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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찾아서/제주시 서부권의 오름들

하늘에서 날아온 비양도 탐방과 비양봉 등반

비양봉의 위치

비양봉은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산100-1번지로 주소지를 두고 있는 오름이다.

비양봉이 위치한 비양도는 주소지로는 협재리에 포함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비양도, 혹은 비양리로 부르기도 한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서쪽으로 바다 너머 매우 가까이 보이는 섬이다.

 

이름의 유래

비양도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의하여 고려 목종 5년인 때인 서기 1002년에 화산활동에 의해서 분출하여 생긴 섬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전설에는 중국에서부터 바다에 떠서 흘러오던 섬이 이곳에 와서 멈추었다고 하여 날아온 섬이라는 뜻으로 비양도(飛揚島)’라고 하며, 비양도에 있는 오름이므로 비양봉(飛揚峰)’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두 개의 굼부리가 있기 때문에 큰암메’,‘족은암메라고도 부르고 있다.

 

비양봉을 찾아가는 길

비양봉으로 가려면 먼저 한림항 도항선 선착장에서 비양도를 도항하는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도항선은 하루에 네 편(한림항비양도 09:00, 12:00, 14:00, 16:00, 비양도한림항 09:16, 12:16, 14:16, 16:16)이며, 15분 정도 소요된다.

비양도 포구에 내리면 비양봉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약 440m를 가면 등반로가 시작되는 계단 앞에 이른다.

 

오름을 오르며

봄의 한가운데인 5월 중순의 어느 토요일에 비양도를 찾아갔다.

한림항에서 도항선을 타니 약 15분 정도 만에 비양도 포구에 도착하였다.

포구에 내리니 바로 눈 앞에 비양봉이 우뚝 솟아있었다.

 

비양도 포구에는 비양도 생성 과정에 대해서 돌판에 새겨 놓은 글이 있었다.

 

[해설문

고려 목종 5(서기 1002)6월 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았는데, 산에는 네 개의 구멍이 뚫리고 붉은 물을 5일 동안 내뿜다가 그쳤다. 그 물은 모두 용암이 되었다. 10(서기 1007)년 서산이 바다 가운데에서 솟아오르니 태학박사 전공지를 보내어 살피게 하였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이 처음 솟아오를 때 구름과 안내가 자욱하고 땅이 천둥처럼 진동하였는데 일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개었다. 산 높이는 100여장이고 둘레는 40여리나 되었다. 풀과 나무가 없었고 연기가 그 위를 덮었는데 마치 석류황같이 보였다. 사람들이 두려워 감히 가까이 가려 하지 않자 공지가 몸소 산 아래까지 가 그 형상을 그려서 바쳤다고 한다.(신증동국여지승람 권38. 제주목, 고적

謹薺 金順謙 글씨 쓰다]

 

비양봉으로 향하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돌담과 어촌 마을의 지붕 위로 비양봉이 또 하나의 지붕인양 솟아 있었다.

 

비양봉 등반로 입구로 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을 한 좁은 길이었고, 길 주변으로는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는 사이로 갯무가 연보랏빛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있었다.

 

등반로는 시작부터 중턱의 갈림길까지 대부분 나무 데크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일부는 폐타이어 깔개를 깔아놓고 있었다.

 

계단길로 올라가니 이어서 폐타이어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폐타이어 길로 걸어가노라니 눈 아래로 협재 해수욕장과 비양도 사이의 바다가 푸른빛으로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올라가는 중간의 등반로 좌우편에 산뽕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마침 오디가 까맣게 익어가는 계절이어서 등반하던 사람들이 오디를 따먹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몇 알 따먹었다. 까만 오디가 입안에서 달콤한 맛으로 살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오름 중턱에 올라서자 등반로가 올라왔던 길 외에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한 쪽은 큰 굼부리인 큰암메동쪽편 능선을 따라 정상부로 향하는 길이었고, 다른 쪽은 큰암메 남쪽을 지나 작은 굼부리인 족은암메서쪽편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었다.

 

먼저 동쪽편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등반로로 향했다.

 

2분여 쯤 올라가자 데크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대나무 숲 사이로 등반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대나무 숲은 등반로를 가득 덮어서 숲터널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대나무 숲을 지나니 곧바로 전망대였다. 전망대에서는 동쪽으로 한림읍 일대와 한라산까지 시원하게 조망되었고 구름이 끼어서 훤히 볼 수는 없었지만-, 한림항의 모습과 그 앞의 바다는 이날따라 회색빛 돗자리를 깔아놓은 듯하였다.

 

전망대를 지나자 나무 사이로 등대가 서 있는 정상부가 다가왔다.

 

정상부를 향해 올라가면서 살펴보는 주위 풍경들은 남쪽으로 깊은 굼부리는 울창한 나무로 덮여 있었으나, 정상부에 가까운 등반로 주변에는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이기지 못한 탓인지 붉은 흙과 송이들이 앙상하게 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에는 하얀 등대가 거센 바닷바람을 맨 몸으로 맞으면서 우뚝 서 있었다.

오름 아래쪽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던 바람이 정상에 올라서자 매섭게 휘몰아치고 있어서 등반객들도 옷을 두껍게 입고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정상부는 막힘이 없어서 사방의 풍광을 가감 없이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바다 너머 한림읍 일대의 풍광들과 이쪽 저쪽 등반로의 모습들이 모두 다 내려다보였다.

 

내려가는 길.

족은 암메인 작은 굼부리 서쪽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로 내려가노라니, 비양도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과 그 앞의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내려다보였다.

 

작은 굼부리 바깥쪽을 돌아서 다시 남서쪽의 작은 봉우리를 지나고 남쪽 봉우리를 향해서 가는 길에 북쪽편으로 큰 굼부리와 족은 굼부리를 갈라놓으면서 능선을 따라 정상부로 향하는 길이 보였다. 그러나 그 길은 약간 이어지다 말고 정상부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남쪽편의 봉우리로 올라서니 이어서 내리막길, 내리막길의 끝에는 먼젓번에 올라온 등반로 끝의 두 갈래 길로 연결되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올라왔던 등반로를 따라 오름을 내려갔다.

 

오름을 다 내려온 다음에는 이어서 등반로 입구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길로 걸어가니 비양도 둘레를 도는 시멘트 도로로 내려갈 수 있었다.

 

둘레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바다는 약간 흐린 하늘 아래에서 잔물결을 일렁이고 있었다.

 

서쪽 어느 지점에 이르니 큰 코끼리 한 마리가 바다 위에 서 있었다. 커다란 코를 물 속에 내려서 물을 빨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코끼리는 오랜 세월 이곳에 서 있으면서 작은 나무와 풀들에게 등을 빌려주고, 갈매기들에게도 머리와 등을 쉼터로 내주어서 그들의 배설물로 몸이 하얗게 뒤덮여도 화를 내는 일이 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

 

둘레길 북쪽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바위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길 주변에 이곳에서 나오는 자연석을 인위적으로 놓은 것들도 있었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조간대에 남아 있는 바위들도 있었다.

 

이 일대의 바위들을 [호니토(Hornito)]라고 하는데, 전문적인 지질학적 용어여서 나의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서 그곳의 안내판에 써 있는 대로 그대로 이곳에 옮겨 적어 놓았다.

 

[제주 비양도 호니토

Hornito of Biyangdo Islet, Jeju

천연기념물 제439

소재지 :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산127번지 외 인접해안

1002년 분출한 화산으로 사서에 기록된 비양도는 가장 최근에 분출한 화산체로 화산지질학적으로 흥미로운 섬이다. 특히 섬 속에는 분석구인 비양봉과 화산생성물인 호니토(Hornito), 그리고 초대형 화산탄들이 잘 남아있어 살아있는 화산박물과이라 한다. 호니토는 용암류 내부의 가스가 분출하여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로 보통 내부가 빈 굴뚝 모양을 이루며 이곳에서만 관찰된다. 비양도에 분포하는 40여개의 호니토 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호니토는 높이 4.5m, 직경이 1.5m, 애기 업은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애기 업은 돌로 불리는 바위이다.

호니토 분포지의 서쪽 해안은 제주도 최대의 화산탄 산지로 직경 4m, 무게 10톤에 달하는 초대형 화산탄들이 바닷물에 잠겨 발견된다. 화산탄은 화산활동 중에 터져 나와 화구 주변에 쌓이는 것이므로 화산탄 부근에 화구가 존재해야 한다. 화산탄 주변에 남아 있는 일부 분석구와 층리의 경사 방향을 통해 비양봉이 아닌 바다쪽에 다른 분석구가 존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은 바닷물에 의해 분석구가 모두 깎여 볼 수 없고 무거운 화산탄만이 그 자리에 남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호니토 분포 지역을 지나니 돌을 쌓아올려 만들어진 작은 구조물. 이건 얼마 오래지 않은 과거에 전투경찰들과 방위병들이 바다 쪽을 감시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초소 흔적이었다.

그래, 이런 것도 그냥 허물어버리지 말고 역사의 작은 흔적이라 여기고 보존하는 것이 좋겠지.

 

다시 빙 돌아서 동쪽편 길을 걸어 포구 쪽으로 향하는 길.

조금 더 가니 해수 연못이 펄랑못에 도착하였다.

펄랑못은 비양봉 동쪽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연못으로, 이곳의 물은 대부분 바닷물이 유입된 것이지만, 담수도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손가락에 찍어서 살짝 맛을 보니 밍밍하면서도 살짝 짠 맛이 느껴졌다.

 

펄랑못 주변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포구 쪽으로 향했다.

펄랑못 서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비양봉이 더욱 정겹게 보였다.

 

포구 쪽에 다시 도착하니 2015년에 이곳에서 제작한 20부작 SBS 드라마 <봄날>의 제작 기념비가 필름 영사기 모양으로 만들어져 세워져 있었다.

 

배 시간까지 많이 남아 있어서 비양분교를 찾아갔다.

공휴일이어서 학교 문은 잠겨 있었다. 작은 운동장은 잔디가 깨끗하게 깔려 있었고, 나무와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포구로 나와서 기다리다가 오후 416분에 출발하는 도항선을 타고 비양도와 작별을 하였다.

 

위치 :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지경(비양도)

굼부리 형태 : 복합형

해발높이 114m, 자체높이 104m, 둘레 2,023m, 면적 260,428

 

오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