이는 변함없이 안아주었다
어머니의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아기 마냥
난 어점이의 품에 한없이 안겨 들었다.
※ 어점이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도순동 소재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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