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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의 글밭/동화

<창작동화> 키 작은 나무

 < 창작 동화 >

키 작은 나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닫지 않는 깊은 산입니다.

아마도 곰과 호랑이가 굴 속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사람이 되기를 기다리던 깨보다 더 오래 전부터일 것입니다. 섬 하나를 온통 감싸 안으며 우뚝 솟은 산에는 오랜 세월 동안 나무들이 자라고 시들고 죽고, 다시 또 다른 나무들이 자라고 시들고 죽고 하기를 여러 번이나 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한지 천년이 지났는지 만년이 지났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심지어는 이 곳에 사는 나무들 중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도 이 숲의 역사를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산기슭 어느 숲 한가운데에서 작은 싹이 뾰족하게 솟더니 점점 나무의 모습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힘차게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싹은 따스한 봄 햇살을 받고 작은 잎사귀를 내밀고, 무더운 여름날 내리는 소나기를 받아먹고 작은 가지를 키우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한 해 두 해 조금씩 커지던 나무는 어느 때부턴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내 몸이 왜 이렇게 자라지 않지?”

나무는 안간힘을 쓰며 가지를 뻗어 올리고 땅 속으로 뿌리를 내려 뻗었습니다. 그런데 나무가 뿌리를 뻗고 있는 땅 속에는 커다랗고 단단한 바위 덩어리가 놓여 있어서 아무리 애를 써 보아도 뿌리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나무는 뿌리를 옆으로 뻗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변의 다른 나무들이 작은 나무의 뿌리가 뻗어오는 것을 막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얘, 너 왜 뿌리를 이쪽으로 뻗어오니? 저리 가!”

“여긴 우리들이 뿌리를 뻗기에도 부족하단 말이야. 넌 그 바위 위에서만 살란 말이야.”



그러나 주위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서 햇빛을 가려버리고 뿌리를 마구 뻗어버렸기 때문에 백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작은 나무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산 속의 나무들은 작은 나무를 놀렸습니다.

“얘, 꼬마 나무야. 넌 왜 그렇게 키가 작니?”

“아유, 창피해. 내가 왜 저런 난쟁이나무의 옆에서 자라게 되었을까?”

“우리 산 속에 저런 난쟁이나무가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야.”

난쟁이나무는 작은 가지를 빳빳하게 세우며 흔들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너희들보다는 나이가 많단 말이야, 난 백살이나 되었어.”

그러나 아무도 난쟁이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흥, 나이만 많으면 제일인가? 우리들처럼 키가 커야지. 얘들아, 우리 난쟁이나무하고는 같이 놀지 말자.”

“그래.”

작은 나무는 슬펐습니다. 아무도 같이 놀아 주지 않아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작은 나무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묵묵히 하늘을 보며 가지를 뻗고 뿌리를 뻗었습니다.

‘아무도 나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아도 난 실망하지 않아. 아무리 외로워도 난 꿋꿋이 살아가며 가지를 뻗고 뿌리를 뻗을 거야. 언젠가는 나도 큰 나무가 될 거야.’

오랜 세월이 지나며 산 속의 나무들이 죽어 가고 다시 싹이 나서 자라기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난쟁이나무를 놀리던 키가 큰 나무들도 다 죽고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나무들이 싹이 나서 난쟁이나무보다 더 크게 자라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난쟁이나무는 죽지 않고 꿋꿋이 살면서 키가 커질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렇지만 나무의 작은 키는 커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난쟁이나무라는 놀림을 받았습니다.

천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없던 산 속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산 속에 길을 내고 큰 나무들을 골라 기계톱으로 베어내어 트럭에 싣고는 어디론가 가져가곤 하였습니다. 나무를 베어내는 사람들은 키가 큰 나무만을 골라 베어내면서 작은 나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기계톱에 베어지는 키가 큰 나무들은 슬픈 눈으로 난쟁이나무를 바라보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난쟁이나무는 작은 가지를 흔들어 이별을 슬퍼해주곤 할뿐이었습니다.

산 속의 키가 큰 나무들의 거의 다 베어질 무렵에 이번에는 다른 차림을 한 사람들이 들어와 나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난쟁이나무 앞에 서서 이리 저리 난쟁이나무를 살펴보았습니다. 난쟁이나무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보게들, 이리 와 보게. 천년도 훨씬 넘은 나무가 있네.”

나무들을 조사하던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 키가 작은 나무를 보게. 키는 이렇게 작아도 천 오백년 쯤은 된 것 같아.”

“정말 그렇네요. 이런 종류의 나무가 이렇게 작은 상태로 천 오백년이나 살고 있다는 게 대단한 일이에요.”

“천연 기념물 감이에요.”

“그래, 우리가 여기 온 것이 이런 소중한 나무를 찾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정말 소중한 나무를 찾았어.”

“학계에 알리고,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도록 해야 하겠어요.”

난쟁이나무는 사람들이 자기를 보며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자기를 보며 놀라워하고 소중히 해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의 샘이 땅 속에서부터 뿌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난쟁이나무는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아도 이젠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