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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간다 익어간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6월의 오름 위에서는 산딸기가 발그라니 익어간다 산딸기 붉은 빛을 따라 수영 줄기도 익어간다 휘파람새 노래와 뻐꾸기의 노래에 인동꽃이 익어간다 아, 저기 올려다보이는 하늘도 짙푸르게 익어가고 있구나. 더보기
학수바위에 올라 학수바위에 올라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창공을 날던 학이 내려앉아 나를 기다린다 올려다보면 아득히 높은 저 날개 허위허위 기어 그 위에 오르다 학의 날개를 타고 하늘로 날면 눈 아래 펼쳐지는 짙푸른 세상 그대 아옹다옹 사는 모습이 허허롭기만 하다. ※ 학수바위 : 서귀포시 호근동 마을 북쪽에 위치한 오름. 다른 이름으로는 각시바위라고도 함 더보기
어찌할꼬 어찌할꼬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손가락들이 나를 향한다 네가 그리스도인이냐? 네가 예수를 믿는 사람이냐? 나를 향한 손가락들이 많아질수록 난 점점 작아져 간다. 난 점점 움츠러든다 어찌할꼬? 어찌할꼬? 내 머리를 향해 가리키는 손이 말한다 네가 그리스도를 바로 아느냐? 네가 머리로만 그리스도를 믿지 않느냐? 내 눈과 귀를 찌르는 손이 말한다 네 눈과 귀가 주의 말씀을 바로 보고 주의 음성을 바로 듣느냐? 다른 손가락들이 내 입을 가리킨다 네가 믿는 그리스도를 그 입으로 얼마나 전했느냐? 주님이 네게 주신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그 입으로 말했느냐? 어찌할꼬? 내 몸이 점점 움츠러드는데……. 내 손과 발을 가리키는 손 주님의 가르침 따라 너는 행동했느냐? 그 손과 발로 사랑을 실천했느냐? 모든 손들이 내 가.. 더보기
조릿대차를 마시며 조릿대차를 마시며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민머르 가는 길 버섯 같은 작은 집에는 겨울에도 따뜻한 바람이 분다. 작은 집 작은 난로 앞에 앉아 작은 잔으로 조릿대차를 마시며 눈 덮인 숲을 바라보라. 숲 속에 꽃잎이 흩날리고 나비가 훨훨 나는 것을 보리니 어느새 나도 숲에 들어가 꽃잎이 된다. 나비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잡고 그 곳에 가보라. 조릿대차에 마주 보는 눈빛을 넣어 끓이는 것만으로도 봄을 만들 수 있다. 사랑이 그리운 외로운 이도 가보라. 조릿대 차 향기에 그리움을 섞어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숲길로 사뿐히 걸어오는 것을 보리니. ※ 민머르 : 제주특별자치도 1100도로에서 영실로 갈라져 가는 갈림길 즈음에 버섯재배장이 있고, 거기서 약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는 곳에 있는 작은 오름 더보기
행복한 얼굴 행복한 얼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은 무엇일까? 엄마 품에 안겨 재롱부리는 아기의 얼굴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뛰어노는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얼굴 더보기
숲에도 길이 있다 숲에도 길이 있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노루 짓는 소리만 들리는 숲에도 길이 있다 꼬부라지고 오르내리며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길 노루 짓는 소리 들리는 숲에는 암수 노루 서로 만나 걸어가는 길 나뭇가지 흔들리는 숲에는 바람이 속삭이며 지나가는 길 내가 걸어가는 길은 앞이 보이지 않아도 발자국 한 걸음마다 작은 길로 혹은 큰 길로 천천히 열리고 있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낙엽을 밟으며 걷는 숲길의 저 끝은 보이지 않아도 이 길의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향해 나는 걷는다. 더보기
5월엔 할미꽃이 진짜 늙는다 5월엔 할미꽃이 진짜 늙는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오름 기슭 5월의 양지바른 무덤가에는 초록빛 바람이 불고 있다. 초록빛 바람 따라 초록빛들이 춤추고 있다. 새로 돋은 띠풀 잎새, 새 순을 단 소나무 바늘잎 거기 누구 혼자 하얀 춤을 추고 있다. 이젠 진짜 늙어버린 할미꽃의 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을 맞으며 끊어질 듯 날아갈 듯 위태롭게 춤을 추고 있다. 젊어서도 허리가 구부러져 서러운 할미 소리를 들어야 했던 꽃 어버이날이 되어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꽃 5월엔 할미꽃이 늙어서 진짜 할미가 된다. 어버이날이면 찾아가는 우리네 늙은 어머니들 올 5월엔 꼬부라진 허리로 자식들 기다리지만 내년 5월도 하얀 머리 세우고 기다리려나? 5월엔 할미꽃이 진짜 늙는다. 더보기
입 안 가득 초피향 입 안 가득 초피향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울적한 날 오름 오르는 길 반가운 초피나무 두어 잎 뜯어 입안에 넣으면 혀 끝을 녹이며 알싸하게 퍼지는 향 가슴 속 울적한 기분 끌어올려 소나무 사이로 날려보낸다. 더보기
들풀도 이름이 있다 들풀도 이름이 있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길가에서 들판에서 아무 곳에서나 자라는 들풀들이지만 그들의 삶 따라 그들의 생김 따라 소중한 이름들이 있다 들풀들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는다 바람이 지나가며 잎새를 쓰다듬고 가랑비가 촉촉이 내려 작은 뿌리에 힘을 보태주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 줄 안다 들풀들은 이름을 불러 주면 빙그레 웃는다 “강아지풀아.” 다정히 부르면 작은 꼬리꽃을 내밀어 살랑살랑 흔든다 “애기똥풀아.” 부르면 노란 맑은 꽃을 수줍게 피워 미소를 보낸다 이슬 맺힌 새벽 들판에 나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는 들풀들이 자라는 것을 보라 조용한 산길 천천히 걸으며 들풀들의 이름을 불러 보라 수줍게 고개 숙이며 네게 보내는 작은 웃음을 보라. 더보기
동백꽃 지는 날 동백꽃 지는 날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날이 따스해진다고 누가 슬퍼할까 동백꽃이 진다고 누가 슬퍼할까 햇살이 온 누리를 데우면 곳곳에 꽃들이 가득 피어나는 걸 동백꽃이 져도 다시 눈 속에서 피어나길 기다리면 되는 걸 그러나 동박새는 울고 있지 울음소리 점점 멀어지고 있지 꽃이 피는 것만 바라는 사람아 꽃이 지는 것도 뒤돌아보렴. 붉은 꽃잎 열어 동박새에게, 벌에게 꿀을 만들어 먹이고 이젠 삶을 다하여 기쁜 마음으로 흙으로 돌아가는 꽃이 더욱 아름다운 걸 보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