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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제자리에 있을 때 웃는다 꽃은 제자리에 있을 때 웃는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산에 피는 꽃은 산이슬을 먹고 산새 소리를 듣고 산바람을 맞아야 고운 꽃을 피운다. 들에서 자라는 꽃은 햇살을 담뿍 머금고 풀벌레 노래를 들으며 너른 지평선을 바라보아야 예쁜 꽃을 피운다. 온실에서 자라는 꽃이 고와지는 건 그 꽃들도 산과 들, 저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피기 때문이다. 꽃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곱게 웃는다. 더보기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느 릿 느 릿 소걸음으로 오는 봄 봄은 아직 저 멀리에 있다. 묵은 낙엽 위에 잔설이 남아있고 그 위를 칼바람이 쓸고 있는 2월 한 줄기 봄바람이 그 틈을 비집고 땅을 어루만지면 작은 꽃들이 피어난다. 변. 산. 바. 람. 꽃.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꽃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 다른 꽃보다 먼저 피어난다고 성급한 꽃이 아니다. 기다림이 하도 간절하여 추위에 얼굴 내밀어 봄을 기다리느라 보랏빛 꽃술로 피어나는 것이다. 칼바람을 향해 하얀 미소를 보내면 날 선 바람이 무디어지고 겨울잠 자는 나무를 향해 미소를 날리면 높은 가지 잎눈들이 그제야 움찔거린다. 더보기
도시락 도시락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아내는 내게 오름에 미쳤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배낭에 도시락을 챙겨 넣어준다. 바람 시원한 오름 위에 앉아 도시락을 펼친다. 온기가 아직 남아 있다. 아내의 손을 잡은 듯 따스하다. 펼친 도시락 안으로 산바람이 들어온다. 나는 산바람에 버물린 밥 위에 들꽃 향기를 얹어 먹는다. 입 안에 퍼지는 풋풋한 향기 들꽃 도시락을 먹는다. 아내의 사랑을 먹는다. 더보기
눈 위를 걷는다 눈 위를 걷는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한밤 내 쉼 없이 내린 눈이 산과 들과 길을 온통 덮었다. 이른 아침 아무도 걷지 않은 눈 위를 걷는다. 내가 걸어온 눈 위의 발자국을 밟으며 누군가 따라 걸어오고 있다. 내 발자국이 새 길이 되어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을 위해 더 조심스레 앞을 보며 걷는다. 새 길을 만드는 기쁨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다시 걸어가는 눈 위에 누군가의 먼저 간 발자국이 남아 있다. 그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걸어간다. 나를 위해 앞서 걸으며 길을 만들어 준 누군가에게 고마움이 퐁퐁 솟는다. 더보기
야고 야 고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슬프지 않다. 누가 찾아주지 않아도 외롭지 않다. 억새풀, 띠풀 사이로 한 조각 햇살만 비쳐들어도 기쁨으로 물든다. 줄기도 없이 잎도 없이 작은 꽃대 하나 살며시 밀어 올려 피워낸 보랏빛 향기 가을 오름 한 자락 풀숲에 숨어 풀잎 새로 올려 보는 비취빛 하늘 거기 흘러가는 조각구름을 향해 수줍게 향기를 날려 보낸다. 풀잎을 스쳐가는 바람이 싱그럽다. 바람 따라 오름을 오르는 나그네의 눈길이 거기 머문다. 서로 마주치는 눈길. 나그네의 눈맞춤에 더욱 붉어지는 야고. 더보기
가을 잔치 가을 잔치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가을 오름에 잔치가 열렸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잔디가 잔치 마당을 위해 깔렸다. 그 위에 태양이 봄부터 내려준 햇살 선물을 받아먹고 자란 온갖 들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풍악을 울리고 있다. 장맛비로 흙덩이 돌덩이 쓸려 나가 황토를 드러낸 비탈 한 귀퉁이를 여린 뿌리로 붙잡고 버텨낸 쑥부쟁이 줄기 다발에 무더기 무더기 작은 꽃들이 봉오리를 열고, 먹구름이 몰고 온 천둥 번개와 세찬 비바람을 이겨내고 파란 하늘을 기다린 섬잔대는 하늘빛보다 더 파란 꽃색깔을 피워낸다. 여뀌, 패랭이꽃, 이질풀, 쥐손이, 딱지꽃들이 제각기 자기의 빛깔을 내어 가을 잔치에 흥을 돋운다. 억새풀 그늘 아래에 작은 몸짓으로 피어난 야고도 수줍은 미소를 보낸다. 물매화 하얀 꽃은 하얀 향기로, 꽃.. 더보기
무엇을 위해 사십니까? 무엇을 위해 사십니까?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인생의 삶에서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십니까? 돈을 얻기 위해 사신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입니다. 돈은 필요악 돈을 위하고, 배를 위한다면 채워도 만족함이 없고 거기서 기쁨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돈보다 사람을 사십시오. 불의한 청지기가 재물로 사람을 사듯 돈을 잃어도 사람만은 잃지 마십시오. 사람을 잃으면 당신이 돈을 잃을 때에 주위의 사람들도 함께 잃게 됩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 사람을 사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꼭 사야할 것 그것은 영혼의 삶 그것은 하늘의 시민권 거기에 참된 기쁨이 있습니다. 거기에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더보기
우도 등대 우도牛島 등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그리움의 섬 우도에 가 보라. 파도가 절벽에 부딪쳐 소 울음으로 우는 섬 그 머리 위에 서 있는 하얀 등대 우도 등대에 가면 그리운 이들의 이름이 아름다운 불빛이 되어 흩날린다. 거품을 물고 날뛰던 거센 파도들도 우도 등대 불빛이 바다를 비추면 황소울음 같은 긴 울음을 울며 달려와 하얀 포말을 절벽에 흩뿌리곤 젖 빠는 송아지마냥 얌전해진다. 우도 등대는 밤낮으로 불을 밝힌다. 밤에는 제주 바다 갈치잡이 배들과 깜박깜박 눈을 맞추고 낮에는 하얀 손을 모아 그리움의 불을 밝힌다. 바다 건너 멀리 한라산과 점점이 이어지는 오름들을 바라보다 노을 속에 그리움의 그림을 그려 보낸다. 가슴 속에 묻어둔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든 그리움의 섬 우도에 가서 등대 불빛을 바라보라. 그리.. 더보기
인동꽃 인동꽃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6월의 산길을 걸으면 인동꽃 향기가 나를 감싼다. 인동꽃 향기가 가슴으로 들어오면 나 눈을 감는다. 달콤한 그 꽃을 구덕 가득 따 담아 돌아오면 고웁게 말려 돈을 사오던 어머니 눈을 감으면 꽃보다 고웁던 어머니 얼굴이 더 선명해진다. 고운 그 꽃을 따 꼭지를 빨며 나 미소 짓는다. 달콤한 어머니 젖꼭지 그 맛을 인동꽃으로 다시 맛본다. 달착지근한 젖 맛이 혀끝을 녹이면 나 눈물 난다. 어머니! 인동꽃같이 살다 가신 어머니를 다시 불러보며 먼 하늘 올려다본다. 더보기
오름에 숨겨둔 애인 오름에 숨겨둔 애인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오름에 어떤 애인을 숨겨 두었기에 시간만 나면 오름에 가요?“ 늦은 오후 돌아와 등산화 끈을 푸는데 아내는 밉지 않은 투정을 한다. “예쁜 애인이 있지. 당신도 같이 가서 봅시다.“ 무심코 대답하고 ……. 생각해 본다. 오름에 어떤 애인들이 있는지를. 봉우리마다 나를 기다리는 설레임 가슴 터지는 상쾌함 정상에 올라서면 점점이 다가오는 또 다른 오름들. 나는 팔을 한껏 벌려 애인들을 끌어안는다. 발 밑엔 작은 애인들이 미소를 짓는다. 복수초, 노루귀, 괭이눈, 꽃향유, 미역취……. 나는 엎드려 작은 애인들에게 입을 맞춘다. 오름에서 만나는 애인들은 투정하지 않는다. 다시 내가 찾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줄 안다. 오름에 가면 나는 애인의 가슴에 안겨 포근한 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