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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

농촌 풍경과 바다풍경이 어우러진 올레 14코스 걷기

제주올레 14코스는 한경면 저지리 마을회관 앞에서부터 서쪽 바닷가 월령리로 나간 다음 금능리, 협재리, 옹포리를 지나 한림항까지의 코스다. 총 길이는 19.3Km에 이르는 다른 코스에 비해서 조금 긴 코스다.

20121월 중순의 어느 날 겨울치고는 눈도 오지 않고 제법 따뜻한 날에 14코스를 걷기 위해 길을 나섰다. 

 

 

 

시작점인 한경면 저지리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여 차를 세우고 올레 표지를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처음 시작은 저지 마을회관 북쪽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거기서 농로를 따라 저지오름을 왼쪽으로 끼고 오름 북쪽의 저지고망숲길을 걷다보면 저지리에서 조수리로 가는 큰 길을 만나게 된다. 큰길을 따라 조수리 방향으로 조금 간 다음 간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걸었다.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 있는 풀밭으로 난 길. 밭과 밭 사이의 자갈길 등 시골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농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만난 길 안내 표지판. 거기에는 이 길을 큰소낭숲길이라 명명한다고 쓰여 있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농로와는 다르게 숲속으로 이어진 길이다. 

 

 

 

 

 

길을 따라 걸으니 잡목과 풀들이 무성하게 뒤엉켜 자라고 있는 숲속에 드문드문 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이 길을 큰소낭숲길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리라. 돌담이 높아서 넘어가기 어려운 곳에는 나무로 발판을 만들어 돌담에 걸쳐 놓아서 올레꾼들이 편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하여 고마웠다.

 

 

 

 

 

 

큰소낭숲길을 지나니 이어지는 길은 오시록한 농로”.

오시록하는 뜻은 은밀하다”, “으슥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제주말이다. 농로의 이름을 보니 이 길이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으슥하고 조용한 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걸어보니 정말로 농로 주변에 인가가 전혀 없이 무와 양배추들을 기르고 있는 밭들만이 길게 길게 이어져 있었다.

 

 

 

 

오시록한 농로를 지나서 이어지는 길은 굴렁진숲길이라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길이었다.

굴렁지다는 말은 움푹 패이다라는 말의 제주말인데, 말 그대로 이 길을 걸었더니 숲길이 움푹 패여 있는 곳들이 많아서 패여 있는 곳으로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기를 몇 번 반복하는 길이었다.

 

 

 

 

 

굴렁진숲길을 지나니 물이 흐르지 않는 작은 시내가 나타났다. 올레 안내 팸플릿을 보았더니 무명천산책길이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서 이 시내는 월령리 쪽으로 흐르는 무명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명천 산책길을 따라 내려갔다. 비록 시내는 건천으로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시내였지만 냇가를 따라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잘 정비하여 내를 따라 걸어 내려가는 데 상쾌함을 주었다.

길가 밭에 자주색 양배추를 재배하는 곳도 있었고, 이곳의 특산물인 손바닥선인장을 재배하는 곳도 많이 있었다.

 

 

 

 

무명천 하류 월령리 바닷가로 나왔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검은 바위 위에도 선인장들이 자라고 있었다.

 

 

 

 

올레길은 바닷가를 따라 한림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바닷가 올레길을 따라 걷노라니 멀리로 비양도가 보이고, 여름에 노란 꽃을 활짝 피웠던 암대극이 겨울이 되니 가시덤불 사이에서 드문드문 불그스름한 잎을 달고 있었다.

 

 

 

 

 

월령리 바닷가에 해녀콩 서식지가 있었다.

해녀콩은 멸종 위기에 있는 보호식물로, 콩깍지의 길이가 4~5cm로 강낭콩과 비슷하지만,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는 콩이다. 이곳 제주에서는 물질을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해녀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유산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먹었다고 하는데, 이 때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토끼섬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곳 한림읍 해안과 비양도에서도 자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계속 이어지는 바닷가 올레길. 금능포구와 금능해수욕장을 지나면서 보는 바다 색깔이 아름다운 비취빛이다.

 

 

 

 

 

 

협재해수욕장 모래밭 위를 지나고 협재포구를 지나 옹포리로 들어섰다.

이 곳은 명월포라고도 하는데, 고려시대 말기에 삼별초 항쟁과 목호의 난의 역사가 서려 있는 포구다.

포구에 전적비가 세워서 있어서 옮겨 보았다.

 

明月浦 戰迹地(명월포 전적지)

삼별초(三別抄) 항쟁과 목호(牧胡)의 난 때 상륙전을 치른 전적지. 1270(원종 11) 11월 이문경(李文京) 장군은 삼별초의 선봉군을 이끌고 이곳으로 상륙, 고려 관군을 무찔러 승리함으로써 처음으로 제주를 점거하게 되었다. 그 뒤 1374(공민왕 23) 8월에는 최영(崔瑩) 장군이 314척의 전선에 25천명의 대군을 이끌고 상륙, 몽고의 목호 3천기()를 무찌른 격전의 땅이다.

 

옛날 격전을 치렀던 바닷가 근처에 지금은 방사탑이 세워져 있고 먹이를 찾던 갈매기들이 한가로이 방사탑에서 쉬고 있었다.

 

 

 

 

 

 

 

옹포포구를 지나 마을로 잠시 들어섰던 올레길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지사 사무실 앞을 지나 한림항으로 이어진 긴 방파제길로 들어섰다.

방파제 난간에는 갈매기들이 가득 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근처를 지날 때마다 날아올랐다가 다시 돌아와 앉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띄었다. 다른 갈매기들은 모두 날아오르는데 유독 한 마리만은 조금 날아오르다가 뱅뱅 맴을 돌곤 하고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갈매기 가까이 다가갔다. 그랬던 이게 웬일! 갈매기가 낚싯줄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다가 바늘에 미끼가 끼워진 낚싯줄을 그냥 내버리고 간 것을 갈매기가 먹고, 낚싯줄이 바위에 걸려 있어서 갈매기가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었다.

말 못하는 새지만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며칠 동안 이러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먹지 못해 많이 마른 모습이었다.

바위에 묶여있던 낚싯줄을 끌어당겨 갈매기를 잡았다.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낚시가 입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낚시를 당겼더니 혀가 딸려나왔다. 혀에는 벌써 고름이 생겨 있었다. 갈매기가 아플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낚시를 더 당겨 가지고 다니던 전정가위로 낚시에 꿰어 있던 혀를 일부 잘라내어 낚싯줄에서 떼어내 주었다.

다시 하늘로 날려준 갈매기는 지키고 힘이 든 모습이었지만 자유를 만끽하는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날갯짓을 힘차게 하며 날아올랐다.

 

 

 

 

14코스 종점인 한림항(비양도행) 도선 대합실 앞에 도착하였다.

고깃배들과 화물선들, 그리고 항구를 오가는 차와 사람들로 한림항구는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