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 한라산을 만끽하기 위해 영실등반로를 따라 한라산 윗세오름대피소로 향했다.
가을을 만나러 가는 나를 한라산에 찾아온 가을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하늘은 파랗게 내려앉아 눈이 시릴 정도였고, 바람은 시원하고 가볍게 불어와 등반로를 따라 올라가는 나의 땀을 식혀주었다.
토요일이 되어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을 찾은 탓인지 영실휴게소로 올라가는 길 1km 정도 아래서부터 길가에 차가 세워져 있고 주차요원들이 주차 지도를 하고 있었다.
나도 길가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갔다. 어쩌면 그게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길가의 단풍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걸어 올라가는 다른 등반객들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등반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는 영실소나무 숲은 울창한 소나무 사이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단풍옷을 입은 오백장군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여 웅장하면서도 멋진 자태를 더하고 있었다.
경사가 심한 등반로는 제법 힘이 들었지만, 아름다운 가을 경치와 가을 열매들을 찍으며 천천히 올라가노라니 힘든 것이 다 사라지는 듯했다. 영실 계곡을 가득 채워 물들이고 있는 단풍들, 등반로에서 바라보이는 볼래오름과 어스렁, 이스렁오름의 풍경. 오백장군의 웅장한 자태와 기기묘묘한 바위들.
<볼래오름>
<어스렁(왼쪽)과 이스렁(오른쪽)오름>
<영실 병풍바위>
<오백장군>
<오백장군의 기암>
<윤노리나무 열매>
<참빗살나무 열매>
<노린재나무 열매> 어느새 구상나무 숲이다.
구상나무 숲은 벗어나니 시야가 확 트인다. 족은윗세, 샛윗세, 큰윗세오름들이 나란히 앉아있고,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이 갑자기 큰 위용을 드러냈다.
목재데크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윗세오름 대피소로 갔다.
도중에 나타나는 노루샘.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지치고 땀을 흘린 등반객들에게 더 없이 반갑고 고마운 샘물이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쉼 없이 흘러나와 사람들의 마른 목을 축여주는 노루샘 같이 나도 누군가에게 값 없이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샘물을 떠 마시며 샘물에게서 한 가지를 배운다.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갔다가 컵라면 한 그릇을 사먹고 다시 내려오는 길.
서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반갑다. 그래서 오가는 인사들도 반갑다.
내려오는 길에는 단풍이 더 곱게 물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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