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09년) 12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선생님들과 함께 부산, 경남 쪽을 몇 군데 돌아보고 왔다.
미리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비행기표 구하기가 어찌나 어렵던지, 일곱 명이 가는데 두 번에 나누어서 가야 했다.
나는 앞의 비행기로 출발해서 김해공항에 내린 후 다음 편 비행기로 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예약해 둔 렌트카를 받아 살펴보고 준비를 하다 일행들이 모두 온 다음 공항을 빠져나왔다.
처음 간 곳은 창녕 주남저수지. 그러나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은 이미 문을 닫아버렸고, 저수지 위로 쌀쌀한 겨울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하였다. 둑방 위에 올랐다. 억새와 갈대가 둑방을 따라 주욱 늘어서서 조용한 저수지를 굽어보고 있었다. 저수지 너머 마을의 불빛이 저수지에 비쳐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고, 청둥오리들이 어두워지는 호수 위로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부곡에서 1박.
다음날은 느지막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우포늪으로 향했다.
자라고 있는 농작물이 없어 휑하니 비어있는 농촌의 논밭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몰아 찾아간 우포늪. 추운 겨울이라 그런가 찾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주차장에는 달랑 우리가 몰고 온 차 한 대 뿐.
관리소를 지나 우포늪으로 향했다. 아직 해가 땅을 데워주기 전이라서 칼바람같은 차가운 공기가 늪에서부터 몰려와 모자를 깊숙이 눌러 섰다.
갈대가 무성한 진입로를 따라 늪에 다라라보니 넓은 늪이 온통 얼음이 얼어 있었다. 늪의 가운데에 얼음 위에 하얀 물체들이 가득 떠 있어서 무엇인지 몰랐는데,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어 당겨보았더니 온통 하얀 새들이다.
추운 겨울이지만 깨끗한 늪이라고 해마다 찾아와 주는 철새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1998년 람사르 등록 습지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우포늪이 앞으로도 더욱 깨끗하게 보존되어 아름다운 환경을 후손들에게도 물려주어야하겠다.
얼음이 어니 신난 여선생들이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탄다.
전망대로 올라가 관찰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찾아간 곳은 밀양 얼음골.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이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했다고 하는 동굴도 얼음골에 있다고 한다.
여름이면 얼음이 얼고, 겨울이면 얼음이 녹아버린다고 하는 곳을 겨울에 찾아왔으니 얼음이 보일 리가 없다. 여름에 얼음이 어는 곳에는 그냥 돌무더기들만 휑하는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조금만 옆으로 가면 다른 골짜기에는 얼음폭포가 만들어져 있어서 그나마 겨울에 얼음을 볼 수 있어서 어린아이마냥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댔다.
얼음골을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사먹은 얼음골 사과. 시원하고 달콤하니 맛이 좋아 한 상자를 사서 택배로 집에 보냈다.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기장군에 있는 해동용궁사.
바닷가 절벽 위에 멋들어지게 지어진 절이었다. 경치가 일품이었다. 멋진 경치 덕인지 관광객들이 참 많았다.
해동용궁사를 구경하고 나오니 둘째 날의 해가 이미 떨어져 있었다. 서둘러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의 펜션을 찾아 가서 둘째 날 밤의 잠을 청했다.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부산에서 교감으로 있는 대학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출근하는 중이라며 학교가 가까운데 있단다. 네비게이션의 도움으로 학교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신곡초등학교.
학교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동창의 안내로 해운대초등학교와 남천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고마운 동창. 부산 신곡초등학교 교감 홍○○.
오전을 학교 방문으로 보내고 나서 오후에는 태종대로 향하였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걸어서 태종대를 구경하였었는데,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태종대의 경치를 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었다.
배가 떠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갈매기들이 배를 쫓아 날면서 배에 탄 관광객들이 새우깡을 던져주면 받아먹곤 하였다. 관광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멋진 풍경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갈매기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물 속으로 내리꽂히며 스스로 물고기들을 잡아먹곤 해야 할 갈매기들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맛을 들여 갈매기임을 포기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 갈매기처럼 높이 날며 스스로 먹이와 꿈을 찾는 갈매기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입맛이 쩝쩝)
태종대를 뒤로 하고 복잡한 부산 시내 길을 지나 쭉 뻗은 도시고속도로를 달려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