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내 조상들이 300여 년 동안 터를 잡아 대대로 살아온 곳이고, 내가 태어난 곳이고, 내게 어린 시절을 자라게 한 곳이고, 꿈을 키워준 곳이다. 그래서 내 고향은 내게 있어서는 아버지와도 같고 어머니와도 같은 곳이다.
내 고향은 서귀포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4km 쯤 되는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농어촌 마을이다. 서귀포의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유명한 정방폭포 입구를 지나 동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서귀포 칼호텔이 나오고, 칼호텔 북쪽편 길로 계속 가면 바로 마을이 나온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서귀포 앞바다에는 섶섬, 문섬, 범섬 등 세 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동쪽에 있는 섶섬 앞에 있는 마을이다.
바로 [서귀포시 보목동]이다.
보목동을 소개하려면 먼저 제지기오름과 섶섬을 소개해야만 한다.
[제지기오름]은 마을 동쪽편에 있는 해발 94.8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85m인 그리 높지 않은 작은 화산체이다.
제지기오름의 이름은 옛날 오름 중턱에 바위굴이 조금 뚫린 곳에 절(사실은 작은 암자)이 있었고, 그 절을 지키며 염불을 하는 스님이 한 분 살았다는 것에서 유래하여 "절지기오름"이라는 말이 변형되어 "제지기오름"으로 되었다고 한다.
오름에 오르면 남태평양이 시원하게 보이고, 그 바다 위에 동쪽으로는 지귀도, 마을 바로 앞에 섶섬, 서귀포 시내 앞바다의 섶섬, 서쪽편의 범섬까지 훤히 보인다. 뿐만 아니라 동쪽과 서쪽의 마을 풍경들도 멀리까지 보인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라산이 더 가깝게 다가와 보인다.
[섶섬]은 보목 마을 앞바다에 위치한 섬으로 "숲섬", 또는 "삼도(森島)"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변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가 약 450m 정도 되며. 면적은 0.1㎢이며, 동서 길이 630m, 남북길이 380m로 긴 타원형을 이루고, 마을 앞에서 보면 부드러운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섬이다. 섬의 가장 봉우리의 높이는 155m로 제지기오름보다 훨씬 높으며, 경사가 급하고 섬의 남쪽편은 높이 50m의 깎아지른 듯한 주상절리(柱狀節理)가 형성되어 있다.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 섬에는 180여 종의 난대식물이 무성한데 그중에서도 파초일엽(芭蕉一葉:꼬리고사리과의 상록다년초)은 한국에서도 이 섬에서만 자라는 식물로 천연기념물 제18호인 제주도 삼도 파초일엽 자생지(濟州道森島芭蕉一葉自生地)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이 섬과 관련된 전설로는 용이 되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이무기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는데, 이무기가 슬피 울면 섬 위에 구름이 낀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섶섬의 동쪽편 바다면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50m 쯤 올라가면 뾰족한 바위가 솟아 있는데, 이 바위의 모양의 붓을 세워놓은 것 같다고 하여 [문필봉]이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보목 마을에는 문필봉의 정기를 이어받아서 선생님들이 많이 배출되고, 큰 문장가도 나온다고 하는 이야기들이 전해지는데, 실제로 보목 마을에는 다른 마을에 비해서 유독 교사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기도 한다. 또 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그 중에서 이 블로그의 주인인 나(꿈꾸는 아이)도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시를 쓰기도 하니까 전해지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곳이 마을에서도 섶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집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에는 늘 섶섬을 보면서 자랐고, 친구들과 섶섬까지 튜브를 타고 헤엄쳐 왔다갔다 하기도 했던 어릴 적 삶의 터전이기도 했던 곳이니까, 섶섬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섬이기도 하다.
자, 이제 장황한 설명은 그만 하고, 그 동안 찍어 놓은 사진을 바탕으로 하여 간략하게 얘기해 나가겠다.
아래 사진은 [큰갯물]이라는 작은 포구로 내가 어릴 시절 여름철이 되면 눈을 뜨면 이곳에 가서 하루 종일 몸을 새까맣게 태우며 놀던 곳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곳에 테우(통나무를 엮어 만든 제주 고유의 뗏목배)가 많이 있어서 자리돔 잡이를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배나 테우가 없고 돌을 쌓아올려 만든 작은 방파제도 많이 허물어진 쓸쓸한 포구로 변해 버렸다.
그래도 이곳에 오면 어린 시절이 추억되어 코끝이 찡해지곤 한다.
어느 여름, 초등학교 2학년 때에는 이곳에서 놀다가 큰 파도에 휩쓸려 멀리까지 떠내려갔던 적이 있었는데(아래 사진에서 왼쪽의 바위들 중에 가장 오른 쪽에 바다 위에 작게 솟아있는 작은 바위 근처보다 조금 더 떠내려갔었음), 그 때 사촌형이 나를 살리기 위해 헤엄쳐 왔었고, 나는 살기 위해 사촌형의 목에 꼭 매달리는 바람에 둘 다 죽게 되었는데, 동네 어른들이 헤엄쳐 와서 건져 주어 살아난 기억이 있다. 그 분들은 이제 다 돌아가셨지만, 늘 그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큰갯물에서 바닷가를 따라 나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동애기]라는 곳이 나오는데, 아래 사진은 큰갯물과 족은동애기 사이의 멋진 바위들이다. 바위 위쪽으로 멀리 지귀도라는 섬이 보인다.
가을이 되면 이 근처 길가에 억새꽃도 흐드러져 검은 바위들과 어울어져 춤을 추곤 하는 멋진 풍경들이 연출되곤 한다.
여기서 다시 눈을 돌리면 바로 보이는 것이 섶섬이고(아래 사진),
섶섬 앞의 해변이 [동애기]라는 곳이다. 동애기는 여러 가지 모양의 검은 바위들이 이곳 저곳에 솟아 있고, 검은 돌덩이들로 가득 덮여 있는 해변으로, 밀물 때면 물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면 아래 사진처럼 검은 돌덩이들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썰물 때가 되면 이곳으로 와서 고매기(작은 고동 종류 )를 잡기도 하는 곳이다.
동애기에서 한 참 서쪽으로 가면 [구두미]라는 곳 근처 해변에 제주대학교 해양대학 임해연구소가 있는데, 이제 소개할 곳은 임해연구소 아래쪽 바닷가에 있는 [소래] 풍경을 소개하겠다.
어떤 사람들은 이곳을 [소천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원래는 이 이름이 아니었으나 여러 사람들이 부르다 보니 이제는 소천지로 이름이 굳어진 것 같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소래에 가면 용암이 바다로 흘러가면서 만들어낸 바위들이 있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긴 띠처럼 생긴 바위이다.(아래 사진의 가운데 긴 선처럼 생긴 것)
이 바위와 주변의 바위들로 둘러싸인 곳에 작은 호수같이 생긴 바닷물 웅덩이가 있는데, 띠처럼 생긴 이 바위가 있어서 이 웅덩이가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돌아서서 다른 방향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아래 사진 같은 풍경도 연출되고
좀 더 가까이 렌즈를 당기면 또 다른 풍경도 연출되곤 한다.
이곳에서 찍은 풍경은 정말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내 솜씨가 그리 좋지 않아 더 멋있는 풍경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아래 사진에서는 바위 그림자들이 물에 비친 풍경인데, 날씨가 맑아 한라산까지 훤히 보이는 날이면 이 웅덩이에 한라산의 그림자까지도 비쳐 더 멋진 풍경이 찍힌다.
아래 사진은 맑은 날 다시 와서 찍은 소천지의 모습이다. 한라산이 훤하게 비쳐 보인다.
바로 이 웅덩이다.웅덩이 위 높은 바위에 올라서서 웅덩이 전체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웅덩이의 반대쪽 편인 동남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면 웅덩이 너머로 섶섬의 모습도 함께 찍히고,
웅덩이 옆 높은 바위에서 숲섬을 바라보면 이런 멋진 풍경이 연출된다.
소래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아래 사진처럼 특이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찍어 보았는데, 이 사진은 덤으로 올려 놓는다.
소래에서 나와 해안도로를 걸으면 서귀포동부환경사업소(하수처리장)이 있는데, 사업소 가기 직전 길가에서 서귀포 쪽으로 바라보면 서귀포항구의 방파제와 그 앞의 문섬, 방파제 너머 새섬, 멀리로 범섬의 모습들이 비취빛 바다 너머 바라보인다.
소래의 끝자락에 바위 해안과 그 위의 소나무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고, 바로 오른쪽으로는 하수처리장의 건물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고향 보목동의 풍경을 소개하면서 해안을 따라 몇 가지의 풍경을 먼저 사진으로 올려 소개하였다.
앞으로 바닷가의 다른 부분과, 제지기오름의 풍경들, 보목 포구의 풍경, 마을 안의 풍경, 마을 주변의 풍경들을 여러 번에 걸쳐서 소개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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