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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따우의 해변에서 붕따우의 해변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남지나해의 태양이 눈부시다 태양이 모래 위에서 부서지고 모래가 태양빛에 의해 더 잘게 부서진다 물 속으로 뛰어든 사람들의 몸놀림을 따라서 파도가 함께 몸놀림을 한다 거인 예수상은 팔을 벌린 채 해변의 군상들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물고기 비늘처럼 조각조각 떼어진 물비늘들이 이방 여행객의 가슴에 하나씩 붙어 먼 여행길을 따라간다. 더보기
구찌 터널에서 구찌 터널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아직도 들리는 총소리 그 속에서 전사의 아들은 관광 안내원이 되었다 구불구불한 땅 속 미로와 살벌한 부비트랩들이 파란 눈의 관광객에게는 경이로운 고통이지만 작은 키의 안내원에게는 자*랑*스*러*움 폭격으로 파인 전흔들은 옴폭옴폭 땅거죽에 곰보자국으로 남아 있지만 그 속에서 나무들은 다시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파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땅굴의 의미를 모르는 따이한 아이의 미소가 경이롭다. 더보기
메콩강 유니콘 섬에서 메콩강 유니콘 섬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흐른다 인도차이나의 아픔이 탁류가 되어 호치민의 사상도 베트남 전쟁의 상흔도 크메르루즈 군의 군화 소리도 모두 탁류로 믹서되어 흐른다 작은 꽃 한 송이 탁류를 따라 흐르고 있다 정크선 맨발 사공의 미소도 좁은 수로를 따라 흐르고 있다. 더보기
호치민 전쟁기념관에서 호치민 전쟁기념관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사진 속 얼굴들이 살아서 나온다 울부짖으며, 아우성치며, 혹은 팔다리가 없는 사람들이 혹은 머리가 없는 몸뚱이들이 대포, 탱크, 총들까지도 제각각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며 시위를 한다 무슨 외침들인가? 무슨 아우성들인가? 가슴에 피맺힌 응어리들을 모두 털어놓아도 풀리지 않는 전쟁의 한 전쟁의 고통 벽화 속 비둘기들이 사진 속 얼굴들의 외침들을 모아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더보기
호치민의 새벽 호치민의 새벽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바람도 후텁지근한 새벽 호치민이 조용히 깨어난다 창문마다 아직 불빛들이 밝혀지지는 않아도 붉은 기 두 개가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담장 위에 웅크렸던 고양이들은 어느새 굉음을 내내는 오토바이가 되어 거리를 달리고 있다 그 위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어느 집 지붕 위 붉은 꽃잎 사이에 내려앉는다 새벽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더보기
작은 꽃 작은 꽃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난 돌담을 덮은 넝쿨 속에 핀 작은 꽃이야. 너희들 손톱만큼 해. 장미처럼 화려하지는 않아 백합처럼 짙은 향기도 없어. 그렇지만 난 행복해. 날마다 해님이 내게 미소 짓거든. 작은 나비가 찾아와 내게 입 맞추거든. 더더욱 날 행복하게 하는 건 나처럼 작은 아이가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기 때문이야. 더보기
아이들의 안경 아이들의 안경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빨간색 안경을 쓰면 하늘이 빨갛게 보이고 노랑색 안경을 쓰면 푸른 바다도 노랗게 보이지. 그런데 아이들의 눈에는 흐린 하늘도, 파도치는 바다도 초록 옷을 입은 싱그런 산도 모두 파랗게 보여. 그것은 아이들이 모두 파란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지. 아이들의 안경은 요술 안경이야. 눈물이 흐르는 오늘도 저 앞에 보이는 내일도 모두 파랗게 보이게 하는 안경이야. 더보기
햇살에 눈이 녹듯이 햇살에 눈이 녹듯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들판 한가득 눈이 내린 다음 날 햇살이 내려와 눈을 녹인다. 친구야, 너 그 소리 들어봤니? 햇살에 눈이 녹는 소리 말이야. 귀로는 들을 수 없어. 눈이 녹는 것을 가만히 보면서 마음으로 들어야 해. 햇살이 따스한 입김을 불면 눈이 사르르 녹고 햇살이 손길이 어루만지는 곳마다 소리 없이 눈이 녹는다. 친구야,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쌓여있던 차가운 눈도 햇살 같은 미소를 받아 어느새 녹고 있구나. 더보기
비 온 뒤 맑음 비 온 뒤 맑음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햇살이 내려와 운동장에서 뛰논다. 아이들도 운동장에서 함께 논다. 교실에 꼭꼭 갇혀있던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활개를 치면 햇살도 즐거워 너울거리며 뛰논다. 아직 마르지 않는 땅바닥에서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오른다. 아이들이 함성이 아지랑이가 되어 오른다. 더보기
아기와 나비 아기와 나비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바람이 시원한 공원에서 아기와 나비가 숨바꼭질을 한다 아빠 팔에 안긴 아기의 눈동자가 나비의 날갯짓을 따라 꿈꾸고 “아기야, 날 잡아 보렴” 아기의 눈 앞에서 나폴나폴 맴돌던 나비는 어느새 아기의 머리에 앉아 예쁜 리본이 된다. 나비는 아기의 눈 속에서 고운 꿈으로 자라고 아기는 나비의 날개 속에서 맑은 웃음이 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