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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

가을을 즐기며 올레길 2코스 걷기

추석 이틀 뒤, 식구들도 제각기 다시 직장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는 학교도 모처럼 휴업일을 하여 아무 일도 없는 한가한 날이다. 따분하게 집안에서 TV나 보며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 나는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이 날은 제주올레길 2코스를 걸어볼 생각이었다. 지난 겨울에 1코스를 걸은 후에 시간을 못 내어 걸어보지 못하다가 이날이 마침 하루 종일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차를 달려 성산읍 온평초등학교로 갔다. 마침 온평초등학교도 추석연휴에 이은 휴업일이었다. 그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택시를 타고 올레 2코스 시점인 성산포 광치기해변으로 갔다. 


  광치기해변에서 바라보이는 성산일출봉이 잔잔한 바다 위에 우뚝 서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조용한 가을 오전이었다.
 


 

2코스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전 10시 15분.

올레 2코스는 고성리와 성산포를 이어주는 광치기 길 안쪽으로 형성된 내수면을 따라 오조리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내수면을 횡단하여 이어진 뚝방(?) 근처로 광어양식장이 만들어져 있었고, 파란 하늘이 내수면에 내려앉아 내수면도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길은 다시 오조리 내수면 근처 목장으로 이어지면서 내수면을 바라보며 오조리 바우오름(식산봉)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시 내수면 위로 놓여진 다리를 건너면 바로 바우오름이다. 바우오름 주변에는 황근 자생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황근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어떤 황근들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바우오름으로 올라갔다. 바우오름 오르는 등반로는 정상까지 나무와 돌로 계단과 데크 시설을 해 놓고 있었다. 정상에서는 일출봉과 우도까지 가까이 바라보여 경치가 일품이었다. 


 

바우오름을 내려와 다시 이어지는 길은 오조리 마을로 이어지는 내수면 위의 다리. 나무로 데크 시설을 하여 만들어진 다리 위로 잔잔한 내수면 위를 지나 꼬불꼬불 걸어가는 기분이 호수 위의 다리를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다리의 중간 쯤에 갔을까.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가 다리 가운데 앉아 있었다. 가까이 가도 가만히 있기에 조심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몇 번 누르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서야 포로롱 날아간다. 


 

오조리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과 내수면이 붙어 있는 어름에 엣날 마을 사람들이 목욕을 했음직한 큰 물통이 두 칸으로 나누어져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옛날에 여기서 목욕을 했었다고 한다. 


 

올레길은 오조리 마을을 지나 고성리로 계속 이어졌다. 고성 오일시장 앞을 지나고 오일시장과 동남초등학교 사이 사거리에서 길은 꺾여서 서쪽으로 향했다. 조금 더 가서 다시 나오는 사거리, 고성 홍마트 앞을 지나 계속 서쪽으로 이어지면서 수산리로 향하는 시골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고성리와 수산리의 중간 쯤 어딘가에서 길이 꺾여 큰물메(대수산봉) 방향으로 향했다.

큰물메로 향하다가 고성-수산 간 도로를 횡단하여 건너면 길은 큰물메 오름을 보면서 좁은 도로로 들어서게 된다. 


 

오름 앞에까지 이르러 오름 동쪽 기슭의 비포장 소로를 따라 오름의 남쪽으로 이어졌다.

올레길은 큰물메오름 위로 올라가도록 표시가 되어 있었다. 오름의 남쪽에서 등반로를 따라 큰물메로 올라갔다. 


 

큰물메 정상에 올라서자 주변 풍경이 시원히 펼쳐졌다. 날씨가 맑아 먼 풍경까지도 한 눈에 보였다. 지미봉 옆으로 멀리 보이는 바다 너머를 자세히 보자 사수도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큰물메를 내려와 꼬불꼬불한 농로를 따라 걸으며 초가을 농촌 들녘의 풍경을 만끽했다. 간간이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가하게 올레길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농로를 한참 걸어서 드디어 도착한 곳은 혼인지. 옛날 탐라의 고∙양∙부 삼신인이 벽랑국 공주를 맞아 혼인을 올렸다고 하는 곳이다. 신방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는 굴과 그 곁의 연못이 깨끗이 단장이 된 채 잘 보존되고 관리되고 있었다. 


 

혼인지를 지나 온평리 마을 쪽으로 더 가서 차를 세워 둔 온평초등학교까지 갔다. 올레길은 온평 마을 앞 일주도로를 건너 온평 해안으로 이어지고, 온평 포구에서 끝나게 되는데, 난 온평초등학교에서 차를 가지고 나머지 얼마 안 되는 길을 따라 온평 포구 쪽으로 향했다.

온평 포구 바로 동쪽 해안도로에는 환해장성이 잘 보존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환해장성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까지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주 섬의 해안을 따라 쌓은 긴 성으로,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지만 여기 온평리 해안에는 다른 곳보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여 원형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환해장성 근처에는 탐라 삼신인이 바다를 건너온 벽랑국 공주를 이곳에서 맞이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기도 하다. 


 

2코스의 종점인 온평 포구에 다다랗다. 옛날에 테우를 매어두던 작은 포구가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포구가 되었지만 -그 동쪽에 조금 큰 포구가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음- 포구의 모습이 잘 보존되고 있었다. 또 포구 앞과 방파제에는 여러 가지 시설들과 장식들을 만들어 놓고, 이제는 사용하는 포구가 아닌 옛 모습을 보여주는 포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옛 것을 보존하려는 온평 마을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흐믓하였다. 

 


 

제주올레 2코스 걷기를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50분 쯤이 되었다. 2코스 시점부터 종점까지 약 17.5km인데,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