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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찾아서/서귀포시 동부권의 오름들

람사르 조약 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오름

물영아리의 위치

물영아리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지경의 오름으로, 남원읍 수망리 마을에서 조천읍 교래리 방향으로 향하는 남조로 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 오름의 북쪽에는 여문영아리가 있으며, 남동쪽에는 부영 CC, 서쪽에는 더클래식골프앤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다.

 

이 오름의 굼부리는 원형 굼부리로 둘레 약 300미터쯤에 이르는 화구호로 발달되어 습지로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이 화구호의 습지에는 세모고랭이와 고마리 등 습지에서 자생하는 식물 171종과 47종에 달하는 양서류, 파충류, 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물영아리는 200012월에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610월에는람사르 조약에 의한 습지로 지정된 오름으로 특별 관리 보호되고 있다.

 

이름의 유래

이 오름의 이름에서 보듯이 영아리는 신령스럽다는 뜻의 ()’과 산을 뜻하는 말인 아리가 합쳐진 말로 굼부리 안에 물이 고여 있는 오름이기 때문에 물영아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제주에는 물영아리와 그 북쪽의 여문영아리, 안덕면 광평리의 영아리 등 영아리라는 이름을 가진 오름이 3개 있다. 여문영아리는 물영아리에 근처에 있으면서 물이 없는 오름이어서 여물다는 뜻으로 여믄영아리라 하며, 광평리의 영아리는 물영아리에 대비하여 서쪽에 있다 하여 서영아리라고도 부른다.

 

물영아리를 찾아가는 길

물영아리는 서성로와 남조로가 만나는 수망사거리 교차로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약 2.2km 정도 가면 남원읍 충혼묘지가 있고, 그 앞 길 맞은편에 안내소가 있어서 거기서부터 등반을 시작하면 된다.

제주시 방향에서는 교리리 사거리를 지나서 한참 남쪽으로 내려온 지점에 있는 붉은오름 근처 사려니숲길 남조로변 입구에서부터 남쪽으로 약 4.1km를 가면 물영아리오름 안내소에 이른다.

 

오름을 오르며

추석 연휴로 서울에 살고 있는 큰아이가 집에 내려와서 아내와 큰아이와 함께 길을 나섰다.

큰아이가 방송에서 소개되는 것을 보았다면서 물영아리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우선 물영아리에 오르고 다른 오름도 하나 더 오르기로 하였다.

서귀포에서부터 가을이 물들어가는 길을 달려 서성로로 접어든 다음 다시 남조로와 만나는 곳에서 꺾어들어 남조로를 타고 교래리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물영아리 등반로 입구의 남조로변에는 탐방안내소가 있었다.

안내소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탐방로를 따라 오름 아래로 걸어갔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물영아리가 짙은 초록빛으로 가득하고, 오름 앞의 목장에서는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목장 서쪽의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니 오름 남쪽의 등반로가 시작되는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등반로 진입로에는 전에 왔을 때는 없었던 표지판 하나가 세워져 있어서 살펴보았더니, 물영아리오름 둘레를 돌아 탐방하는 물보라길탐방 안내판이었다. 물영아리오름 둘레를 도는 탐방로로 총 길이는 4.8km라고 되어 있었다. 다음에 다시 혼자 와서 천천히 돌며 탐색해보아야겠다.

 

등반로로 들어섰더니 입구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물영아리오름 습지보호지역(Mulyeongarioreum Wetland Conservation Areas)

소 재 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188번지 일부

지정년월일 : 2000. 12. 5.

지 정 면 : 309,244

물영아리오름 습지는 제주도 기생화산분화구의 대표성과 전형적인 온대산지습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 원형이 잘 보존된 습지와 자연성이 높은 숲이 어우리진 생물, 지형, 지질 및 경관생태학적으로 우수한 습지로서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어 그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분화구내 습지의 육지화과정과 습지생태계의 물질순환을 연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는 물여뀌를 비롯하여 새끼노루귀, 제주피막이, 덩굴용담, 개승마 등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고, 습지 내에는 마름, 세모고랭이 등의 습지식물과 환경부지정 보호야생 동식물인 물장군 등 많은 수서곤충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으로, 정부에서는 이 지역이 습지로서의 보전가치가 있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니 아래 사항을 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바랍니다.

(위반시 습지보전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 건축물 기타 공작물의 신축 또는 증축 및 토지의 형질 변경

- 습지의 수위 또는 수량에 증감을 가져오는 행위

- , 모래, 자갈 또는 돌 등의 채취 및 광물의 채굴

- 식물의 인위적 도입, 경작, 포획, 또는 채취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장서귀포시장]

 

등반로가 시작되는 곳에는 물영아리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안내를 해 놓은 작은 안내판들이 여러 개 세워져 있어서 천천히 살펴보며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정상까지 계속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경사가 가파른 곳이어서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오르다가 중간에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쉬기도 하였다.

삼나무 등 울창한 나무들이 등반로를 가리고 빽빽이 서 있었다.

 

올라가는 중턱쯤에서부터 보니 많은 나무들이 쓰려져 있는 모습들도 보이고, 쓰러진 나무를 베어내어 정리해 놓은 모습들도 보였다. 얼마 전에 제주섬에 불어닥친 태풍 볼라벤덴빈이 이곳에도 강타해서 오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많은 나무들을 쓰러뜨려 놓은 것 같았다.

 

오름에 자주 다니는 나는 경사가 가파른 계단 등반로를 척척 올라가고, 아내도 잘 올라가는데, 사무실에서 앉아 근무만 하는 큰아이는 올라가기가 힘든 것 같았다. 걸음을 천천히 하고 중간에 두 번이나 쉬었다 올라가곤 하였다.

 

정상에 올라서니 다시 습지인 굼부리 안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굼부리를 향해 내려가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젊은 남자 네 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서로 마주쳐 지나가려는 순간 발아래 나무데크 위에서 작은 뱀 한 마리가 데크 아래로 휙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본 뱀이라 나도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젊은 총각들이 더 놀라서 호들갑을 떨며 도망치는 것이었다.

어이구, 젊은 장정들이 작은 뱀 한 마리에 놀라기는……. 웃음이 나왔다.

 

굼부리로 내려가니 그리 넓지 않은 굼부리 안의 습지가 온통 세모고랭이 등 습지 식물로 가득하였다. 관찰 데크 주변에는 고마리들이 작고 불그스름한 꽃을 가득 피워서 물 위의 꽃밭을 만들고 있었다. (여기에서 찍은 식물사진은 식물 카테고리에서 소개함)

 

사진도 찍고 식물들을 관찰하기도 하다가 아쉬운 발길을 돌려 오름을 내려왔다.

오름 아래 목장에서는 오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풀을 뜯던 소들이 한가롭게 들어누워 있는 모습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지경

굼부리 형태 : 원형(화구호)

해발높이 508m, 자체높이 128m, 둘레 4,339m, 면적 717,019

 

 

오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