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점이에서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깊은 숲길 따라 걸으면
가슴으로 스며드는 적막
까마귀 울음만이 적막을 깨는 돌길을 따라
어점이에 오르다
어점이에는 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점이가 가슴으로 나를 맞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점이에게 안기는 것이다
한라산 중턱 작은 점 어점이에서는
바람조차 숨을 멈춘다
이곳에는
온갖 지친 것들이 다 찾아온다
지폐 한 장 필요 없고
아옹다옹 다툼 없고
취하여 비틀거림 없고
삶의 지친 찌꺼기들이
따라오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 혼자 앉으면
나 또한 작은 점인 것을
바위 위에 자라는 나무와
낙엽 틈새 돋은 이끼와
아직 흰 빛이 남은 잔설과
내가
모두 하나의 작은 점인 것을.
※ 어점이 : 서귀포시 도순동 소재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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