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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이곳 저곳을 찾아서

내 고향 서귀포 보목동 풍경(2)

  내 고향 서귀포시 보목동의 풍경들을 두 번째로 소개한다.

  며칠 전 교회가 끝나고 시간이 나길래 어린 시절 놀던 곳들을 찾아 사진에 담아보았다.

  누구에게나 어릴 때 뛰어놀던 추억의 장소들이 그리운 법인데, 내게도 어릴 때의 추억이 듬뿍 담겨 있는 곳이 있다.
  "내 놀던 옛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늘 생각나는 그곳. 고향 보목동 국들왓동네 "큰갯물동산" 바다와 섶섬이 한 눈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닷가의 언덕이다.
  초등학교 때의 어린 시절. 나는 여름방학 때엔 눈만 뜨면 집 근처의 큰갯물이라는 작은 포구로 달려가곤 했다. 그곳에서 동네 친구들과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곤 했는데, 바다에서 놀다가 싫증이 나면 바로 옆의 큰갯물동산으로 올라가서 온 동산을 휘돌아다니며 병정놀이를 하곤 했다. 

<큰갯물포구-지금은 포구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큰갯물포구 오른쪽의 언덕이 큰갯물동산이다.>

 

   그 시절엔 그 동산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큰 바위들이 군데군데 있고, 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아래에는 솔잎들이 얕게 깔려 있을 뿐 잡목이나 잡초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당시에는 변변한 땔감이 없었기 때문에 작은 나무들은 땔감으로 동네 사람들이 다 베어갔고, 솔잎들까지도 긁어가곤 하였던 데다가, 온 동산을 아이들이 휘저어다니며 뛰어놀았기 때문에 잡초들이 자라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학교 공부로, 학원으로 바쁜 아이들이 놀 겨를이 없는데다가 컴푸터라는 다른 놀잇감이 많이 아이들이 이제는 이 동산에서 놀지를 않아서, 또 지금은 가스라는 좋은 연료를 사용하는 세상이 되는 바람에 이 동산은 잡초와 잡목이 무성한 동산이 되어 있었다. 

<잡초와 잡목으로 무성한 큰갯물동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뜨고 있는 제주올레길 6코스가 이 동산을 통과하여 지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나마 조금 만들어져 있었다. 

<큰갯물동산의 올래길>

 

<큰갯물동산 앞의 바닷가>

 

  큰갯물동산에서 발길을 돌려 큰갯물포구 동쪽의 언덕인 연대기동산으로 갔다.
  연대기동산은 조선시대 때 봉화를 올리던 연대가 있던 곳이라 하여 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연대기동산에서는 제지기오름과 섶섬뿐만이 아니라 마을 앞의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큰갯물동산에서는 마을 서쪽편 바닷가의 모습이 모두 보이는 반면, 연대기동산에서는 마을 동쪽편 바닷가의 풍경이 모두 펼쳐져 보인다. 

<연대기동산에서 바라보이는 풍경>

 

<연대기동산에서 바라보이는 제지기오름>

 

<연대기동산의 기암괴석과 그 너머 바라보이는 배개포구 방파제>

 

<연대기동산 동쪽편 바닷가의 기암괴석들과 그 너머의 배개포구 방파제>

 

<연대기동산에서 바라보이는 섶섬>

 

<연대기동산에서 바라보이는 섶섬>

 

   연대기 동산 옆의 절벽 아래에는 독개통이라는 곳이 있다. 독개는 제주말로 새우를 뜻하는데, 어째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나 아마도 이곳에 작은 새우들이 많이 살았던 듯하다. 이곳은 어린 시절 큰갯물 포구에서 헤엄치며 놀 때에 여기로 와서 친구들과 이 통 안에서 잠수를 하기도 하고, 이곳 바위에 앉아 낚시를 하기도 하던 곳이다. 

<왼쪽 아래 작은 웅덩이가 독개통>

 

 

 

  다시 발길을 돌려 배개포구로 가는 길에는 정수내를 지난다. 정수내는 맑은 물이 솟아나오는 우물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이 우물의 물을 떠나 마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침 정수내의 모습을 찍고 있는데 쇠백로 한 마리가 내 가운데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우물을 사용 안한 후에 더러워졌던 내가 다시 깨끗한 모습을 되찾아서 새들도 먹이를 찾으러 이곳으로 온 듯했다. 

<나무가 우거진 정수내 길>

 

<정수내의 모습>

 

<정수내에 날아온 쇠백로>



  배개포구에는 아직도 조선시대에 세워져 등대 역할을 했던 도대불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자리돔을 잡던 뗏목배인 "테우"가 원형 그대로 보존된 상태에서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배개포구의 모습>

 

<배개포구의 도대불>

 

<자리돔 잡이를 할 때 사용했던 테우>


  배개포구의 모습을 찍은 나는 마을 외곽 길을 따라 야생화를 찍으며 내가 공부하던 보목초등학교로 가서 그 모습을 역시 카메라에 담았다. 

<보목초등학교 전경>

  아래 사진은 내가 다니는 보목교회의 모습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을 동구밖으로 차를 몰다가 아름답게 펼쳐진 마을의 야자나무 가로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차를 멈추었다.
  제주도의 마을 중에는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마을은 아마도 보목마을 밖에 없을 것이다.
  야자수 가로수가 길 양쪽으로 사열을 벌이고 있는 길로 자동차들이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야자수 가로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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