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돌 큰 기쁨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돌들이 모여 사는 돌 마을이 있었습니다. 큰 돌, 작은 돌, 잘난 돌, 못난 돌, 온갖 돌들이 한데 모여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돌들은 매일 한 자리에 앉아 새벽 이슬로 몸을 씻거나, 떠오르는 해님을 바라보거나, 파란 하늘을 흘러가는 조각 구름을 바라보는 나날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늘 똑같은 변화 없는 생활이었지만 돌들은 따분해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이 돌 마을로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트럭이나 경운기를 몰고 와서 이 돌, 저 돌을 살펴본 다음 돌들을 싣고 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올 때면 돌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자기의 모습을 돋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곤 했습니다. 다른 돌보다 더 커 보이려고 몸을 더 빳빳이 세우기도 하고, 다른 돌보다 더 멋있게 보이려고 폼을 잡기도 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경운기를 몰고 돌 마을에 왔습니다. 돌들은 긴장을 하여 몸을 빳빳이 세우고 폼을 잡으면서, 오늘은 어느 돌이 저 사람들과 함께 가게 될까 하고 서로 서로 쳐다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돌 마을에 흩어져서 이 돌, 저 돌 살펴보았습니다.
“어이, 이리들 와 보게. 여기 좋은 돌이 있네.”
바로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의 옆에서 외치는 소리였습니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제 자기가 이 사람들과 함께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가서 멋진 모험을 하고 새로운 세계를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자기에게 닥친 멋진 운명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눈을 꼬옥 감았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정말 좋은 돌이다!”
“그래, 이 돌을 자네 집 정원 가운데 놓으면 정원이 한결 돋보이겠어.”
“자, 운반해 가세.”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네. 조금이라도 다치면 쓸모 없게 되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사람들이 자기 몸을 운반해 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눈을 감고 아무리 기다려도 옆에서 웅성웅성 떠들기만 할 뿐 자기를 운반해 가지를 않았습니다.
왜 운반해 가지 않나 궁금하여 눈을 떠보았습니다. 하늘로 붕붕 떠오를 것 같던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의 기분은 땅 속으로 푹 꺼지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옆에 있는 한퉁불퉁울고나못돌이를 마악 경운기에 싣는 중이었습니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울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싣고 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한퉁불퉁울고나못돌이를 싣고 경운기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나도 싣고 가세요. 내가 더 잘 생겼단 말예요.”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경운기의 소리 때문인지, 사람들이 돌의 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인지 돌아다보지도 않고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경운기에 실려 돌 마을을 떠나가는 한퉁불퉁울고나못돌이의 모습을 부러운 마음으로 망연히 바라다보기만 했습니다.
술렁이던 돌 마을이 다시 조용해지고 며칠이 흘렀습니다. 돌 마을을 떠나간 한퉁불퉁울고나못돌이의 그 후의 소식을 돌 마을 위를 흘러가던 구름이 전해주었습니다. 어느 부자 집 넓은 정원 가운데에 정원석으로 세워진 것을 보았다고. 모두들 한퉁불퉁울고나못돌이를 부러워하였습니다.
다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사람들이 또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트럭과 포크레인까지 가지고 왔습니다.
이 사람들은 돌들을 살펴보지도 않고 포크레인으로 마구 들어올려 트럭에 무더기 무더기로 실었습니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도 다른 돌들과 함께 트럭에 던져지듯 실렸습니다.
돌들을 가득 실은 트럭이 마구 달려갔습니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자기의 운명이 한퉁불퉁울고나못돌이 만큼은 좋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윽고 트럭은 어느 건물 공사장에 이르러 짐받이를 우뚝 세워 돌들을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 부었습니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다른 돌들과 부딪히며 심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석수장이들이 정과 해머를 가지고 왔습니다. 석수장이들은 작은 망치로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를 톡톡 두들겨 보았습니다.
“이 놈이 단단해서 쓸 만 하겠어.”
“그래, 이 놈을 깨서 쓰자고.”
석수장이들은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의 몸에 정으로 작은 구멍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날카로운 정이 몸 속을 파고들 때마다 쩡쩡 아픈 소리를 질러댔지만 석수장이는 막무가내로 작은 망치로 정을 더욱 세게 내리쳤습니다
어느 정도 구멍이 뚫리자 석수장이는 축축이 물을 적신 밀짚에 정을 싸서 구멍 속에 단단히 밀어 넣었습니다.
석수장이가 큰 해머를 높이 쳐들었습니다.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쩡!
진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는 몸이 쪼개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정말 몸이 두 개로 쪼개어져 버렸습니다.
돌들은 긴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몸이 쪼개어지면 그 긴 이름도 갈라집니다. 멋고하단단고겁무고크을마위바산라한돌이의 긴 이름도 쪼개어진 몸을 따라 갈라졌습니다.
진멋돌이, 고하단단돌이, 고겁무돌이, 고크돌이, 을마위바돌이, 산라한돌이.
그 중에 제일 막내인 산라한돌이의 몸은 더 작게 쪼개져서 산돌이, 라돌이, 한돌이가 되었습니다. 한돌이가 가장 작은 돌이었습니다.
정신을 잃고 있던 작은 한돌이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열두 달이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돌들은 몸이 쪼개어지면 열두 달 후에야 더 작아진 새 이름으로 정신을 차리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를 밴 후 열 달이 지나야 아기를 낳듯이 말입니다.
한돌이는 자기 몸이 어느 교회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기 몸이 반반하게 깎여 글씨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돌인 한돌이의 가슴속에서 기쁨이 샘솟았습니다.
교회 안에서 찬송이 울려나왔습니다.
한돌이는 찬송을 들으며 자기 몸에 새겨진 글씨를 읽었습니다.
<머릿돌 / 주후 1986년 11월 11일 / 믿음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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