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름의 위치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지경의 오름으로, 평화로와 산록서로와 천덕로가 교차하는 제1어음교에서 남동쪽으로 바라보이는 높은 오름이다. 이 오름 주변에는 족은바리메, 노꼬메 등의 오름이 이웃해 있으며, 엘리시안 골프장이 오름 남서쪽에 있다.
▲ 이름의 유래
오름 정상의 굼부리가 움푹 패었는데, 그 팬 모양이 ‘바리(절에서 쓰는 공양 그릇)’를 엎어 놓은 모양과 같이 생겼다고 하여 ‘바리’에 산을 뜻하는 ‘메’를 붙여 ‘바리메’라 부른다. 바리메는 동쪽에 이웃하고 있는 족은바리메에 견주어서 크다는 의미로 ‘큰바리메’라고도 불리고 있다. 한자 표기로는 ‘발산(鉢山)’, 또는 ‘발이산(鉢伊山)’으로 쓰고 있다.
▲ 오름을 찾아가는 길
평화로와 산록서로와 천덕로가 만나는 제1어음교에서 산록서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1.3km를 가면 웅지리조트 입구 사거리에 이른다. 이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 소로를 따라 다시 약 1.9km를 가면 바리메오름 등반로 입구 주차장에 이른다.
▲ 오름을 오르며
설날과 추석이 되면 꼭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의 죽마고우인 친구들이다. 다섯 명이 부부가 함께 친목을 하고 있는데, 다섯 중에 셋은 제주도에 살고 있고, 하나는 대구에, 하나는 청주에 살고 있어서 명절 때면 대구와 청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꼭 내려와서 만남의 시간을 가지곤 한다.
만나면 지나온 이야기도 나누고 어릴 적의 이야기를 추억거리로 삼아 노닥거리곤 한다.
지난 설날에도 친구들이 연휴 전날 미리 내려와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연휴 첫날 그 중의 한 친구 부부와 오름에 오르기로 약속하였다.
다음 날(설날 연휴 첫날) 아침,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 이렇게 네 명은 바리메 오름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기온은 쌀쌀했지만 구름만 끼어 있는 날이어서 산행을 하기에 적당한 날씨였다.
그런데 웬걸!
제1산록도로 쪽으로 들어서며 바라다 보이는 바리메오름에는 눈이 허옇게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또 바리메 입구 농로로 들어서자 길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이었다. 지난밤에 기온이 많이 내려가고 비가 조금 내렸었는데, 바리메오름이 있는 산간 지역에는 그게 눈이었던 것이다.
차가 올라가는 데에는 지장이 없겠지 하고 생각하며 그대로 차를 몰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얼마 못가 길에 쌓여 얼어붙은 눈 때문에 차 바퀴가 헛돌고 미끄러지며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걸어가기로 했다.
눈길을 걸어가노라니 눈으로 덮인 주변의 경치가 온통 하얗게 가슴으로 들어왔다. 걸어가는 길 동쪽으로 보이는 노꼬메오름도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친구 부부와 눈꽃나무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가노라니 바리메오름 어느새 바리메오름이다. 아니, 우리가 걸어가는 앞으로 바리메오름이 가까이 다가왔다.
오름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바리메오름을 소개하는 글이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소재지 :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리 산1번지 일대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이 오름은 표고가 763m이고, 비고가 213m이다. 산 정상 분화구[굼부리[가 움푹 팼는데, 그 팬 모양이 ‘바리때(절에서 쓰는 중의 공양 그릇)와 같이 생긴 ’메(山)‘라는 데서 일찍부터 ’바리메‘라 불렀다. ’바리메‘는 한자 차용 표기로 鉢山[발산:바레메]으로 표기되었는데, 최근에는 ’發伊山[발이산:바리메]‘로도 표기되었다. 정상의 분화구는 78m이고, 둘레가 130m인 원형의 산정분화구이다. 분화구 남반부는 수림(樹林)을 이루고, 북반부는 초지와 풀밭으로 형성되어 있다. 오름 전체에는 해송이 주로 자라는데, 잡목과 어우리져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오름 동쪽에 이웃한 오름은 ’족은바리메‘라 한다.]
눈길을 밟으며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눈이 없을 때보다 올라가기가 힘들긴 했지만 좋은 친구와 함께 올라가는 산길이 즐겁기만 하였다. 등반로 주변의 나무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의 나무처럼 고운 눈꽃을 달고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드디어 바리메 정상. 온통 하얗게 눈이 쌓여 있는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주변의 경치는 먼 경치는 까만 색으로, 가까운 경치는 하얀 색으로 보였다. 눈이 온 뒤지만 날씨가 화창하여 멀리 산방산과 마라도까지도 조망되었다.
오름 위에 올라와서 흔적을 안 남길 수 있나? 그래서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는 서로 친구 부부의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눈이 가득 덮인 오름 위에서 먹는 커피의 맛. 그 맛이야 이런 곳에서 커피를 안 먹어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내려갈 때는 올라갔던 곳과는 반대쪽 등반로로 내려갔다. 역시 그곳에도 나뭇가지 위에 눈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눈꽃 아래에서 눈꽃보다 더 고운 두 사람의 아내들을 세워 놓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굼부리의 북쪽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다시 올라왔던 등반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내려가는 길에 눈길이 미끄러워 몇 번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였지만 좋은 친구와 함께 하는 오름 등반이라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바리메를 다 내려와서 만난 다른 등반객에게 넷의 사진을 함께 찍어달라고 했다.
차를 세워둔 곳까지 눈길을 밟으며 걸어 내려가는 길. 기온은 차가왔지만 기분은 따뜻하였다.
친구야, 지금 뭐 하고 있니? 우리 함께 바리메에 올라갔던 기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니?
▶ 위치 :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지경 지경
▶ 굼부리 형태 : 원형
▶ 해발높이 763.4m, 자체높이 213m, 둘레 4,694m, 면적 1,288.365㎡
▲ 오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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