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꿈꾸는 아이의 글밭/동화

<창작동화> 반디를 보았어

 < 창작 동화 >

반디를 보았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제목

여름아, 보고 싶다

보낸날짜

2002년 08월 16일 목요일

보낸이

♧♧♧@○○○.net

받는이

☆☆☆@○○○.net


여름아. 

너와 헤어진지도 벌써 닷새가 지났구나. 그 동안 날 보고 싶어 어쨌니? 까만 밤하늘 아래 앉아 반짝이는 별빛을 보고 있으면 너의 까만 얼굴에서 빛나는 두 별이 생각나더구나.

참 우습지? 너랑 나랑 닮은 데가 전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우린 그렇게 친하잖니. 넌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데 난 전봇대같이 키가 크고 빼빼 마른 데다가 하얗잖아. 넌 내가 키가 크고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지. 그렇지만 난 오히려 너의 건강하고 까만 살결을 좋아해.

참, 닮은 것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우리에게도 한 가지 닮은 것이 있어. 그건 바로 우리들의 눈이야. 난 너의 눈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보고, 넌 나의 눈에서 반짝이는 아침 이슬을 보거든. 우리들 눈에는 모두 반짝이는 작은 것들이 들어있어.

다른 애들은 친한 우리 사이를 시샘이라도 하는 듯 우리에게 ‘꽃과 나비’라고 하잖니.


여름아.

난 지금 제주도에 내려와 있단다.

난 1학년 때부터 여름 방학이 되면 아버지의 고향인 이곳 제주도로 내려와서 한 철을 보내다 가곤 한단다. 어제는 우리 부모님도 휴가를 얻어서 이곳으로 내려와서 온 가족이 큰아버지 댁에서 함께 지내고 있단다.

내가 네게 늘 자랑했던 곳 있지? 서귀포에 있는 진모살관광단지에서 서쪽으로 보면 군산이라는 오름이 하나 보이고, 관광단지와 군산 사이에 우리 고향 열리마을이 있단다.


여름아.

E-Mail로 여기서 지내는 소식을 네게 전해 줄게.

건강하게 잘 지내기 바래.


♣            ♣            ♣


제목

나도 제주도에 가고 싶어

보낸날짜

2002년 08월 17일 금요일

보낸이

☆☆☆@○○○.net

받는이

♧♧♧@○○○.net


가람아.

너의 메일을 받고 내 눈 앞에는 제주도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을 너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해. 그래서 네가 지금 있는 제주도의 열리마을을 지도에서 찾아보았어.

내가 본 지도에는 열리라는 마을은 나와있지 않고 진모살관광단지가 나와 있더구나. 아빠께서는 진모살관광단지에 외국 국가원수들이 와서 우리나라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하곤 했던 유명한 호텔들이 있고, “쉬리”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알려진 “쉬리의 언덕”이 진모살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다고 하셨어. 아빠께서는 회사 일로 지난 여름에 가 보셨다고 하셨어.

지금 네가 있는 열리 마을은 눈짐작으로 짚어볼 수 있었어.


가람아.

난 네가 참 부러워.

자연의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바다에서 헤엄치고 산에 올라 마음껏 외치고 있을 너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구나.

내년 여름에는 나도 너와 함께 열리 마을에 가서 지내다 올 수 있도록 아빠를 조를 거야.


좋은 소식 있으면 메일 보내렴


♣            ♣            ♣


제목

날아다니는 별을 잡았어

보낸날짜

2002년 08월 18일 토요일

보낸이

♧♧♧@○○○.net

받는이

☆☆☆@○○○.net


여름아.

방학이 끝나면 널 만날 건데도 그 새를 못 참아 컴퓨터 앞에 앉았어. 만나서 얘기할 수도 있지만 빨리 이 얘기를 네게 전하고 싶었어.


어젯밤 난 날아다니는 별을 잡았어.

얘가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고 하겠지? 바로 반디 말이야.

지난 봄 환경학교에서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한 후로 너와 난 자연을 사랑하게 되었고, 반딧불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잖니. 그런데 드디어 난 처음으로 반디를 보게 되었고, 두 마리나 잡게 된 거야.

난 너무 신이 나서 이 얘기를 네게 제일 먼저 하고 싶었어. 너도 아마 내 얘기를 들으면 여기로 달려오고 싶을 거야.


음, 무슨 얘기부터 시작할까?

어제 저녁이었어.

낮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저녁이 되니까 비가 그쳤어. 낮에는 찌푸렸던 하늘이 해가 질 무렵이 되자 활짝 개었어. 빗물로 몸을 씻은 해가 서쪽 군산 뒤로 넘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어. 참 이상하지? 하늘 꼭대기에 있을 때에는 눈이 부시도록 작은 금빛으로 빛나던 해가 막 지기 직전엔 붉게 물들고 더 크게 보이니 말야.

저녁을 먹고 큰아버지 식구와 우리 식구는 열리마을 앞 논짓물 바닷가로 가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어스름이 깔리는 하늘 아래 펼쳐지는 바다의 교향곡을 듣고 있었단다.


“가람아, 여기가 아빠가 어릴 때 헤엄치고 고기를 낚으며 놀던 곳이란다.”

옛날 생각이 나시는 듯 사방을 돌아보며 아빠는 말씀하셨어.

멀리 있는 한라산과 가까이 있는 군산이 서녘하늘로 넘어가는 태양의 마지막 햇살을 받아 붉은 얼굴로 앉아 있었고, 동쪽 편으로는 쉬리의 언덕 넘어 진모살해수욕장의 하얀 모래가 바닷물에 씻기고 있었어.

“아빠, 아빠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네요. 저기 은물결 일어나는 바다를 보세요. 풍덩 뛰어들면 온 몸에 금빛이 감길 것 같아요.”

바닷가 검은 바위들을 어루만지며 찰랑거리는 물결들이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것을 보며 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아빠는 어릴 때부터 바다가 참 좋았단다. 여기만 오면 모두 다 내 세상이었지.”

“그래, 너의 아빠는 하루종일 바다에서만 살았어. 점심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어두워도 집으로 돌아올 생각도 하지 않았어.”

“형님도 참.”

큰아버지의 말씀에 아버지는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셨어.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사이에 어둠은 어느 새 주위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어. 어두운 바다를 아름답게 수놓으려는 듯 먼바다에서는 갈치잡이 배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흔들리고 있었어.


서울에서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하늘 위에 하나씩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

“와, 별이 떴다!”

난 별이 나오는 대로 하나 둘 세기 시작했어. 그런데 처음에는 한두 개씩 천천히 나타나던 별들이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고 나니까 금세 셀 수 없을 만큼 하늘에 가득 떠서 반짝이는 거야. 난 돗자리 위에 드러누워 반짝이는 별들의 춤을 보았어. 작고 큰 온갖 별빛이 저마다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작은 빛을 깜박거리는 모습에 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가끔 별똥별이 긴 꼬리를 끌면서 사라지곤 하였어.

“아빠, 별들이 참 아름다워요.”

“그래. 서울에서는 별빛을 가려버리는 불빛과 공해 먼지 때문에 별들을 잘 볼 수 없지만, 여기에서는 하늘이 깨끗해서 아름다운 별빛을 볼 수 있단다.”

“별들이 어울려 춤추는 모습처럼 고운 것은 또 없을 거야.”

시인이신 큰아버지가 작은 웃음을 띠며 나를 보다가 말씀하셨어.

“가람아. 열리에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말고 날아다니는 별이 또 있단다.”

“날아다니는 별이요? 어디요?”

난 벌떡 일어나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어두워진 사방을 둘러보았어.

큰아버지는 나를 보며 웃기만 하셨어.

“호호호. 아주버님, 날아다니는 별이라뇨? 그런 게 어딨어요?”

엄마도 큰아버지의 말씀이 너무 엉뚱한지 웃으면서 물으셨어.

“옛날에는 하늘의 별들 수만큼 이 땅위도 별들이 많이 날아다녔단다.”

나는 큰아버지 앞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어. 큰아버지는 시인이시기 때문에 남들에게 없는 마음의 눈을 또 하나 가지고 있다고 하셨거든. 그래서 평소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기한 이야기도 많이 해 주곤 하셨어.

큰아버지는 한 동안 내 눈을 들여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서셨어.

“가람아. 네 얼굴에서도 두 개의 별이 반짝이고 있구나. 자 일어서렴. 우리 날아다니는 별을 잡으러 가자.”


우리 가족과 큰아버지 가족은 마을 서쪽 군산으로 올라갔어.

과수원 방풍림들이 우거져 어두운 길을 더 어둡게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걷는 길은 무섭지 않았어. 우리 가족은 노래를 부르며 군산으로 올라갔어.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무덤이 내 집인걸

……


군산 산책로에는 철로 폐침목을 박아 넣어 계단을 만들어 놓아 올라가기가 좋았어. 해가 떨어진 저녁인데도 산책로에는 저녁 운동을 하기 위해 군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가끔 보였어. 열리마을 사람들과 큰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했어.


군산 산책로를 따라 중간 정도까지 왔을 때였어.

“가람아, 저기 보아라. 작은 별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이잖니?”

큰아버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눈을 돌렸더니 정말 작은 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어.

“큰아버지, 정말 별들이 날아다녀요.”

“그래. 여기는 별들이 내려와 놀다 가는 곳이란다.”

난 큰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별이 날아다니는 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 별들은 불빛을 깜박거리며 풀잎 위로, 나뭇가지 사이로 천천히 날아다니고, 어떤 별들은 풀잎 위에 살며시 내려앉고, 어떤 별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어울려 춤을 추기도 하는 것이었어.

“큰아버지, 별들이 추는 춤이 너무 아름다워요.”

“가람아, 큰아버지가 별을 따다줄까?”

“별을 따요? 어떻게요?”

“기다려 보렴.”


큰아버지는 별들이 춤을 추고 있는 곳으로 가더니 모자를 벗어들고 춤을 추고 있는 별들을 향해서 휙휙 젓기 시작했어. 큰아버지의 모자를 피해서 별들이 도망치기 시작했어.

“잡았다.”

큰아버지의 외침에 나는 큰아버지에게 달려갔어. 큰아버지는 마치 어린아이 마냥 좋아하며 별을 잡은 모자를 내게 내밀었어.

“가람아, 봐라.”

난 큰아버지가 건네주는 모자를 들고 별이 날아갈까 봐 조심스럽게 열어보았어. 모자 안에서는 작은 별이 깜박거리고 있었어. 그런데 깜박거리는 별이 모자 안에서 걸어다니는 거야. 가만히 보니 그건 별이 아니라 불빛을 달고 있는 작은 벌레였어.

“애개, 이게 별이에요?”

난 실망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큰아버지 얼굴을 바라보았어.

큰아버지는 대답 없이 내 얼굴의 별을 보며 가만히 웃기만 하셨어. 어느새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와 나를 보며 웃고 계셨어.

“형님, 정말 오랜만에 반디를 보는군요. 도시에서 살다보니 별도 볼 수 없고, 더구나 반디는 고향을 떠난 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고향에 돌아오니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별과 반디가 모두 저를 반겨 주는군요.”

“그래요. 요즘은 공해 때문에 반디가 많이 사라져서 볼 수가 없었는데 여긴 공해가 없어서 반디가 별이 되어 날아다니고 있네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난 그제야 그게 반디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환경 학교에서 반디에 대해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로 반디를 보지는 못했었기 때문에 몰랐었던 거야.


난 가만히 반디를 들여다보았어.

모자 안에서 반디가 꽁지에 파란 불빛을 달고 이리저리 기어다니고 있었어. 그 불빛이 가끔 작아졌다가 다시 커지곤 하면서 내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어. 손가락을 대어 반디를 건드려 보았어. 파란 불빛이 손가락에 비쳐서 손가락이 파랗게 물이 든 것 같았어.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까 밤하늘의 별이 모자에 내려와 앉아 있다가 내 눈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어.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큰아버지가 말씀하셨어.

“가람아, 별은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란다. 땅 위에서도 이렇게 날아다니고, 가람이의 눈 속에도 별이 빛나고 있고, 이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가슴에서도 별이 반짝인단다.”

‘정말 내 눈 속에도 별이 빛나고 있을까?’

시인이신 큰아버지의 말씀대로라면 내 눈 만이 아니라 여름이 네 가슴 속에도 별이 반짝이고 있을 거야.


우리 가족들은 별들의 춤을 구경하며 열리마을을 내려다보았어. 열리마을의 불빛들도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었어. 아마 열리마을에는 마음이 이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일 거야.

큰아버지가 잡은 것과 내가 잡은 한 마리. 반디를 두 마리 잡아 모자 속에 가두어서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곤 종이를 접어 반디가 살 집을 만들어 그 속에 넣고 숨 쉴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을 뚫어 놓았어.


날아다니는 별, 반디를 잡고 네게 빨리 이 기쁨을 알리고 싶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어. 내일 또 반디 소식 전할게.

여름아. 너도 이 밤에 별빛이 빛나는 꿈을 꾸기 바래.


날아다니는 별을 딴 가람이가.


♣            ♣            ♣


제목

나도 별을 보고 싶어

보낸날짜

2002년 08월 17일 금요일

보낸이

☆☆☆@○○○.net

받는이

♧♧♧@○○○.net


가람아.

너의 긴 메일을 받고 난 거울을 들여다보았어. 내 눈 속에도 별이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런데 난 내 눈 속에서 별을 볼 수 없었어. 아마 내 눈은 별이 들어와 살 수 있는 눈이 아닌가 봐.

또, 아파트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단다. 그런데 거기에도 별은 보이지 않고 도시의 불빛만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어.


가람아.

네가 잡았다는 반딧불이를 빨리 보고 싶구나. 네가 만들어 준 종이집에서 잘 기르다가 서울에 올 때 가지고 오기 바란다.

그 중에 한 마리는 내게 주는 것 알지?

우린 콩 한 알도 나누어 먹는 친구잖니.


별을 보고 싶은 여름이가.


♣            ♣            ♣


제목

별을 날려보냈어

보낸날짜

2002년 08월 20일 월요일

보낸이

♧♧♧@○○○.net

받는이

☆☆☆@○○○.net


여름아.

어젯밤 난 군산에 가서 반딧불이를 날려보내 주었어.

네가 부탁한 대로 반딧불이를 잘 기르다가 서울로 갈 때 가지고 가서 네게도 한 마리 주려고 했었는데…….

 

그저께 밤에 반디를 잡아와서 종이집을 만들어 주었을 때에 내 기분은 정말 하늘의 별을 딴 기분이었어. 반디가 들어있는 종이집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불을 껐을 때 종이집은 환상의 집이 되었어.

새까만 방안에서 푸르스름한 작은 불빛이 종이를 뚫고 은은히 비치는 모습에 나의 두 눈이 온통 거기로 빠져드는 것 같았어. 더구나 반디가 종이집 안에서 이리 저리 기어다닐 때마다 반디의 작은 불빛도 따라 움직이며 동화책에서 읽은 요정들이 등불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 같았어. 반디들이 종이집을 빠져나오려고 기어다니며 사각거리는 작은 소리는 마치 요정들의 작은 노래 소리 같았어.

난 반디 요정들의 속삭임을 듣다가 잠이 들었어.


어젯밤이었어.

큰아버지 가족과 우리 가족들은 외출을 했다가 해가 군산 너머로 떨어진 후에 집으로 돌아왔어.

방에 들어가 반디를 넣어 둔 종이집을 들여다보았어. 그런데 종이집 안에서는 반디들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어. 종이집을 들고 불빛에 비추어 보아도, 불을 끄고 종이집을 들여다보아도 거기에는 반디가 없었어.


“반디가 달아났어요!”

나의 외침에 큰아버지와 아버지가 오셨어.

큰아버지는 종이집을 이리 저리 살펴보시더니 내게 종이집을 내밀면서 한 곳을 가리켰어. 그랬더니 숨구멍으로 뚫어놓았던 곳이 조금 크게 벌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어.

“여기 뚫어놓은 구멍을 넓혀서 빠져나갔나 보구나.”

“애개개, 이렇게 작은 구멍으로 어떻게 나가요?”

“왜 못나가니? 곤충들은 자기 몸통보다 작은 구멍으로도 빠져나가는 능력이 있단다.”

“그럼 어떡해요? 잘 기르다가 여름이에게 한 마리 주려고 했는데요.”

“그래? 그럼 불을 끄고 찾아보자. 틀림없이 방 안 어디엔가 있을 테니까 작은 불빛이 보일 거야.”


우리는 전등을 끄고 방 이 구석 저 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어.

“저기 한 마리 있구나.”

“어디요? 어디?”

큰아버지가 가리키는 방 구석에서 아주 작은 불빛이 천천히 기어다니고 있었어.

난 얼른 반디를 잡았어.

또 한 마리는 천정에 붙어 있는 것을 아버지께서 찾아주셨어.

난 다른 종이로 다시 집을 만들어 그 속에 두 마리 반디를 넣었어.

그런데 반디들이 이상했어.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꽁지에서 나오는 빛도 아주 약해져 있는 것이었어.

“큰아버지, 반디들이 이상해요.”

“그래, 그렇구나.”

큰아버지는 반디들을 별로 살펴보지도 않으시고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셨어.

난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종이를 벌려 반디를 들여다보았어.


큰아버지가 내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으셨어.

“가람아. 우리 반디를 잡은 곳으로 가서 놓아주자.”

“왜요?”

난 놀란 눈을 크게 뜨고 큰아버지를 쳐다보았어. 큰아버지는 내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리면서 말씀하셨어.

“반디는 사람들이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생명이 아니란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과 함께 살아가는 곤충이란다. 그리고 이렇게 어른이 된 반디는 오래 살아도 2주 정도 밖에는 살 수가 없단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동안 깨끗한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춤을 추며 살도록 해 주어야 하지 않겠니?”


우리 가족은 다시 군산으로 올라갔어.

가면서 큰아버지는 반딧불이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어.

반딧불이는 개똥벌레라고도 하는데, 오염이 되지 않는 깨끗한 물 속에서 애벌레로 250일 정도를 다슬기를 잡아먹으면서 살아간대.

그러다가 번데기로 변하고 다시 번데기를 깨고 어른벌레가 된대.

어른이 된 반딧불이는 이슬을 먹고살면서 짝짓기를 해서 알을 낳고 보름도 채 안 되는 생활을 하다가 죽어간대.

반딧불이의 일생이 너무 짧지 않니?

반딧불이는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가 꽁지에서 빛을 내면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도 나를 사랑하십니까?”하고 물어본단다. 그러면 암컷이 수줍게 작은 빛을 반짝이면서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대답하면 결혼이 이루어진다는 구나.

정말 별빛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잖니?


반디를 잡았던 곳에 다 왔어.

오늘밤에도 반디들이 별이 되어 춤을 추고 있었어.

나는 종이집을 가만히 열고 반디를 풀잎 위에 내려놓아 주었어.

“반디들아, 너희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춤을 추는 것을 잡아와서 미안해. 너희들이 살던 곳에 다시 왔으니까 이제 힘을 내어서 날아다니고 별빛을 만들어 봐.”

풀잎에 올려진 반디들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 그렇지만 꽁지에서는 작은 불빛을 만들어 깜박거리고 있었어.

난 돌아서서 식구들과 함께 반디들이 추는 춤을 한 동안 바라보았어. 큰아버지의 말씀처럼 반디들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하면서 속삭이는 것 같았어.

하늘에서는 별빛이 깜박이고 있었고, 하늘 아래 군산에서는 날아다니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어. 아마 하늘에 뜬 별과 날아다니는 별을 바라보는 내 눈에서도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을 거야.


우리 가족들은 조용히 노래를 부르며 군산을 내려왔어.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무덤이 내 집인걸

……

오늘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울다 잠이 든다…….


여름아.

방학이 끝나고 우리 다시 만날 때 네게 반디 한 마리를 선물할게. 내가 잡았던 반디는 놓아주었지만 하늘의 별과 땅 위를 날아다니는 별을 보았던 내 마음의 선물을.

오늘 밤에는 꿈속에서 서로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자.


별빛을 가슴에 간직한 가람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