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 숨겨둔 애인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오름에 어떤 애인을 숨겨 두었기에
시간만 나면 오름에 가요?“
늦은 오후 돌아와 등산화 끈을 푸는데
아내는 밉지 않은 투정을 한다.
“예쁜 애인이 있지.
당신도 같이 가서 봅시다.“
무심코 대답하고
……. 생각해 본다.
오름에 어떤 애인들이 있는지를.
봉우리마다 나를 기다리는 설레임
가슴 터지는 상쾌함
정상에 올라서면
점점이 다가오는 또 다른 오름들.
나는 팔을 한껏 벌려 애인들을 끌어안는다.
발 밑엔 작은 애인들이 미소를 짓는다.
복수초, 노루귀, 괭이눈, 꽃향유, 미역취…….
나는 엎드려 작은 애인들에게 입을 맞춘다.
오름에서 만나는 애인들은 투정하지 않는다.
다시 내가 찾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줄 안다.
오름에 가면
나는 애인의 가슴에 안겨
포근한 품 속에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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