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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

늦은 가을 볕 속에 올레 3코스를 걷다.

   지난 가을에 올레 3코스를 걸으며 찍어 두었던 사진들을 바탕으로 이제야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3코스에 대한 기록을 해서 올린다. 


  3코스의 시작은 온평포구에서 시작한다. 온평 마을에는 옛날에 사용하던 작은 포구가 있고, 그 서쪽편에 새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조금 큰 포구가 있다. 작은 포구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작은 배만 몇 척 매어져 있을 뿐이지만, 그 포구에 앞에는 작은 정자를 세워 놓고 사람들의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 옆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을 쌓아 자연과 어우러진 조형물을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고, 또 방파제에는 바닷돌들을 쌓아올려 탑을 만들어 놓았다.

시골 어촌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포구지만 이 작은 포구를 아끼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볼거리와 쉼터를 제공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물씬 풍겨나고 있는 정겨운 포구이다. 


  온평포구에서 시작한 올레 3코스는 서쪽의 새 포구 앞에서 바닷가를 벗어나 곧바로 마을 외곽의 농로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 길은 일주도로를 만나고, 일주도로를 횡단한 다음 난산리 방향으로 난 농로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걸어가는 길가에 가을이 깊어짐을 알리는 듯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에서 예덕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꼬불꼬불 계속 이어지는 시골길.

올레길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간세와 길가 돌 위에 그려져 있는 방향 표시 화살표, 올레리본들이 있어 처음 걷는 길이지만 길을 잃어버릴 염려 없이 계속 걸어갈 수 있었다. 

 

난산리 마을을 지나서 통오름에 이르렀다.

통오름의 동쪽에서 능선 위로 올레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어지는 길을 따라 통오름으로 올랐다. 길은 통오름의 동쪽 능선을 따라가다가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통오름과 독자봉 사이의 사거리로 내려서게 되어 있었다. 

 

독자봉에는 가을의 정점을 알리는 듯 곳곳에 파란 하늘 빛깔을 닮은 색깔을 한 쑥부쟁이가 무더기 지어 피어 있었다. 

 

다시 이어지는 길. 독자봉의 동쪽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독자봉의 동쪽에서 독자봉 위로 올레길은 이어지고 있었다. 

 

독자봉 위로 오르면 정상에는 독자봉수 터가 있고, 옛 봉수터를 보존하기 위해서 목책으로 둘러쳐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봉수터 위에서는 사방이 훤히 터져서 조망이 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위치에 봉수가 있었던 것이다. 


올레길은 봉수터가 있는 정상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독자봉에서 내려선 올레길은 농로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다가 삼달리 마을로 들어섰다.

삼달리 마을에는 옛 삼달초등학교 터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있다. 

 

올레길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있었다. 안내하는 대로 따라 갤러리 안으로 들어섰다. 학교 운동장이었던 곳은 돌담과 기화요초들로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고, 한쪽에 이곳이 옛 학교 터였음을 말해주는 「배움의 옛터」돌비가 세워져 있었다. 


갤러리 마당을 둘러보고 건물 뒤편의 무인카페로 가서 빵과 커피를 사서 허기진 배를 조금 채웠다. 김밥 도시락을 챙겨올 것 그냥 출발했던 참이라 무척 배가 고팠었다. 중간에 식사할 만한 식당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온평포구에서 출발하여 삼달리까지 오는 동안 음식을 사 먹을 만한 곳은 눈을 씻고 보아도 눈에 띄지 않았던 참에 무인카페에서 파는 커피 한 잔과 초코파이가 어찌나 맛이 있던지…….

다시 길을 나서 삼달리 농로 길을 따라 신산리와 신천리 사이의 일주도로 방향으로 내려갔다. 주변 밭에서 자라고 있는 초록빛 농작물이 피곤에 지친 나의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일주도로로 내려왔을 때에야 반가운 식당 하나가 나타났다.

식당 이름은 <우물 안 개구리>

식당 이름 치고는 참 재미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홀에 멋진 장작난로가 이글이글 따뜻한 불을 피우고 있고 앞의 베란다에서는 파란 바다가 보이는 경양식 식당이었다.

김영갑 갤러리에서 초코파이 하나와 커피 한 잔을 마시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가 고팠던지라 해물뚝배기를 주문하여 맛있게 먹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부터는 바닷가 쪽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 작은 길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신천마장이라고도 불리는 바다목장 쪽으로 내려갔다.

제주도의 목장들은 대부분 중산간에 위치해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곳은 바닷가에 넓은 목장이 있는 곳이다. 광활한 목장이 시야를 확 트이게 하며 눈에 들어왔다.

목장으로 들어서서 바닷가에 접한 잔디밭 위를 걸어갔다. 목장 앞 바닷가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넓고 푸른 바다가 시원스레 열려 있어서 가슴이 시원해졌다. 바다를 바라보면 탁 트인 바다, 뒤로 돌아서서 목장을 보면 탁 트인 시원스런 목장. 이곳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아무리 속 좁은 사람이라도 모두가 바다처럼, 목장처럼 넓은 가슴을 가지게 될 것 같았다. 


넓은 목장을 조금 더 걸어가자 목장이 모두 붉은 물체로 덮여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그것은 귤껍질을 말리고 있는 것이었다. 귤을 가공하는 공장에서 껍질을 벗겨낸 후에 알갱이는 음료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껍질은 이곳으로 가지고 와서 말린 후에 약재로, 혹은 껍질을 이용한 가공식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 것 같았다. 넓은 목장에 끝 간 데를 모를 정도로 온통 귤껍질을 널어놓았다.

귤껍질에서 풍기는 시큼한 냄새가 왠지 정겹게 느껴졌다. 그것은 나의 부모님들께서도 살아 계실 때 귤껍질을 벗겨 마당에 널어 말리곤 하시던 일이 생각한 때문이었다. 


바다목장을 지나니 바닷가 자갈밭 위로 올레길이 이어지고, 그 길을 조금 지나가면 순비기나무와 바닷가에서 자라는 키 작은 나무들과 풀들이 어우러진 해변길, 여러 개의 양식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지역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나타나는 마을은 신천리.

신천리 마을 올레를 지나 다시 바닷가 쪽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곳은 천미천 하류가 바다와 만나는 곳인 일명 「배고픈 다리」. 천미천을 흐르는 맑은 물이 배고픈 다리 아래를 지나 시원하게 바다로 흘러들고 있었다. 


이제 올레 3코스의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리가 조금 풀리고 몸도 조금 피곤했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걸었다.

배고픈 다리를 지나서 조금 가니 금모래가 깔린 넓은 해변이 펼쳐졌다. 표선 「해비치 해변」의 동쪽으로 이어진 모래밭으로, 이 지역은 표선면 하천리 지경이었다. 사람들의 흔적이 없는 모래밭에 물결이 와서 모래를 쓸며 놀다 간 흔적만이 밭이랑처럼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해비치 해변. 물결이 모래 위에 만들어 놓은 그림들을 보며 모래밭 위를 걸어갔다. 해비치 해변에서는 모래밭 바깥 쪽을 빙 돌아 걸으며 넓은 해비치 해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드디어 3코스의 종점 해비치해변의 남쪽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어느 새 해가 서쪽으로 훌쩍 넘어가며 하늘을 붉게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종점에는 3코스의 종점과 4코스의 시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해수욕장 사워실 벽에 붙여져 있었고, 그 곁에는 4코스 걷기를 유혹하는 듯 조랑말 모양의 「간세」가 4코스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세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