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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찾아서/제주시 서부권의 오름들

깊은 수림 속에 숨어있는 노리오름 찾아가기

오름의 위치

노리오름은 유수암리 지경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유수암리 마을과는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1100도로의 중간 지점인 1100도로 휴게소에서 북서쪽 방향의 깊은 수림지대에 있는 오름이다.

노리오름은 큰노리오름과 족은노리오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큰노리오름은 복합형 오름으로, 한 개의 원형 굼부리와 5개의 원추형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족은노리오름은 큰노리오름과 붙어있어서 큰노리오름의 일부분으로 보일 수 있지만, 큰노리오름 북동쪽에 작은 골짜기를 사이에 둔 별개의 오름으로 주소지는 애월읍 고성리 지경으로 되어 있다.

 

이름의 유래

노리오름은 예전부터 이 오름 일대에 노루가 많이 살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노루의 제주말인 노리에서 오름 이름이 유래되었다. 또한 노로오름이라고도 불리며, 한자어로는 노루 ()’을 써서 장악(獐岳)‘으로 부르기도 한다.

노리오름은 두 개의 오름으로 나누어 부르는데, 남쪽편에 있는 높이가 높은 오름은 큰노리오름’, 또는 큰노로오름이라 하고, 북동쪽의 낮은 오름은 족은노리오름’, 또는 족은노로오름이라 한다.

 

오름을 찾아가는 길

노리오름을 찾아가는 길은 평화로와 1100도로를 연결하는 산록북로에서부터 진입하게 된다. 평화로와 산록북로가 만나는 어음1교차로에서 산록북로로 진입하여 약 1.2km지점에 웅진리조트 입구가 있고, 오른쪽(남쪽)으로 작은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1.9km를 가면 바리메오름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바리메오름 입구에서부터는 바리메오름과 족은바리메 사이를 지나 남쪽으로 약 800m를 간 다음, 다시 족은바리메 남쪽 기슭을 끼고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1km 정도를 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입하여 1.1km를 가면 오름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부터 노리오름과 한대오름으로 갈라져 가게 되어 있으며, 노리오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작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큰 나무들과 조릿대 사이로 오름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오름을 오르며

가을이 막바지에 접어든 11월 초, 하늘이 찌푸려 흐리고 비가 올 듯한 날씨였지만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이날의 목표는 애월읍 유수암리 지경의 노리오름.

 

등반로 입구의 작은 공간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메고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름을 향해 출발하였다. 비가 올 듯 날씨가 잔뜩 찌푸려 있었지만 아직 빗방울은 보이지 않았다.

 

등반로 입구에서부터 오름 기슭에 도착할 때까지 걸어가는 동안에 오름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빽빽한 나무들과 그 아래 조릿대들이 우거져 있었지만 등반로가 뚜렷이 나 있어서 길을 찾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끔 갈림길이 있어서 어느 쪽으로 들어서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지만, 사전에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 놓은 기록과 등반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곤 하였다.

늦가을이어서 단풍은 끝물이 지나 붉은 색이 시들어버렸지만 가끔씩은 아직도 붉은 빛이 남아 있는 단풍나무들도 종종 눈에 띄어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약 10분쯤 가자 작은 건천이 나왔다. 얼마 전에 비가 와서 내가 흘렀을 때의 흔적인 듯 고여 있는 물에 손을 담가 보았더니 늦가을인데도 벌써 손이 금세 얼얼할 정도로 차갑다.

 

건천을 지나면서부터는 건천을 왼편에 끼고 등반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10분 정도를 더 올라가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잠시 쉬면서 가지고 온 자료를 찾아보았다. 자료는 2013102일 자 제민일보 7면의 기사인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이다. 김철웅 기자가 쓴 노리오름 등반 기사로, 등반했던 기록을 보니 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갔었다고 기록되어 있어서 나도 왼쪽으로 가기로 하고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건천을 지나서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묶어놓은 등반로 표시 리본들은 길잡이로 삼으며 계속 나아갔다.

출발하여 거의 45분 쯤을 걸었을 때 노리오름 기슭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큰노리오름 정상이고 왼쪽으로 가면 습지와 다른 봉우리들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먼저 큰노리오름 정상부터 오르기로 하고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올라가는 등반로 주변에는 큰키나무들 아래에 조릿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커다란 석부작을 만들어놓은 듯 뿌리와 줄기로 바위를 감싸며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어서 심심치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10분쯤을 오르자 정상이었다.

그런데 정상에 오르자 지금까지 오는 동안 흐리기만 하던 날씨가 이곳에서는 빗방울을 뿌려대고 있었다. 가느다란 빗줄기였지만 세차게 부는 바람에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정면으로 얼굴을 돌리면 뺨이 얼얼할 정도의 차가운 빗줄기였다. 게다가 안개가 흐릿하게 끼어서 사방을 쉽게 분간할 수 없었다.

삼각점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나중에 다시 노리오름에 올랐을 때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주변 풍경을 여기에 첨부해서 올려놓는다.

 

비를 피할 수 있는 나무 틈에 앉아 가지고 온 보온병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한 잔 마시니 그 커피 맛이 그리도 달콤할 수가 없었다.

 

정상에서 다른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들이 보였지만 날씨가 좋지 않은데다가 다른 봉우리 쪽도 가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다. 봉우리에서 내려가자마자 언제 빗줄기가 몰아쳤느냐는 듯이 정상 아래쪽은 비가 내리지 않고 흐리기만 하여 멀쩡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먼젓번의 갈림길로 내려온 다음 이번에는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가니 왼쪽으로 습지가 보이고 조금 더 올라가자 다른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봉우리 위에는 산담에 잘 둘러싸인 묘가 한 기 있었고, ‘의인김씨묘(宜人金氏墓)’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봉분이 깨끗이 손질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깊은 산중까지도 후손들이 올라와서 잘 돌보고 있는 묘인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의인(宜人)’은 조선시대 정종(正從) 육품 무관의 아내에게 내렸던 봉작)

 

봉우리에서 내려가서 올라오면서 보았던 굼부리 습지로 들어갔다. 습지는 넓게 형성되어 있었지만 물은 말라 있었다. 그러나 장마철이나 비가 왔을 때는 물이 고였던 듯 한 흔적이 중앙부에 남아있었으나 물이 말라서 그런지 수생식물은 보이지 않았다.

 

습지를 한 바퀴 돌고나서 다시 조금 전의 의인김씨 묘지가 있는 봉우리로 올라가서 반대 방행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내려가면 족은노리오름으로 가는 방향이었지만 큰노리오름과 족은노리오름 사이의 골짜기로 내려간 다음 큰노리오름 남동쪽 기슭을 따라 처음의 갈림길로 돌아왔다.

 

갈림길로 돌아오는 도중에 오름 기슭에서 빨간 열매를 가득 달고 있는 윤노리나무를 만나서 카메라에 열매들을 담고 돌아왔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큰 둥치에 앙증맞게 붙어 남아 있는 단풍잎과, 보라색으로 잘 익은 새비나무를 만나 한 참 머물러 카메라 앵글로 눈맞춤을 하다가 돌아왔다.

 

<큰노리오름>

위치 :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복합형

해발높이 1,070m, 자체높이 105m, 둘레 2,611m, 면적 475,274

 

<족은노리오름>

위치 :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복합형

해발높이 1,019.2m, 자체높이 34m, 둘레 1,245m, 면적 95,867

 

 

오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