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잔치
꿈꾸는 아이 한 천 민
가을 오름에 잔치가 열렸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잔디가 잔치 마당을 위해 깔렸다.
그 위에 태양이 봄부터 내려준 햇살 선물을 받아먹고 자란 온갖 들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풍악을 울리고 있다.
장맛비로 흙덩이 돌덩이 쓸려 나가 황토를 드러낸 비탈 한 귀퉁이를 여린 뿌리로 붙잡고 버텨낸 쑥부쟁이 줄기 다발에 무더기 무더기 작은 꽃들이 봉오리를 열고,
먹구름이 몰고 온 천둥 번개와 세찬 비바람을 이겨내고 파란 하늘을 기다린 섬잔대는 하늘빛보다 더 파란 꽃색깔을 피워낸다.
여뀌, 패랭이꽃, 이질풀, 쥐손이, 딱지꽃들이 제각기 자기의 빛깔을 내어 가을 잔치에 흥을 돋운다.
억새풀 그늘 아래에 작은 몸짓으로 피어난 야고도 수줍은 미소를 보낸다.
물매화 하얀 꽃은 하얀 향기로, 꽃향유 보랏빛 꽃은 보랏빛 향기를 풍겨 가을 오름으로 손님들을 초대한다.
손님이 되어 초대받은 난 가을 오름의 꽃잔치를 깨뜨리는 것이 송구스러워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걸으며 잔치 구경을 한다.
그러다 잔디 위에 드러눕는다.
올려다보는 가을 하늘이 더 파랗다.
꽃들이 내게 다가와 입맞춤한다.
'꿈꾸는 아이의 글밭 > 시와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위를 걷는다 (0) | 2010.03.27 |
---|---|
야고 (0) | 2010.03.27 |
무엇을 위해 사십니까? (0) | 2010.03.27 |
우도 등대 (0) | 2010.03.27 |
인동꽃 (0) | 2010.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