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우리 집에 새 식구가 하나 생겼다.
벌써 보름 쯤 되었다.
새 봄이 시작되고 꽃샘추위가 한 번 지나고 나서 조금 따뜻해진 어느 날, 새벽기도를 가려고 캄캄한 새벽에 현관문을 나서는데 문 아래 타일 바닥에 뭔가 작은 물체가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아내는 그게 바람에 쓸려 날아온 낙엽인가보다 하고 주워서 버리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그것은 낙엽이 아니라 새똥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웬 새똥? 제비가 벌써 와서 집을 짓기 시작했나?’하고 위를 쳐다보니 시커멓고 커다란 물체가 현관문 위 난간 위에 있는 게 아닌가!
얼른 불을 켜고 살펴보았더니 손바닥만한 크기의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조용히 있는 모습이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아 다시 불을 끄고 새벽기도를 갔다.
그런데 새벽기도를 갔다 와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데도 새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날이 밝아 출근하려고 나가면서 다시 새가 앉아있던 곳을 올려다보았을 때에는 그 자리에 새가 없었다.
그날부터 그 새는 날이 어두워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와서 앉아 있곤 하다가 날이 밝으면 어디론가 가버리곤 하는 것이었다.
보름 정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보니, 아내와 나는 밤이 되면 새가 와서 앉아있나 살펴보고, 새벽기도를 갈 때에도 현관문 위를 쳐다보고 가곤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어느 새 그 새는 우리와 정이 들어 버렸다.
저녁 때면 새를 올려다보며, “잘 자.”하고, 새벽기도를 갈 때에도 올려다보며 “ 잘 잤니?”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곤 하게 되었다. 새는 그래도 우리를 내려다보며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저께 밤에는 제주시내에 살고 있는 작은 아이가 예비군 훈련이 있다고 집에 다니러 왔다. 그 새 이야기를 했더니 보겠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는데, 새를 쳐다보니까 얼른 날아가 버리더라는 것이다.
그걸 보고 아내는, “이젠 새가 우리 얼굴을 알아보는가 봐. 처음 보는 사람이 쳐다보니까 날아가 버리는 것 봐.”라고 하며 좋아한다.
그리고 새 종류를 알아보고 이름도 짓자고 한다.
이것 참 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데 어떻게 알아보지? 그리고 이름은 뭐라고 짓지?
그러다가 교감 연수 동기 중에 새에 대해 잘 아는 교감선생님이 있는 것이 생각나서 그 선생님에게 새 사진을 보내어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바다직박구리(수컷)]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직박구리의 구리에서 딴 [꾸리]라고 지었다.
아무튼 우리 집 식구가 된 꾸리가 오래 오래 밤마다 우리 집에 와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
우리 집이 흥부네 집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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