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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이곳 저곳을 찾아서

이중섭거리, 그리고 청소년 축제

   토요일,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차를 조금 손봐야 될 부분이 있어서 서귀포 시내의 카센터에 들렀다. 그런데 수리를 마치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마냥 거기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근처의 이중섭 거리를 찾았다.

전부터 이중섭 거리와 이중섭 거주지, 이중섭 미술관을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이중섭은 일제의 암울했던 시절과 6.25전쟁의 참혹한 시기, 그리고 그 이후에 활동했던 화가이다. 그는 6.25 전쟁이 일어나자 제주도로 피난을 와서 서귀포에서 약 1년 여간 거주하였다. 그가 거주하던 곳이 현재 이중섭거리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초가집이다. 


  이중섭은 피난 시절인 이 시기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 중의 한 시기이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그 어려웠던 피난민 시절에 후세에 길이 남을 훌륭한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던 것이다.

 


서귀포시에서는 이중섭이 거주하던 초가집과 그 일대를 매입하여 초가집을 보존하고, 그 근처에 [이중섭미술관]을 건축하고 주변을 공원화 하였다. 그리고 서귀포 매일시장 앞 사거리에서부터 솔동산 입구 사거리까지의 도로를 [이중섭거리]로 명명하여 특성화 거리로 조성하였다. 그 거리는 이제는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어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마침 그 날 자동차 수리를 맡기고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이중섭거리를 찾았을 때에는 청소년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이 축제는 <2010년 제12회 비전21 청소년 축제>라는 제목으로, 이날의 축제 타이틀은 『끼 & 문화 청소년 올레』였다. 주최는 서귀포시에서 하고, 서귀포시청소년수련시설연합회와 서귀포시청소년포탈에서 주관하여 열리고 있었다.

좁은 거리에는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축제를 구경하며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청소년축제라는 이름답게 그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역시 청소년들이었다.

 

 

  행사일정표를 받아서 프로그램을 여기에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 체험마당 - 토끼랑 친구하기, 오카리나∙호신술 배우기, 자연공작, 한지공예, 페이스페인팅, 매직풍선, 독서대 만들기(옷걸이 이용), 리본공예, 네일아트, 동아리 거리공연 체험
  • 전시마당 - 전통초가 모형 전시, 만화캐릭터 그림 전시
  • 먹거리 마당 - 솜사탕, 음료카페
  • 문화존 선포식 - 사물놀이 ‘마로’ 길트기 및 축언덕담
  • 끼 경연대회 - 끼를 가진 청소년들의 공연

팸플릿을 들여다보았더니, 위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곳에서는 6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셋째주 토요일을 이 행사를 하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청소년축제를 구경하며 이중섭거리를 따라 이중섭미술관 쪽으로 천천히 걸어내려갔다.

서귀포에 살면서도 한동안 여기에 온지 꽤 오래 되어서 다시 와 보았더니, 거리의 모습이 확 달라져 있었다.

거리의 장식들이 이중섭의 그림을 소재로 하여 꾸며져 있었다. 인도에는 돌을 네모나게 잘라서 깔아 놓았는데, 특이한 것은 돌에 이중섭의 그림을 새겨놓은 것이었다. 뿐만이 아니라 하수구의 뚜껑까지도 이중섭의 그림을 새겨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서귀포시에서 이 거리를 특성화 거리로 조성하느라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아이디어를 짜내었는지 가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거리의 일부 구간에는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벽면을 따라 여러 가지 작품들을 전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중섭미술관 입구에는 60, 70년대의 극장이었던 관광극장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폐허로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던 것을 거리의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거리에서 보이는 쪽을 옛날의 극장 모습으로 꾸며 놓고 있었다. 그래서 거리에서 볼 때에는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해서 좋았는데, 원걸. 나중에 이중섭미술관 옥상에 올라가서 그 건물을 보았더니 지붕이 낡아서 헐어 떨어진 채로 방치되고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미술관의 옥상에서 바로 앞에 내려다보이는 건물의 모습이 폐허가 되어 있는 채로 방치되지 않도록 서귀포시에서 빨리 어떤 조처를 내려야 할 것 같았다. 미술관 안내하는 곳에서 이 건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더니 개인소유라서 서귀포시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중섭이 거주하던 초가집을 둘러보았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서 50년대 초의 서귀포 지역의 생활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미술관을 찾아갔다. 미술관 마당 한켠에는 기념조각이 세워져 있었고, 이중섭의 모습을 새겨놓은 기념비 아래에는 이중섭이 썼다고 하는 시 한편이 새겨져 있었다.

 


  전문을 여기에 소개한다.

 


     소의 말
 
          李仲燮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전시실 안에는 이중섭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바깥 로비의 모습과 소의 그림 모조품이 걸려 있는 부분만을 찍었다.


 

옥상에 올라가 보았더니 서귀포 시내의 남쪽 부분과 앞바다가 훤히 보였다.

지금은 양옥 건물들과 빌딩들이 높이 들어서 있지만 이중섭이 거주하던 시절에는 야트막한 초가집들만이 있었던 때라 바다가 더 가까이 다가와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중섭은 이 시절 바다와 관련되는 그림들을 유독 많이 그린 것으로 보인다. 섶섬 풍경, 게와 아이들,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 등등…….

 


두어 시간 동안 이중섭거리와 이중섭 거주지, 미술관 등을 돌아보고 여기 소개하기는 했지만 뭔가 소개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소개가 부족한 것은 아래 지도로 대신하고,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이 지도를 보고 직접 찾아가서 보는 것이 더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