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7코스와 8코스를 걸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9코스를 가볼 요량이었다.
9코스는 대평포구에서 화순항구의 화순선주협회사무실 앞까지이다. 작고 아름다운 포구인 대평포구를 출발하여 박수기정을 지나고 몰질을 지나 볼래낭길을 거쳐 황개천을 건넌 다음 화순화력발전소 뒤쪽을 경유해서 화순항구의 입구에 있는 화순선주협회 사무실까지 가는 코스다. 또 이 코스는 황개천 입구에서 화순선사유적지를 거쳐 진모르동산을 지나서 가세기마을로 갔다가 화순 입구 사거리에서 임항도로를 거쳐 화순선주협회 사무실로 가는 두 갈래 코스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9코스 종점인 화순 선주협회사무실로 먼저 차를 몰고 가서, 거기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택시를 타고 9코스의 출발점인 대평포구로 갔다. 택시비가 7,000원이 나왔다.
점심 시간이 될 무렵이라 점심을 먹고 가야 도중에 힘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자리물회를 든든히 먹고 출발하였다.
벽화로 아름답게 꾸며진 대평포구와 박수기정으로 향하는 길에서 바라보이는 바다 풍경이 한 폭의 풍경화였다.
원래 정해진 코스는 박수기정 절벽 위를 지나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코스로 알고 있었는데, 코스가 조금 변경된 것 같았다. 중간에 토지 주인의 요청으로 원래 정해진 코스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안내되어 있었고, 다른 길로 가도록 안내 되어 있었다.
어쨌든 정해진 길을 따라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산길에 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풀내음이 짙겨 풍겨왔다.
산길의 중간에 걸음을 멈추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이 있었다. 산일엽초인지 석위인지의 군락지를 누가 몰래 파갔는지 일부분이 크게 훼손되어 있었다. 누구의 짓인지 알기만 하면 혼내주고 싶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자연을 벗하며 걷는 올레꾼은 분명 아닐 터, 이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인근 주민일 것이다.
훼손된 부분이 빨리 복원되기를 바라며 다시 새 소리가 들리는 산길을 걸었다.
녹음이 짙게 우거진 산길에서 스치며 만나는 다른 올레꾼들을 만날 때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한적한 길에서 다른 올레꾼을 만나면 정말 반가워 먼저 인사가 나온다.
몰질에서 볼래낭길로 내려가는 입구에 구제역 때문에 임시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볼래낭길로 내려가는 곳은 사유지인 목장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었다.
코스를 돌려 월라봉 앞쪽의 길로 올라갔다.
이왕 이 길을 걷는 김에 월라봉을 오를까 하다가 그냥 정해진 코스대로만 걸어가기로 하였다.
월라봉 앞을 지나고, 감산-대평 간 도로로 나온 후 안덕계곡 다리 쪽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안덕계곡 시내가 흐르고 있는 쪽, 감산 마을 남쪽의 길로 들어섰다.
지나는 길에 개사상자 열매, 광대수염, 미국쥐손이풀, 멀구슬나무꽃, 줄사철나무들도 찍으며 천천히 걸었다.
배고픈 다리를 지나서 감산마을 남쪽 소로를 따라가다가 올레길에서 벗어나 안덕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다.
안덕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도록 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데크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은지 데크 위로 잡초들이 자라고 있었고, 나뭇가지들이 길게 뻗어나와 덥혀서 조금 헤치고 허리를 숙이며 데크길로 내려가 보았다.
시내에는 큰 바위들이 듬직듬직 놓여 있었고, 그 바위들 사이로 계곡 물이 졸졸 맑게 흐르고 있었다.
잠시 쉬고 다시 발길을 돌려 걸었다.
어느덧 길은 화순 마을 입구의 일주도로 근처로 연결되었다. 일주도로로는 올라가지 않고, 그 옆의 소로를 따라 다시 계곡 서쪽으로 만들어져 있는 길로 올레길은 이어지게 되어 있었다. 다시 그 길에서도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길래 내려가 보았다.
그랬더니 먼저 내려가 보았던 계곡의 풍경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 양옆으로 절벽이 높이 솟아 있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계곡의 풍경을 감상하며 더위를 식힌 다음 마지막 길을 걸어 9코스의 종점인 화순항구 입구의 화순선주협회 사무실 앞에 도착하였다.
이번 9코스 걷기는 박수기정을 지나 볼래낭길을 거쳐 황개천 쪽으로 가는 원래의 코스로 가지 못한 것이 조금 섭섭하기는 하였지만, 구제역이 끝나면 다시 그 길을 걸어보리라 다짐하며, 세워두웠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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