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할미꽃이 진짜 늙는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오름 기슭 5월의 양지바른 무덤가에는 초록빛 바람이 불고 있다.
초록빛 바람 따라 초록빛들이 춤추고 있다.
새로 돋은 띠풀 잎새, 새 순을 단 소나무 바늘잎
거기 누구 혼자 하얀 춤을 추고 있다.
이젠 진짜 늙어버린 할미꽃의 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을 맞으며 끊어질 듯 날아갈 듯 위태롭게 춤을 추고 있다.
젊어서도 허리가 구부러져 서러운 할미 소리를 들어야 했던 꽃
어버이날이 되어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꽃
5월엔 할미꽃이 늙어서 진짜 할미가 된다.
어버이날이면 찾아가는 우리네 늙은 어머니들
올 5월엔 꼬부라진 허리로 자식들 기다리지만
내년 5월도 하얀 머리 세우고 기다리려나?
5월엔 할미꽃이 진짜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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