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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이의 글밭

<창작동화> 동박새의 노래 동박새의 노래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숲 속 마을에 봄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직 추위가 다 풀린 것은 아니지만, 봄소식은 찬바람의 틈새를 비집고 나뭇가지에도 전해지고, 땅 속에서 지루한 겨울을 견디며 움트기를 기다리는 풀잎들에게도 전해졌습니다. 홍매화는 벌써 분홍 꽃을 터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성급한 목련은 물을 빨아 올려 가지를 연둣빛으로 바꾸면서 꽃눈을 부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설맞이로 분주한 날, 숲 속 마을에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우렁찬 폭포수가 하늘에서부터 떨어져 큰 웅덩이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가는 곳, 거기 작은 시내 주변에 있는 작은 숲 속 마을은 새들이 모여 사는 마을입니다. 그 숲 속 마을 가운데의 커다란 동백나무로 동박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동박새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동백나.. 더보기
<창작동화> 멧비둘기 둥지 멧비둘기 둥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경민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30분은 족히 걸어야 하는 먼 거리였지만 경민이의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가끔 두 팔을 휘휘 저으며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흉내 내며 달려가기도 하였다. “야, 이경민! 너 왜 그러니?” “이리 와. 우리랑 같이 가게.” 같은 동네에서 학교 다니는 몇 안 되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함께 모여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런 경민이를 보고 불러 세웠지만 경민이는 아이들의 부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달려가다가는 가끔 길가 돌담 위에 앉아 학교 쪽을 바라보며 히죽거리곤 하였다. “쟤. 왜 저러니?” “몰라. 그냥 놔둬. 쟤는 원래 저런 아이잖아. 이거야, 이거.” 6학년인 수철이가 손가락을 머리.. 더보기
<창작동화> 사랑의 빚 사랑의 빚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눈은 이미 나뭇가지를 휠 정도로 가지 위에 내려 쌓이고, 산길을 덮어버렸습니다. “하, 이거 참 큰 일인 걸. 이런 눈 속에서 집에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인 걸.” 젊은이는 중얼거리며 눈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걸을 때마다 무릎께까지 눈에 푹푹 빠졌지만 젊은이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눈길을 헤치며 걸었습니다. “차라리 최 선비님 말씀대로 그 댁에서 하루 밤 지내고 올 걸 그랬나? 아니야. 그러다가 오늘 밤 더욱 눈이 쌓여 집으로 돌아가기가 곤란해질지도 몰라. 집에 사흘치 양식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머님을 걱정시켜 드릴 수는 없어.” 젊은이는 발에 더욱 힘을 주어 눈길을 헤쳤습니다. 젊은이의 등에는 큼직한 쌀자루가 지워져 .. 더보기
<창작동화> 영실이의 봄 영실이의 봄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영실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예쁘다구요? 그럼요. 저도 제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해요. 제 이름을 보니까 여자 어린이냐구요. 아닙니다. 저는 남자입니다. 더욱이 어린이는 아니랍니다. 제 나이는 지금 다섯 살인데, 그러면 유치원에 다닐 나이라구요? 그런데도 저는 어린이가 아닙니다. 저는 사람이 아니라 진돗개랍니다. 제 이름 영실이는 우리 주인 아저씨가 지어주신 것이랍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 중에서도 경치 좋기로 이름난 “영실” 근처이거든요. 그래서 주인 아저씨가 제 이름을 영실이라고 지었다고 해요. 제주도에 오면 1100도로라고 하는 길이 한라산 서쪽 허리를 스치며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해 주고 있어요. 그 길 중간.. 더보기
<창작동화> 축구 못하는 아이 축구 못하는 아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아이들이 번호를 붙이면서 운동장을 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 중에 눈에 띄는 아이가 하나 보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서 눈에 띄는 아이. 그보다는 운동장을 뛰는 아이들이 모두 여자아이들인데 키 큰 그 아이 혼자만 남자아이여서 더 눈에 띄었다. 운동장을 두 바퀴 뛴 아이들이 선생님 앞으로 모였다. “오늘은 우리 학교 선수들이 우승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우리도 축구를 하기로 해요.” “와!”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좋아하였다. “선생님, 편을 어떻게 나눠요?” “음, 전에 나누었던 대로 호랑이팀과 사자팀으로 하도록 하자.” “네, 좋아요.” “선생님, 그런데 진성이는 어느 편이에요”.. 더보기
<창작동화> 키 작은 나무 키 작은 나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닫지 않는 깊은 산입니다. 아마도 곰과 호랑이가 굴 속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사람이 되기를 기다리던 깨보다 더 오래 전부터일 것입니다. 섬 하나를 온통 감싸 안으며 우뚝 솟은 산에는 오랜 세월 동안 나무들이 자라고 시들고 죽고, 다시 또 다른 나무들이 자라고 시들고 죽고 하기를 여러 번이나 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한지 천년이 지났는지 만년이 지났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심지어는 이 곳에 사는 나무들 중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도 이 숲의 역사를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산기슭 어느 숲 한가운데에서 작은 싹이 뾰족하게 솟더니 점점 나무의 모습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힘차게 자라기 시작했습니.. 더보기
<창작동화> 햇살에 눈이 녹듯이 햇살에 눈이 녹듯이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상담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하영아, 하영아!” 선생님의 목소리가 내 뒤를 따라 나오다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난 쿵광거리면서 복도를 뛰어갔다. 거칠게 복도를 뛰어가는 나의 발소리만이 내 뒤를 따라 달려왔다. 운동장 서쪽 편에 있는 수돗가까지 한숨에 뛰어온 나는 수돗물을 콸콸 틀어놓고 쏟아지는 물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카락을 적시고 얼굴로 흘러내리고 목을 타고 가슴으로 기어들어 가려는 듯 했다. 그제야 조금 시원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하영이는 조금 전 상담실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선생님이 뭔데……. 아무 것도 모르면서.’ - 하영아, 어제 윤경이 엄마가 선생.. 더보기
<창작동화> 일어서는 들꽃 일어서는 들꽃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겨울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은 바다 위로 불어오면서 혼자만 설쳐대기에 심술이 났는지 바다를 들깨워 파도를 일으켜 놓고 눈보라까지 몰아왔다. 털보 아저씨가 언제부터 이 곳에 서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아저씨는 바닷가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으로 안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맑은 날엔 한 달음이면 갈 수 있을 것 같던 비양도가 오늘은 파도가 만들어 공중으로 흩뿌려대는 거품 방울들과 눈보라 때문에 멀리 있는 것 같이만 보였다. 비양도 쪽에서부터 일어나 육지를 집어삼킬 듯이 달려들던 파도는 금릉리 해안도로 시멘트벽에 부딪혀서는 콰아─ 소리를 지르며 아스팔트 길바닥으로 허연 거품을 뿌려대고 있었다. 그러나 아저씨가 서 있는 쪽으로는 두두룩이 올라와 있는.. 더보기
<창작동화> 오름 아저씨 오름 아저씨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우리는 그 아저씨를 오름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저씨의 이름이 강달수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그냥 오름 아저씨라고 불렀었는데, 이름을 알고 난 후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달수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우리 둥굴패(넷이서 늘 함께 뒹굴어 다니는 왈가닥들이고 가끔은 짓궂지만 모나지 않게 둥굴둥굴하다고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들은 그 후로도 달수 아저씨보다는 그냥 오름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사실 아저씨는 노총각이어서 아저씨라고 부르면 듣기 싫어했지만 우리 아빠하고도 친구이기 때문에 아저씨라고 불러도 이상할 건 없었다. 우리들이 달수 아저씨를 오름 아저씨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아저씨는 마을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환경학교에서 오름현장학습을 갈 때면 언.. 더보기
<창작동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달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달걀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아이들이 다 돌아간 교실에는 아직도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책상 위에 남아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책상 위에 남아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만치 교문 가까이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얼굴로 공부해서 그런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습니다.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은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날이라면 일주일 후에 봄소풍을 간다는 발표가 있었던 날일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후에 봄소풍을 간다는 말을 들은 것말고도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만든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침 시간. 교실 문을 드르륵 열고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섰을 때 재잘거리던 아이들의 모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