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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할머니의 산딸기 할머니의 산딸기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할머니, 오늘도 산딸기를 따 오시는군요.” “으응, 뱅수 에미하고 성칠이 에미구만. 이거 우리 길용이 주려고 따 왔지. 우리 길용이가 산딸기를 참 좋아 하거덩.” 팽나무집 할머니가 등에 진 바구니를 앞으로 돌리며 쭈욱 허리를 폈습니다. 할머니가 내미는 바구니 속에는 누런 인동꽃이 가득 담겨 있었고, 산딸기를 싸서 묶은 모시잎이 인동꽃 위에 곱게 놓여 있었습니다. “아휴, 할머니. 참 많이도 따셨네. 어디 봐요.” 성칠이 엄마가 시장 바구니를 내려 놓고는 모시잎을 풀어헤쳤습니다. 푸른 모시잎 속에는 토끼 눈같은 빠알간 산딸기들이 또록또록 빛나고 있었습니다. “참 잘 익었네요. 빠알갛게 빛나는 게 입에 넣으면 살살 녹을 것 같네요.” 병수 엄마가 이렇게 말하면서 얼른.. 더보기
<창작동화> 저금통 속의 다리 저금통 속의 다리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준식아, 학교 가자.” 사립문 밖에서 영목이가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래, 잠깐만 기다려. 금방 나갈게.” 준식이는 아침을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가방을 메고 우산을 집어들었습니다. “원, 저 녀석 성질도 급하기는. 아, 먹던 밥은 다 먹고 가야지.” “벌써 배가 불렀어요. 그리고 영목이가 밖에서 기다리잖아요.” “그래, 알았다. 냇물을 건널 때 조심하고, 혼자서 건너지 말도록 해라.” “알았어요. 선생님들께서도 나와 계실 거예요.” 준식이는 장화를 신고 우산을 받쳐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학교 다녀올게요.” “오냐. 조심해서 갔다 오너라.” 준식이와 영목이는 우산을 나란히 받쳐들고 학교를 향해 걸었습니다. 학교까지는 약 30분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후.. 더보기
<창작동화> 재수 없는 고양이 재수 없는 고양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1) “쳇, 재수가 없다고?” 난 계속 투덜거렸습니다. “이래봬도 우리 조상님은 태국 왕비의 사랑을 받던 분인데, 이런 좋은 혈통을 몰라보고 재수가 없다면, 재수가 좋은 건 도대체 뭐야?” 누구에게랄 것 없이 투덜거리며 불평을 했지만 내 말을 듣는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왜 날 보고 재수가 없다고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 뭐 나를 못 살게 구는 이 도시가 나도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시골 영희네 집에 살 때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도시와는 달리 공기가 맑고, 흙 냄새와 풀 냄새가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질이곤 했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놀다 보면 하루해가 금방 지곤 했습니다. 지난 봄 어느 날, 영수 엄마가 친정에 다니.. 더보기
<창작동화> 작은 돌 큰 기쁨 작은 돌 큰 기쁨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돌들이 모여 사는 돌 마을이 있었습니다. 큰 돌, 작은 돌, 잘난 돌, 못난 돌, 온갖 돌들이 한데 모여서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돌들은 매일 한 자리에 앉아 새벽 이슬로 몸을 씻거나, 떠오르는 해님을 바라보거나, 파란 하늘을 흘러가는 조각 구름을 바라보는 나날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늘 똑같은 변화 없는 생활이었지만 돌들은 따분해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이 돌 마을로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트럭이나 경운기를 몰고 와서 이 돌, 저 돌을 살펴본 다음 돌들을 싣고 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올 때면 돌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자기의 모습을 돋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곤 했습니다. 다른 돌보다 더 커 보이려고 몸을 더 빳빳이 세우.. 더보기
<창작동화> 연이의 결석 연이의 결석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수많은 눈동자들이 숙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숙이는 허름한 옷을 입고 성냥을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호호 입김으로 언 손을 녹였습니다.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아, 추워.” 숙이는 들고 있던 성냥을 열고 알을 하나 꺼내어 불을 붙였습니다. 환한 불이 성냥 알에 열렸습니다. 언 손을 가까이 대고 녹였습니다. 얼굴에 웃음이 피었습니다. 불이 꺼졌습니다. 다시 성냥 알에 불을 붙였습니다. 자꾸, 자꾸……. 그러다 숙이는 쓰러졌습니다. 막이 내리며 요란한 박수가 터졌습니다. “숙아, 참 잘 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숙이를 칭찬했습니다. “아휴, 떨려서 혼났어요. 이 기집앤 이런 날 안 나와서 나만 애를 먹게 한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숙.. 더보기
<창작동화>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으려고요!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으려고요.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1) “민규 아버지는 직업이 무엇이지?” “예, 회사에 다닙니다.” “창훈이 아버지는?” “시장에서 장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부모의 직업을 물어보시면서 기록장에 적고 있었다. 동석이는 자기 차례가 돌아올수록 점점 걱정이 되었다. 친구들은 부모의 직업을 척척 대답을 하는데 동석이는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사업, 상업, 회사원, 공무원, 교사, 의사, 약사, 운전기사 …….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어느 것이 아버지의 직업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동석이 아버지는 직업이 무엇이지?” 드디어 선생님이 동석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동석이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 “김동석,.. 더보기
<창작동화> 시인의 크리스마스 시인의 크리스마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 메리 꾸리쑤마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 도시의 번화가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리의 가게들이 환한 큰 불을 달고 오색 작은 등을 반짝이며 사람들을 부르고 있었고, 빨간 털모자와 하얀 솜수염을 단 산타 할아버지도 빨간 코에 웃을 담고 아이들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거리가 온통 크리스마스 잔치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시인은 혼자 쓸쓸히 불빛들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습니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시인은 중얼거리며 머리를 흔들었습니.. 더보기
<창작동화> 사자왕이 보낸 작은 불 사자왕이 보낸 작은 불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사자왕이 다스리는 숲 속의 동물 나라가 있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은 하늘산을 비잉 둘러서 울창하게 솟은 빽빽한 나무 숲에 온갖 동물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하늘산의 북쪽 멀리로는 숲을 넘어서면 얼음으로 가득 덮인 얼음 나라가 있었고, 남쪽으로 숲을 벗어나면 모래 언덕이 계속 이어지는 모래 나라가 있었습니다. 얼음 나라를 다스리는 백곰왕은 찬바람을 몰고 와서 숲속 나라에 차가운 눈을 뿌리려 들었고, 모래 나라의 전갈왕은 뜨거운 모래 바람으로 숲속 나라를 자꾸만 침략하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동물들이 살고 있는 하늘산 기슭까지는 눈보라나 모래 바람이 몰아치지 않았기 때문에 숲속 나라의 동물 백성들은 아늑한 숲 속에서 평화스럽게 살았습니다. 숲속 나라를.. 더보기
<제주말 동화> 셋할아버지의 편지 샛할아버지의 편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아부지, 비행기 아직 도착 안 했수과?” “무사 경 성질도 와리니게. 꼰다분이 지둘리라. 비행기가 도착하민 저기에 도착했댕하는 표시로 빨간 불이 깜빡거릴 거여.” 승철이는 아버지의 말에 비행기의 도착을 알리는 안내판으로 자꾸 눈길을 보냈다. 승철이는 아버지와 함께 일본에서 오시는 큰할아버지의 마중을 나왔다. 큰할아버지께서 이번 추석은 고향에서 쇠시겠다는 연락이 와서 마중나오는 아버지를 졸라 함께 공항에 온 것이다. 잠시 후 안내판에서 비행기의 도착을 알리는 신호 하나가 깜빡거렸다. 오사카발 제주행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표시였다. “아부지, 비행기 도착했댄 햄수다.” “기여.” 잠시 후 출구로 많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커다란 가방과 짐을 여러 개씩 가.. 더보기
<제주도 세시풍습 동화> 정당벌립을 쓴 쇠테우리 정당벌립을 쓴 쇠테우리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학교에서 돌아오는 석이는 괜히 신이 났습니다. 바로 내일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 소풍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 년에 두 번 밖에 없는 소풍날. 더구나 내일은 국민학교(90년대 초까지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불렀음)에서의 마지막 소풍날이기 때문에 석이는 은근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며칠 전부터 석이의 소풍 점심 걱정을 하시면서도 소풍날은 곤밥(쌀밥)에 달걀부침과 옥돔을 구워 주겠다고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명절이나 제사 때 밖에는 먹지 못하는 곤밥과 옥돔을 이번에는 마지막 소풍이기 때문에 특별히 도시락으로 싸 주시겠다고 하자 석이는 며칠 전부터 소풍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올레(집 바깥 큰길에서 마당에 이르는 골목 같은 길)를 들어서자 아버지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