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봄의 소리를 듣는다.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난 지금 봄의 소리를 듣는다.
봄이 저만큼에서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천천히 걸어오며 고운 입으로
노래하고 있다.
찬바람이
굼부리 패인 곳으로 들이쳐
앙상한 가지 새를 훑고 지나가며
거친 숨결을 뿜어
봄의 노래를 막으려 하지만
작은 입으로 부르는 봄의 노래를 막지 못한다.
봄이 저기서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나뭇가지들은 달력이 없어도
엊그제 입춘이 지난 것을 어찌 아는지
귀가 없어도
아주 멀리서 들리는 봄의 노래를 어찌 듣는지
서둘러 잎눈을 뾰족이 준비하고 있다.
성급한 진달래가 피워낸 작은 꽃은
찬바람에 오돌오돌 떨다가
어젯밤 내린 봄비 한 모금과
햇살 한 줄기가 보듬어주는 손길에
작은 웃음을 피우고 있다.
찬바람이 등을 후려친다.
옷깃을 올리고 모자를 눌러쓴다.
그래도 봄은
저만큼에서
목장길 따라
소 등을 타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난 지금 여진머리에 올라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며 부르는
봄의 노래를 듣고 있다.
※ 여진머리 : 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에 있는 오름. 병악(竝岳)이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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