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아이 썸네일형 리스트형 <창작동화> 아리야, 아리야 아리야, 아리야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사스레피나무 작은 숲을 확 헤친 선정이는 온 몸이 진득거리는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허벅소의 맑은 물이 왈칵 선정이의 가슴으로 밀려들어와서 더위를 모두 쫓아버렸다. 내 건너편 숲의 터주대감인 구실잣밤나무 고목의 가지 사이를 휘파람 불며 뛰놀던 바람도, 내를 건너 선정이에게로 불어와서 머리카락을 나풀나풀 날렸다. “아이, 시원해!” 선정이의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누나, 가막골 바람이 모두 여기에만 모여 있나 봐.” 동철이의 재미있는 말에 선정이와 선영이가 깔깔 웃었다. 허벅소의 물은 맑기도 하지만 한여름인데도 시원했다. 물 속에 몸을 담근 선영이는 후텁지근한 바람만 나오는 선풍기나, 에어컨 공기로 늘 시원한 은행보다도 허벅소.. 더보기 <창작동화> 소리 없는 합창 소리 없는 합창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마루방 구석에 대충 개켜있는 어머니의 시장 옷에서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났습니다. 시장에서 생선 좌판을 놓고 장사하러 나갈 때면 입었다가 집에 돌아오면 벗어 놓곤 하는 옷입니다. 어머니는 비린내나는 시장 옷을 입으면서도 자꾸만 눈길이 방 가운데 조그맣게 접혀져 놓여 있는 학예회 안내장 위에 머물렀습니다. “아니야. 생선 장사를 나가야지. 하루 장사를 놓으면 얼마나 손핸데…….”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 어머니의 눈으로 안내장이 자꾸만 날아와 박혔습니다. 프로그램이 규형이의 눈빛이 되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오늘 학예회에 꼭 나오셔야 해요.’ ‘규형아, 미안하다. 엄만 장사를 나가야 하잖니. 엄마는 눈을 감고도 규형이가 합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엄마가 .. 더보기 <창작동화> 백로마을의 전설 백로 마을의 전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내겐 시를 써서 정리해 두는 노트가 있습니다. 이제 다시 펼쳐서 읽어보면 시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시들이 쓰여 있지만 내겐 아주 소중한 노트입니다. 어느 날 문득 그 노트를 펼쳐 보다가, 한 동안 눈이 머물며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작은 천연색 사진과 같은 시가 한 편 있었습니다. 백로 마을의 전설 - 백로 마을 바우 할아범 이야기 - 허허허 허허허 빈 웃음 날리는 할아범 백로가 떠나간 나무 끝 구름을 잡는다. 곶감이 무서운 호랑이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애고, 내 딸 청아 그 이야기만큼은 참 많이 늙었지. 둥우리 이고 천년 비바람 막아 늘 푸르렀거니 백로들의 아늑한 보금자리였다 둥구나무집 분이 선머슴 바우 그 널따란 가슴에 안겨 하얀 백로를 보며 새록새.. 더보기 <창작동화> 할아버지 놀이터 할아버지 놀이터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12 층 아파트에는 창문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창문들은 모두 꼭꼭 닫혀진 채로 열리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파트 사람들은 아무리 무더운 여름에도 결코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새어나갈까봐 더욱 꼭꼭 창문을 닫곤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의 나무에서 씨암 씨암 매미 소리가 들렸지만 창문들은 닫혀진채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12 층 아파트의 꼭 가운데 있는 707 호의 창문만이 열려져 있었습니다. 그 창문으로 작은 얼굴이 고개를 내밀고 아래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벌써 한 시간 동안을 작은 얼굴은 창가에서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동안에 다른 얼굴은 창문에 전혀 나타나지 .. 더보기 <창작동화> 할머니의 산딸기 할머니의 산딸기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할머니, 오늘도 산딸기를 따 오시는군요.” “으응, 뱅수 에미하고 성칠이 에미구만. 이거 우리 길용이 주려고 따 왔지. 우리 길용이가 산딸기를 참 좋아 하거덩.” 팽나무집 할머니가 등에 진 바구니를 앞으로 돌리며 쭈욱 허리를 폈습니다. 할머니가 내미는 바구니 속에는 누런 인동꽃이 가득 담겨 있었고, 산딸기를 싸서 묶은 모시잎이 인동꽃 위에 곱게 놓여 있었습니다. “아휴, 할머니. 참 많이도 따셨네. 어디 봐요.” 성칠이 엄마가 시장 바구니를 내려 놓고는 모시잎을 풀어헤쳤습니다. 푸른 모시잎 속에는 토끼 눈같은 빠알간 산딸기들이 또록또록 빛나고 있었습니다. “참 잘 익었네요. 빠알갛게 빛나는 게 입에 넣으면 살살 녹을 것 같네요.” 병수 엄마가 이렇게 말하면서 얼른.. 더보기 <창작동화> 저금통 속의 다리 저금통 속의 다리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준식아, 학교 가자.” 사립문 밖에서 영목이가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래, 잠깐만 기다려. 금방 나갈게.” 준식이는 아침을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가방을 메고 우산을 집어들었습니다. “원, 저 녀석 성질도 급하기는. 아, 먹던 밥은 다 먹고 가야지.” “벌써 배가 불렀어요. 그리고 영목이가 밖에서 기다리잖아요.” “그래, 알았다. 냇물을 건널 때 조심하고, 혼자서 건너지 말도록 해라.” “알았어요. 선생님들께서도 나와 계실 거예요.” 준식이는 장화를 신고 우산을 받쳐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학교 다녀올게요.” “오냐. 조심해서 갔다 오너라.” 준식이와 영목이는 우산을 나란히 받쳐들고 학교를 향해 걸었습니다. 학교까지는 약 30분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후.. 더보기 <창작동화> 재수 없는 고양이 재수 없는 고양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1) “쳇, 재수가 없다고?” 난 계속 투덜거렸습니다. “이래봬도 우리 조상님은 태국 왕비의 사랑을 받던 분인데, 이런 좋은 혈통을 몰라보고 재수가 없다면, 재수가 좋은 건 도대체 뭐야?” 누구에게랄 것 없이 투덜거리며 불평을 했지만 내 말을 듣는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왜 날 보고 재수가 없다고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 뭐 나를 못 살게 구는 이 도시가 나도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시골 영희네 집에 살 때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도시와는 달리 공기가 맑고, 흙 냄새와 풀 냄새가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질이곤 했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놀다 보면 하루해가 금방 지곤 했습니다. 지난 봄 어느 날, 영수 엄마가 친정에 다니.. 더보기 <창작동화> 작은 돌 큰 기쁨 작은 돌 큰 기쁨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돌들이 모여 사는 돌 마을이 있었습니다. 큰 돌, 작은 돌, 잘난 돌, 못난 돌, 온갖 돌들이 한데 모여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돌들은 매일 한 자리에 앉아 새벽 이슬로 몸을 씻거나, 떠오르는 해님을 바라보거나, 파란 하늘을 흘러가는 조각 구름을 바라보는 나날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늘 똑같은 변화 없는 생활이었지만 돌들은 따분해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이 돌 마을로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트럭이나 경운기를 몰고 와서 이 돌, 저 돌을 살펴본 다음 돌들을 싣고 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올 때면 돌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자기의 모습을 돋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곤 했습니다. 다른 돌보다 더 커 보이려고 몸을 더 빳빳이 세우.. 더보기 <창작동화> 연이의 결석 연이의 결석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수많은 눈동자들이 숙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숙이는 허름한 옷을 입고 성냥을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호호 입김으로 언 손을 녹였습니다.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아, 추워.” 숙이는 들고 있던 성냥을 열고 알을 하나 꺼내어 불을 붙였습니다. 환한 불이 성냥 알에 열렸습니다. 언 손을 가까이 대고 녹였습니다. 얼굴에 웃음이 피었습니다. 불이 꺼졌습니다. 다시 성냥 알에 불을 붙였습니다. 자꾸, 자꾸……. 그러다 숙이는 쓰러졌습니다. 막이 내리며 요란한 박수가 터졌습니다. “숙아, 참 잘 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숙이를 칭찬했습니다. “아휴, 떨려서 혼났어요. 이 기집앤 이런 날 안 나와서 나만 애를 먹게 한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숙.. 더보기 <창작동화>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으려고요!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으려고요.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1) “민규 아버지는 직업이 무엇이지?” “예, 회사에 다닙니다.” “창훈이 아버지는?” “시장에서 장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부모의 직업을 물어보시면서 기록장에 적고 있었다. 동석이는 자기 차례가 돌아올수록 점점 걱정이 되었다. 친구들은 부모의 직업을 척척 대답을 하는데 동석이는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사업, 상업, 회사원, 공무원, 교사, 의사, 약사, 운전기사 …….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어느 것이 아버지의 직업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동석이 아버지는 직업이 무엇이지?” 드디어 선생님이 동석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동석이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 “김동석,..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