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경에 도봉산 등반을 하였다.
처음 등반하는 산이어서 어디서부터 등반을 시작하여 어디로 내려와야 할지 몰랐지만 인터넷으로 미리 등반코스를 조사하였다.
여러 개의 코스가 있었지만 도봉산 역에서 가까운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등반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등반한 이야기를 쓰기 전에 먼저 내가 등반했던 코스를 안내하고 본격적으로 등반한 이야기를 써야겠다.
도봉산역 - 도봉고등학교 앞길 - 도봉탐방지원센터(등반 시작) - 통일교 - 산악박물관, 광륜사 - 은석암 근처 탐방로 - 다락능선 심원사 갈림길 - 은석암 위 바위 - 다락능선 - 포대능선 - 자운봉 - 신선대 - 마당바위 - 천축사 - 도봉대피소 - 쌍줄기 약수 - 녹야원 입구 - 산악박물관, 광륜사 - 통일교 - 도봉탐방지원센터
도봉산 코스 지도에 기억을 더듬으면서 내가 등반했던 코스대로 그려보니 아래 빨간 색으로 표시한 코스를 따라 등반했던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도봉산 역에서 내렸다.
지하철 안에서는 등산복 차림인 사람이 안 보이더니 역에서 내려서 도봉산을 향하여 걸어가는 길에는 등산복 차림을 하고 등반을 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도봉고등학교 앞길을 지나서 도봉탐방지원센터에 이르렀다. 여기가 도봉산 등반로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지원센터 앞을 지나면 곧바로 나오는 갈림길에 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름 하여 ‘통일교’.
내가 등반하려는 코스는 통일교를 건너지 않고 그 옆을 지나서 산악박물관 쪽으로 올라갔다. 산악박물관과 광륜사 사이를 지나서부터 숲속으로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등반로는 넓게 다져져 있는 길로, 경사가 있는 곳은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었고, 단단한 흙길에 낙엽이 쌓여 있는 곳도 있었어서 자연을 음미하며 올라가기에 쾌적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한 지 5분 정도 올라갔을 때에 벌써 갈림길이 나왔다. 자운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주 등반로인데 북한산 둘레길과 무수골로 가는 길이 표지판에 안내되어 있었다. 제주도의 올레길이 만들어져서 히트를 치고 나니까 전국적으로 올레길과 비슷하게 둘레길을 만든 것이 여기에도 있었다.
자운봉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다시 10분쯤 올라가자 감투 모양의 바위가 눈에 띄었다. 벼슬아치들과 양반들이 주로 살던 서울이어서 이곳의 바위도 감투 모양의 바위가 있는가 보다 하고 속으로 웃었다. 이 바위에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나 혼자서 ‘감투바위’라고 이름 짓기로 하였다.
감투바위를 지나서 다시 10분 가까이 올라가자 길이 험해져서 큰 바위들을 타 넘도록 되어 있었다. 바위 위에 올라서자 도봉산 북쪽의 의정부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계속되는 등반로는 한동안 바위를 타 넘는 코스의 연속이었다. 밧줄을 잡고 바위 위를 넘어가는 곳도 있었고, 경사가 심한 바위는 옆으로 돌아가는 곳도 있었다.
바위가 많은 부분이어서 그런지 주변에 보이는 풍광들도 하얀 바위들이 나무들과 어우러진 풍광들이었다.
바위벼랑이 많은 길을 지나서 얼마를 더 올라가자 계단이 놓여 있었다. 계단을 다 올라갔을 때 넓은 바위 위(은석암 바위?)에 올라설 수 있었고 눈앞이 확 트이며 주변 풍광들이 훤하게 보였다. 푸른 신록들 사이로 하얀 바위들이 우뚝 우뚝 솟아 있는 도봉의 풍광들이 보이고 그 아래 어느 절의 모습도 보였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Daum 지도’의 스카이뷰로 살펴보았더니 절의 위치로 보아서 아마도 원효사인 것 같았다.
길은 다시 바위 위에 만들어놓은 데크 위로 이어지고 있었다.
은석암 근처 탐방로에 이어 다락능선 길을 따라 주봉인 자운봉을 향해서 걸었다. 주변을 전망하기 좋은 바위 위에서 올라서 보니 걸어가는 방향으로 주봉인 자운봉과 신선대들이 웅장한 모습으로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걸어가는 등반로 근처에 시멘트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모양으로 짐작해 보니 예전에 군인들이 서울의 방어를 위해서 만들어 놓고 경비를 하던 토치카 같은 시설물인 것 같았다.
자운봉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 봉우리 위에는 이동통신 안테나가 세워져 있는 모습도 보였고, 그 위 하늘은 서울의 하늘 답지 않게 파란 색을 선명하게 칠하고 있었고 낮달이 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계속 걸어가는 등반길.
문득 앞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벼랑이 나타났다. 바위 위로 오르는 코스는 바위에 쇠막대기를 박아 넣고 굵은 쇠줄을 연결해 놓은 것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험한 코스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다른 코스도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쇠줄을 잡고 험한 바위벼랑을 오르는 코스를 택하여 오르고만 싶었다.
쇠줄을 잡고 벼랑을 올랐다. 그런데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다시 또 쇠줄을 잡고 오르는 곳이 반복이 되고 있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스릴이 있고 제대로 등반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었다.
바위벼랑을 다 올랐을 때 눈앞에 자운봉과 만장봉, 신선대가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바로 눈 아래로는 망월사가 내려다보였고, 산 아래 시내 모습도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바위 위에 시멘트 구조물인 토치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침 지나가는 다른 등반객이 있어서 물어보았더니, 30여년 전 북한 무장간첩(김신조 등)들이 이곳을 통해서 서울로 침투했기 때문에 서울의 방어를 위해서 이곳에 포대를 만들어 방어를 했던 흔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능선을 ‘포대능선’이라고 한다고 했다.
옛날의 사연을 알 리가 없는 구절초가 포대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포대가 있는 곳에서 자운봉은 지척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였다. 가야 할 길을 미리 살펴보느라고 바라보고 있는데, 앞에 가는 등반객이 쇠줄을 잡고 바위 위를 아슬아슬하게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게 느껴지는데 나도 이제 곧 저렇게 아슬아슬한 바위벼랑을 올라가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면 안 되지 싶어서 용기를 내었다.
먼저 아찔한 바위벼랑을 쇠줄을 잡고 내려간 다음에 다시 쇠줄을 잡고 올라가는 코스였다. 땀이 흐르고 더웠지만 힘을 내어 올라가고 나서 뒤돌아 보니 내가 이런 곳을 다 올라왔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게 여겨졌다.
이제 바로 눈앞이 자운봉과 신선대였다.
자운봉의 모습은 마치 손바닥을 세워놓은 듯한 모습으로 보였고, 봉우리의 바위들은 손가락 마디처럼 보였다.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이 놓여 있어서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로 내려왔을 때 자운봉으로 오르는 길은 보이지 않고, 신선대로 오르는 길은 쇠줄을 잡고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신선대 위로 올라갔다.
‘이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바로 눈앞에는 큰 바위들을 얼기설기 쌓아올린 듯한 자운봉이 있었고, 사방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내려다보였고, 서울 시내와 의정부 시내 일부가 눈 아래 내려다보였다.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것이 눈 녹듯이 다 사라지는 듯하였다.
신선대 위에서 사방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며 가지고 온 김밥을 먹으니 김밥이 정말 꿀맛이있다.
김밥으로 힘을 보충하고 난 후 신선대를 내려와 왔던 코스와는 반대로 마당바위 쪽으로 내려갔다.
신선대에서 내려온 후에 20분 정도를 더 내려가니 비스듬히 경사진 넓은 바위에 이르렀다. 아마도 이 바위가 마당바위인 것 같았다.
마당바위를 지나서 다시 10분 정도 내려가니 천축사라는 절에 도착하였다. 그냥 지나쳐갈까 하다가 절의 경치가 좋은 것 같아서 잠시 들어가 보았다. 역시 천축사 뒤로는 하얀 자태를 우람하게 뽐내며 봉우리가 우뚝 서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발길을 돌렸다.
도봉대피소를 지나고 쌍줄기 약수를 지나서 내려가는 길에 냇가 바위에서 산수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다가가서 그림 그리는 모습을 살펴보다가 양해를 얻어서 신선다운 모습들을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쌍줄기 약수를 지나서 산악박물관 쪽으로 내려가는 등반로 근처에 시인 김수영(金洙暎)의 시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젊은 시절 많은 시집을 읽었던 중에 김수영의 시도 즐겨 읽었던 적이 있었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새겨진 시도 읽어보고 젊은 시절 시심을 키우던 때를 회상해 보았다.
김수영의 시비에서 10분 정도 더 내려가니 산악박물관 앞에 도착하여 도봉산 등반을 마쳤다.
도봉탐방지원센터 앞을 지나고 도봉고등학교 앞길을 걸어 도봉산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는 몇 번 환승을 하며 김포공항으로 가서 늦은 오후 비행기로 제주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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