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는 행정구역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추자면인 섬으로, 추자도 본섬과 그 주변의 유인도 및 무인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제주도 본섬과 전라남도 사이에 있으며 위치적으로는 제주도보다는 전라남도에 더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추자도는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라는 두 개의 큰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한 섬처럼 되어 있고, 주변으로는 횡간도, 추포도, 직구도, 청도, 수덕도 등의 유인도와 무인도들이 산재하여 있다.
나는 추자도에는 예전에 세 번쯤 갔다 온 적이 있는데, 출장을 가거나 행사가 있어서 갔었기 때문에 추자도에 대하여는 부분적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시간을 내어서 추자도에 개설된 제주올레길 18-1코스를 걸으며 본격적으로 추자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추자도 여행은 날씨가 뒷받침 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이어서 바다가 잔잔하여 제주항에서 추자도를 거쳐 목포나 진도로 다니는 여객선들이 제대로 운항을 할 수 있어야 원하는 날짜에 가고 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추자도 올레길 걷기 계획은 처음에는 여객선과 숙박지까지 모두 예약하였는데, 풍랑주의보로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아서 실패하였고, 두 번째는 추자도로 들어갔지만 그 날 바로 돌아와야 했었다. 세 번째 계획하여 갔을 때에야 정말 좋은 날씨 가운데서 모든 코스를 걸어서 제대로 올레길 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첫 번째 계획을 하였을 때에는 2013년 5월 중순의 석탄일 공휴일과 토요일이 연휴로 된 날이었지만 앞에 이야기 한 대로 풍랑으로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아서 포기하여야 하였다.
두 번째는 1박 2일을 계획하고 갔었다가 다음날의 날씨가 좋지 못하여 그날 돌아오지 않으면 며칠을 섬에서 지낼지 모를 거라고 하여 올레길 걷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중간에 돌아와야만 했었다. 그렇지만 그날 올레길을 다 걷지는 못하였지만 상추자도 몇 군데 경치를 보고 왔었다.
세 번째는 좋은 날씨 속에서 1박 2일로 제대로 올레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이제 제주올레길 18-1코스인 추자도 올레길을 걸으며 보고, 느낀 감상들을 안내하려고 한다.
먼저, 작년 12월 말에 가서 상추자도 중 몇 군데 가 보았던 곳을 먼저 안내하고, 금년 5월 연휴에 다시 가서 올레길 모두를 걸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13년이 저물어가는 날인 12월 30일 아침 9시 30분, 핑크돌핀호를 타고 제주항에서 출발하여 추자도로 갔다.
겨울 바다의 날씨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고 배가 많이 흔들려 롤링이 심했다. 선실 안에는 추자도에 도착할 때까지 의자를 붙들고 머리를 처박고 있는 사람들, 비닐봉지에 입을 대고 있는 사람들, 화장실로 들어가서 토하는 사람 등 꽤 많은 사람들이 멀미를 하였다. 나는 가파도에 근무할 당시 배를 자주 탔었기 때문인지 멀미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핑크돌핀호는 10시 45분 경에 상추자도의 추자항에 도착하였다.
배에서 내렸을 때는 약간 울렁거리던 것도 씻은 듯이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하였다.
추자도의 하늘은 구름이 많이 끼었지만 그 사이로 햇살이 내리고, 항구 안의 물빛은 햇살을 받아 파란빛을 일렁이며 반짝였다.
올레길 코스를 그대로 따라서 걸어가다가 먼저 올레길이 시작되고 곧바로 거치게 되는 추자초등학교로 갔다.
공휴일 연휴인데 선생님들이 모두 제주 본섬으로 가고 누가 있을까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무실로 들어갔더니 김○○ 교장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올레길을 걸으러 왔다가 인사나 하고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차를 한 잔 하고 가라면서 붙잡기에 마지못해서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교장 선생님이 올레길 코스 외에도 가 볼 만한 곳으로 ‘다무래미’와 ‘나바론 전망대’를 꼭 가보라며 추천해 주셨다. 그리고는 그 두 곳을 보고 나서 다시 추자항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추자초등학교에서 나와서 올레길을 따라 학교 뒤쪽에 있는 ‘최영 장군 사당’으로 갔다.
여기에서…….
18-1코스 추자도 올레길을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점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와서 정식으로 모든 코스를 걸었던 이야기에서 쓰기로 하고, 여기서는 다무래미와 나바론 전망대에서 본 풍광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자 한다.
추자초등학교 뒤편의 최영장군 사당을 거쳐서 올레길을 따라 봉글레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봉글레산 정상 방향으로 향하는 길과 다무래미로 향하는 길이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고 갈림길 삼거리에는 봉글레 쉼터가 있었다.
올레길은 봉글레 쉼터가 있는 삼거리에서 봉글레산 정상 쪽으로 향하도록 간세와 올레 안내의 리본들이 안내하고 있었지만, 나는 김교장이 소개해 준 대로 가보기로 하고, 다무래미로 향하는 길로 향하여 걸어갔다.
다무래미로 향하는 길은 시멘트 포장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자동차가 넉넉하게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길이었다. 절벽 위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노라니 절벽 위로 보이는 풍광과 주변의 섬들의 경치 등 주변의 멋진 풍광들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무래미 섬의 모습도 천천히 시야에 들어왔다.
길은 다무래미로 넘어가는 곳 앞에 이르러서 막다른 곳이 되어 끊어졌다.
다무래미는 길이 끊어진 곳 앞에 있는 작은 섬이었는데, 섬의 아래 부분은 파도가 들이치는 곳이어서 거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윗 부분에는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다무래미 섬 너머로는 직구도가 자그맣게 보이고, 오른쪽 편으로는 수령섬이 바다 위로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다무래미 섬과 상추자 본섬과의 사이는 30~40m쯤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거친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고, 바위를 때린 파도가 허연 포말을 만들어내며 포효하고 있었다.
길이 끊어진 곳에서부터는 아래쪽으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썰물이 되고, 파도가 없이 잔잔한 날이면 다무래미까지 조심스럽게 건너서 넘어갈 수 있을 듯하게 보였다.
한참 서서 다무래미 섬과 파도가 만들어내는 장관을 구경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다무래미 앞 막다른 길에서 돌아서 가려다가 길이 끊어진 곳 주변을 살펴보니 길이 끊어진 곳에서부터는 나무숲과 묘지들 사이로 사람이 걸어갈 지나갈 만한 곳이 보여서 도로도 가지 않고 묘지 사이를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다.
이곳 묘지에 누워있는 이들은 살아서도 거친 파도와 싸우며 생활하였고, 사후에도 이곳에 누워서 파도가 만들어내는 허연 포말을 보고 굉음을 들으며 쉬고 있을 것이다.
묘지 사이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가니 다시 시멘트 도로가 나왔다.
봉글레산 남쪽 해변을 따라 나 있는 길을 따라 후포를 향해 걸었다.
상추자도의 대서리 마을과 영흥리 마을 사이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져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번창한 항구가 상추자항이고, 그 서쪽에 봉글레산과 나바론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감싸여 있는 조용한 포구가 후포이다. “후포”라는 이름은 주 항구인 추자항의 뒤편에 있는 포구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였다.
후포에는 배를 정박시킬 수 있는 시설들은 없었고, 항구나 포구로서의 시설이 전혀 없이 정자 하나만 덩그러니 만들어져 있었다. 그냥 지형적으로 육지에 감싸여 있는 형태가 포구와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후포라는 이름을 붙인 듯하였다.
후포 정자 앞을 지나서 나바론 전망대가 있는 곳을 향하여 걸어갔다.
나바론 전망대가 있는 곳은 섬이 아니라 상추자 본토와 이어진 곳으로 언뜻 보면 섬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섬이 되려다 만 듯한 모습이었다.
“나바론 전망대”라는 곳은 이곳에서 보이는 상추자도 남쪽편 바다와 면한 절벽이 깎아지른 험한 바위 절벽으로, “나바론 요새”라는 영화에 나오는 절벽과 같다고 하여, 나바론 절벽을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바론 요새”라는 영화는 그레고리 펙과 데이빗 니븐, 앤소니 퀸 등이 주연하여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에게해의 케로스 섬에 갇힌 2천명의 영국군을 구출하기 위하여 나바론 섬에 독일군이 만들어 놓은 거포를 폭파하기 위한 작정을 수행한다는 줄거리의 영화이다.
나도 이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의 나바론 섬 바위 절벽과 상추자도 남벽의 바위 절벽이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바론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전망대 꼭대기에서 바라보니 나바론 절벽의 웅장한 모습이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아래에 이곳에 바라본 모습들을 몇 컷 소개하고자 한다.
나바론 전망대를 구경하고 돌아나와 추자항으로 돌아왔다.
약속 장소에서 김교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주었고, 김교장이 사 주는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으며 김교장이 부탁을 하였다.
이왕 추자도에 와서 1박2일로 지낼 거면 내일 아침에는 추자초등학교에서 하고 있는 독서교실에 참석하여 동화작가로서 아이들에게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지고, 1 시간 정도 독서지도를 해 주면 어떻겠느냐는 부탁이었다.
나는 기꺼이 그러라고 하였다. 그러고보니 이 점심이 그냥 사주는 점심이 아니었다. 동화작가에게 독서교실의 강사를 부탁하는 점심인 셈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김교장과 헤어지고 다시 올레길을 걸었다.
상추자 항구에서부터 항구 둘레의 길을 다라 영흥리 방향으로 가고, 해안 길을 따라서 상추자와 하추자를 연결하는 연륙교를 지나 하추자 쪽으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묵리 고갯마루 길을 올라가서 담수장이 보이는 언덕 위까지 이르렀다.
그 때 김교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풍랑주의보가 내일 것 같은데, 그럴 경우 여객선이 뜨지 않으면 이곳에서 며칠 간 발이 묶일 것 같다고……. 그러니까 올레길 걷던 것을 중단하고 즉시 돌아와서 오후에 제주항으로 떠나는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독서교실에서 추자도 아이들과의 만남을 가지기로 한 것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했더니, 그건 것이 문제냐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는 올레길 걷던 것을 중단하고 멈추었던 지점에서 돌아서 도로를 따라 내려와 지나가는 차를 기다렸다.
차를 기다리면서 바라보는 하추자 남쪽의 바다에는 뾰족한 바위가 파도를 만들어 내면서 우뚝 솟아 있었고, 구름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트럭을 얻어 타고 추자항으로 돌아왔다.
제주항으로 돌아오는 핑크돌핀호에서 바라보는 추자도는 다시 오라는 듯 겨울의 하늘 아래에서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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