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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

악근내에서 진모살해수욕장까지 올레길 걷기(1)

  (※ 올레 : 제주어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함.)

  며칠 전에 제주 올레길 7코스 중 돔배낭골에서 악근내까지 걷다가 중단했었는데, 다시 시간이 나서 남은 길을 마저 걸어야겠기에 배낭을 짊어지고 나섰다.
  아내가 풍림콘도 동쪽 악근내 다리까지 차를 태워다주고 가 버리자 악근내 하류 쪽으로 내려가서 올레길 걷기를 시작하였다.

  제주도의 하천들은 대부분이 건천인데, 서귀포 쪽에 오면 늘 맑은 물이 끊이지 않고 흐르는 시내들이 있다. 정방천, 연외천(천지연 물줄기), 악근천(악근내), 강정천, 천제천, 대왕수 등이 그것들이다.
  그 중에 악근내는 강정천과 더불어 상수도로 개발되어 서귀포시민들의 젖줄이 되고 있는 시내다.

  악근내 하류가 바다와 만나는 곳에는 맑은 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었는데, 여름이면 이곳은 피서객들의 물놀이 장소가 되고 있는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악근내에서는 바로 풍림콘도 앞마당으로 길이 이어진다.
  풍림콘도 앞마당에는 소나무 숲 사이에 초가로 만든 바닷가 우체국이 세워져 있었다. 풍림콘도 측에서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을 위하여 쉼터를 마련하고 엽서를 무상으로 제공하여 올레길을 걷는 나그네들의 서정을 편지로 써서 지인들에게 전하도록 하기 위한 고마운 배려인 것으로 보였다. 


  바닷가 우체국에 앉아 엽서를 쓰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고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바닷가 우체국에는 엽서를 쓰게 하는 것 외에도 나무 조각에 갖가지 행복한 사연과 사랑의 마음들을 적어서 매달아 놓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중에서도 하얀 고무신에 써 놓은 것이 눈에 띄어 작은 웃음을 머금게 하였다. 

 

 

이어서 강정천으로 들어섰다. 원래의 코스는 강정천의 동쪽 기슭을 따라 찻길로 나가도록 하였지만 나는 강정천을 넘어어서 서쪽 기슭으로 갔다. 맑은 강천천 물이 흐르는 끝자락에 바위섬과 서건도가 보이고 있었다. 


  강정천을 넘어서서 서쪽 기슭에 오르자 여기 저기 노란 깃발들이 장대에 매달려 펄럭이고 있었다.
  내용들은 <해군기지 결사반대>.
  여기서부터 강정포구까지의 해안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있어서 강정 마을 주민들 중 일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기 위하여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흔적이었다.
  어느 것이 옳은지 나 개인의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가슴이 찡해옴을 어쩔 수 없었다. 


  큰길에서 다시 강정마을 골목길로 이어지는 올레길.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질퍽거리고 있었다. 백합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의 지붕에서 응달 쪽으로 떨어지는 물은 커다란 고드름으로 맺혀 있었다. 서귀포 쪽이 이렇게 큰 고드름이 맺힐 정도로 춥지 않은데, 이번 추위는 정말 대단했다. 

 

 

다시 바닷가로 내려가니 강정마을 구럼비 바닷가에도 노란 깃발들이 세워져 있고, 횃불 모양의 조형물, 산호초 모양의 조형물 등이 세워져 있었다. 또 평화우체통이 만들어져 있어서 평화의 마음을 전하는 엽서를 써서 보내도록 해 놓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강정 마을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광들과 바다 속의 동식물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전시해 놓아서 해군기지가 만들어짐으로 인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곳을 지키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쪽으로 조금 더 가니 강정 포구가 나타났다. 작은 포구였지만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많이 매여져 있었다. 이곳 포구에는 해군기지 홍보단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해군기지를 만들려는 측과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측의 두 모습을 모두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파란 바다가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내고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7코스의 종점인 월평포구가 가까워지는 곳의 바위 위에 가마우지와 갈매기들이 가득 앉아있는 모습이 아주 가깝게 보여 망원렌즈로 바꿔 끼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7코스의 종점인 월평포구에 도착하였다.
  월평포구는 앙증맞도록 아주 작은 포구였다. 큰 바위 절벽으로 둘러싸인 안쪽으로 쏙 들어간 곳에 아주 작게 만들어져서 옛날에는 테우(※뗏목배)들 몇 척만이 드나들었을 그곳에 지금은 작은 모터보트와 고무보트 대여섯 척 만이 매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