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다음날 이어지는 토요일, 오전에 지인의 전기감리회사 사무실 개업이 있어서 참석하여 축하해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요즘 올레길 걷기가 한창 유행이라는 생각에 집에서 가까운 올레길 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아내에게 서귀포여고 옆의 돔배낭골 입구까지 태워다 달라고 해서 돔배낭골로 내려갔다. 이날 내가 걸을 올레코스는 올레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7코스인데, 외돌개에서부터 돔배낭골까지는 산책을 하며 여러 번 걸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돔배낭골에서부터 법환 마을 해안을 거쳐 해가 질 때까지 걸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돔배낭골에서 바닷가로는 길이 막혀 일주도로로 올라와 서귀포여고 앞으로 지나 다시 바닷가쪽으로 내려가곤 하는 것이 정해진 코스인데, 나는 무작정 길이 없는 바닷가 절벽 아래를 지나가려고 마음 먹었다. 돔배낭골 바닷가로 내려가자 푸른 서귀포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지고, 파도도 그리 높지 않아 제법 잔잔한 편이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멋지게 솟아있는 바닷가 절벽들이 소나무들을 머리 위에 세운 채 운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동쪽으로는 외돌개의 절벽과 문섬, 섶섬들이……, 서쪽으로는 범섬이 바다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바다를 바라볼 때에 망망한 수평선만 보이는 것보다 그래도 섬들이 몇 점 여기 저기 앉아있는 것이 얼마나 운치가 있는 일인가? 그래서 수평선만 바라보이는 제주시 쪽의 바다보다, 서귀포의 바다는 바닷가에 솟아있는 절벽들 아래로부터 펼쳐지는 푸른 바다 너머 몇 개의 섬들이 앉아 있어 더 아름다운 것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많아 지나가기가 어려운 해안이지만 어릴적부터 바닷가에서 뛰어놀던 실력으로 바위들을 타고 넘으며 절벽 아래의 바닷가 길을 서쪽으로 조금씩 걸어갔다. 절벽 아래로 여기 저기 놓여있는 바위들이 제법 한 경치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조금 가자 절벽 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바닷가 바위 위를 흐르다가 두 줄기 작은 폭포를 만들며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시인 묵객이라도 여기에 오면 한 가닥 나옴직한 곳이었다. 내 목구멍에서도 뭔가 시 한편 나옴직하다가 그냥 쏘옥 들어가고 만다.
계속 이어지는 절벽 아래의 바닷가 바위들……. 어느 곳에선 한참 동안 발을 멈추고 신기해하며 바위에 새겨진 모양들을 살펴보았다. 이집트 피라미드 안의 벽에 새겨졌음직한 상형문자를 여기에 옮겨놓은 듯한 모양들이 절벽의 한 부분을 장식해 놓았다. 이 모양은 뭐, 저 모양은 뭐? 하며 이것 저것 살펴보고 카메라에 담아놓았다.
그 근처에는 바위의 무늬들이 참 여러 가지 모양들이었다. 벌집 모양을 한 것도 있었고, 물결이 흘러간 듯한 모양도 있었고, 삼겹살을 둥글게 말아 잘라놓은 듯한 바위들도 있었다. 하나 하나 모두 여기에서 보여주었으면 좋겠는데, 몇 컷만 아래에 소개하겠다.
절벽 아래 길이 아닌 길을 지나자 서귀포여고 서쪽편에서 내려와 이어지는 길과 만났다. 내가 지나온 돔배낭골의 절벽 아래를 조금 다듬어 올레꾼들이 다니기 편한 길로 만들면 참 인기있는 코스가 될 듯 싶었다.
이제부터는 바닷가를 따라서 만들어진 작은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어느덧 내 발은 법환포구에 다라랐다. 포구 동쪽 언덕 위에는 큼직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근처에 납작한 가건물이 있다. 20여 년 전 전경들과 방위들이 해안을 방어하기 위한 초소로 사용하던 곳인데, 지금은 서귀포의 시인 중의 한 분인 현주하 시인이 기거하고 있는 곳이다. 몇 년 전 이곳에서 몇 몇 문우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시와 문학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나서 다시 올려다보고 그냥 지나쳤다. 현주하 시인은 이곳에서 많은 시를 낳았다. 법환 마을은 문화관광부로부터 해녀마을로 선정되어 해녀들을 위한 여러 가지 시설들이 포구 근처에 들어서 있고, 포구 서쪽편에는 해녀상이 세워져 있다. 포구에서 좀 더 서쪽으로 가면 해녀체험을 할 수 있는 해수풀장이 있고 해녀 탈의실 등 편의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해안도로도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올레꾼들이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범섬 앞 바닷가 바위에 가마우지들이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 렌즈를 300mm 줌 렌즈로 바꿔 끼고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찍었다. 아래 모습이다.
법환 마을과 강정마을의 경계선 쯤에서 올레길이 7-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 있다. 여기서부터 7-1코스를 가려면 제주월드컵 경기장 옆길로 올라가서 고근산을 올라갔다가 뒤쪽으로 내려가서 외돌개로 이어진다고 한다. 중간 중간의 길들은 나의 여름철 운동코스 중에 있어서 걸어가 본 적들이 있지만 코스 전체를 가보지 않아서 언젠간 한 번 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썩은섬(서건도를 이렇게도 부른다)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썩은섬 앞은 지나 해가 지고 있는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풍림콘도가 보이는 바닷가에 올레길은 억새와 갈대밭을 지나 하얀 모래밭으로 이어졌다. 모래밭을 지나 다시 바위 위로 만들어진 길을 지나니 곧 풍림콘도 서쪽편의 악근처 하류에 다다랗다. 해가 바다 너머로 금방 지려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젠 그만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며,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카메라에 담았다.
악근내 동쪽편으로 나오니 그림자도 이미 자러 들어가버려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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