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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

봄바람 속에 제주올레 15코스를 걷다.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2012년 3월 두 번째 토요일. 제주올레 15코스를 걷기 위해 길을 나섰다.

  15코스는 한림항에서부터 수원리, 귀덕리, 납읍리를 거치고 과오름 옆을 지나 고내봉을 오른 다음 고내 포구까지 가는 코스로 총 길이는 19km이다.

  시작점을 알리는 현무암 돌 위에 새겨진 코스 지도에서 지나가는 곳의 이름들을 보니 다음과 같았다.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 → 평수포구 → 대림안길 입구 → 사거리 → 성로동 농산물집하장 → 귀덕농로 → 선운정사 → 버들못농로 → 혜린교회 → 납읍숲길 → 납읍초등학교 → 납읍리사무소 → 백일홍길 입구 → 과오름 입구 → 도새기숲길 → 고내봉 입구 → 하르방당 → 고내봉 아래 하가리 갈림길 → 고내교차로 → 고내포구

 

 

 

 

  한림항의 비양도 선착장 앞에서부터 걷기 시작하였다. 활기가 넘치는 항구의 소리들을 들으면서 항구 길을 걸었다. 한림항을 감싸는 큰 방파제가 만들어지기 전 작은 어촌의 포구였을 것 같은 항구 한 귀퉁이의 작은 포구, 작은 방파제에 갈매기들이 앉아 있다가 날아올랐다.

 

 

 

  방파제 끝을 지나 평수포구로 가는 길에 바다 위에 솟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마을 안에 솟대가 세워져 있는 것은 가끔 보았는데, 바다 위에 솟대가 세워져 있는 것은 처음 보아서 신기하였다. 파란 하늘 아래 파란 바다에 세워진 솟대 주변으로 작은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평수포구로 가는 길가 내수면의 바위에서는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앉아 쉬고 있었다.

 

 

 

  15코스는 농로와 숲을 지나는 길이 대부분으로 해안을 보며 걸어가는 길은 한림항에서부터 평수포구까지의 짧은 거리뿐이다.

  평수포구를 지나자 올레길은 수원리 마을 안길로 들어가도록 지시하고 있었다.

  수원리 마을 안길을 구불구불 돌고 농로를 지나니 한림-애월 간 일주도로로 나왔다. 길은 일주도로를 횡단하여 다시 농로로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 밭 가운데 큰 바위가 서 있고, <선돌>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곳은 장엄한 대석(大石)군이 쌓여 있으며 그 중앙은 반석(盤石) 위에 수려하고 위엄스러운 거대한 궁돌이 있어 선돌(立石)이라고 불리어 오는 곳이다.

  서기 1702년 이형상(李衡祥) 목사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 유적지(遺跡祉)로 표시(表示) 되어 있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선조들은 선돌과 선돌을 둘러싼 암석군(岩石群)이 장엄(莊嚴)하고 신령(神靈)스러워 마을에 안녕을 주고 액운을 막아 마을을 지키는 혼(魂)이 깃든 곳이라 믿어 경외하고 의지하였으며, 1975년까지 마을제를 봉행하기도 하였던 곳이며, 2007년도에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마을 상징석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선돌을 지나 농로의 올레길 표시를 따라가서 다시 큰 도로를 횡단하였다. 대림리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길가에 큰 팽나무들이 몇 그루 의연한 자태로 서 있었다. 아직 잎이 돋지 않을 때라 마른 가지에 바람만 감겨들고 있었지만, 이제 곧 잎이 돋으면 이 나무들은 푸르름을 자랑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대림리 마을을 지나 귀덕리 쪽으로 가는 길. 제주 서부 지역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길가에 작은 연못이 있었다. <영생이물통>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이 연못은 관정시설이 설치되기 전까지 소와 말을 먹이고 식수로도 이용하였던 곳이라고 했다. 또한 여름에는 마을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놀던 곳이라고 했다. 지금은 연못 물을 농사용으로 일부만 사용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추억의 물놀이 장소로 남겨 두고 있다고 했다.

 

 

 

  영생이물통을 지나 옛 사람들이 활쏘기 장소로 사용하였다고 하는 사장(射場)밭을 지났다.

  다시 계속 걸어가는 농로. 어느 마늘밭에 허수아비 하나가 두 팔을 벌리고 외롭게 서 있었다. 이제는 보기 어려운 허수아비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귀덕리 마을을 지나 도노미(어도봉)를 바라보며 농로를 걸었다. 물은 흐르지 않지만 제법 큰 시내를 옆에 끼고 선운정사 앞을 지난 다음 길을 꺾어 동쪽으로 동쪽으로 걸어갔다.

  <버들못농로>라는 쓰여진 올레길 표시 간세를 만났다. 주위에 버드나무가 많았던 연못이 있고, 못 주변에서 오리가 노는 것이 아름답다고 하여 곽지리 10경 중의 하나로 꼽혔다고 소개되어 있어서 연못이 어디 있나 찾아보았는데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올레길에서는 보이지 않고 그 근처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 짐작해 볼 뿐이었다.

 

 

 

 

  버들못농로를 지나 큰길로 나간 다음 얼마쯤 걸으니 납읍숲길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작은 숲길이지만 올레길이 지나는 동안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서 오래 길을 걸은 나그네의 기분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납읍숲길을 지나니 금산공원과 납읍초등학교 쪽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납읍리 마을로 들어서서 납읍초등학교 앞까지 도착하였다.

  납읍초등학교 앞에는 유명한 금산공원이 있다. 금산공원은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진 숲으로 자연 상태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는 숲이다. 오래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지만 근래에는 숲으로 들어가 보지 않았는데,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숲속의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올레길이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 다음에 다시 공원만을 둘러볼 생각을 하고 공원 앞을 그냥 지나쳤다.

  납읍리 마을을 지나서 과오름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백일홍길>로 들어섰다.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백일홍길이라고 한다고 했다.

 

 

 

  백일홍길을 걸어서 <과오름 둘레길>로 들어섰다. 과오름 동쪽 기슭을 지나는 둘레길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는 숲속의 길이었다.

 

 

 

  과오름 둘레길을 벗어나니 다시 나타나는 숲길. <도새기 숲길>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도새기’는 ‘돼지’의 제주말이다. 왜 도새기 숲길이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돼지와 연관이 있는 숲길인 것 같다.

  구불구불하고 시원한 도새기 숲길을 지나니 고내봉이 높다랗게 눈앞에 나타났다.

  길은 고내봉 중턱으로 올라서 보광사 앞을 지나는 고내봉 등반로를 따라 가다가 정상 가까이 가서는 다시 길을 꺾어들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아주 내려가지 않고 고내봉 둘레길로 다시 이어졌다. 

 

 

 

 

  고내봉 둘레길을 나오니 고내리와 하가리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를 만났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고내리를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는 고내 교차로를 지나 고내리로 내려갔다. 포구에 다 도착하기도 전에 날은 이미 저물고 있었다.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서둘러 종점으로 간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