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름을 찾아서/서귀포시 중부권의 오름들

깊은 산 속 수림에 숨어있는 어점이오름 탐방

어점이오름의 위치

어점이오름은 서귀포시 도순동 지경의 오름으로, 도순 마을에서는 멀리 떨어진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 산록남로보다도 더 북쪽의 수림 속에 깊이 위치해 있는데, 주변의 오름과 기타 주요 지점에서부터의 직선거리는 아래와 같다.

시오름 정상에서부터 약 1.8km

무오법정사 주차장에서부터 약 2.5km

법정악 정상에서부터 약 2.8km

어점이오름 정상에서부터 산록도로 정남방 지점까지 약 2.2km

 

이름의 유래

이 오름의 이름에 대한 정확한 유래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름의 정상부에 큰 바위들이 많이 있음으로 예전에 오름에 나무들이 많지 않았을 때에 멀리서 이 오름을 바라보면 정상부의 큰 바위들이 점처럼 보임으로 인하여 ()라고 하고, 그 앞에 어조사()를 넣어서 어점이로 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자로는 어점이악(於點伊岳)’으로 쓰고 있다.

오름 동쪽 입구에 누군가가 등반로 입구를 안내하느라고 붙여놓은 코팅지에는 어재미 등산로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어점이오름을 부르는 발음이 어재미로 비슷하게 잘못 부른 것으로 짐작이 된다.

 

어점이오름을 찾아가는 길

첫째, 산록남로의 서귀포치유의 숲 입구에서부터 서쪽으로 산록남로를 따라 약 3km를 가면 제주아이브 리조트(Jeju I’ve Resort) 입구 삼거리에 이르며, (산록남로와 1100도로가 만나는 구 탐라대학교 사거리에서부터 산록남로를 따라 동쪽으로는 약 3.5km) 여기에서 서쪽으로 190m를 가면 북쪽으로 이어지는 소로 입구의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부터는 임도가 시작되는데, 차로 갈 수는 없고 걸어서 약 1시간 정도(2.5km) 올라가면 어점이오름 동쪽 기슭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약 7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둘째,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의 무오법정사 주차장에서부터 시오름 북쪽편까지의 중간 지점에 위 첫째 번에서 안내한 임도와 만나게 되고, 임도와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북쪽으로 약 10분쯤 걸어가면 어점이오름 동쪽 기슭에 이른다.

 

오름을 오르며

공기는 조금 차갑지만 하늘은 맑고 깨끗하여 등산하기에는 참 좋은 날씨였다.

오전 느지막이 집을 나서서 어점이오름 등반을 나섰다.

산록남로를 달려서 어점이오름으로 올라가는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임도를 따라 걸어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산록남로에서부터 어점이오름 동쪽 기슭까지는 1시간을 걸어올라가야 하지만 임도가 거의 대부분이 돌길로 이루어져 있어서 웬만한 승용차로는 올라갈 수가 없어서 반드시 걸어가야만 한다.

 

처음 올라가기 시작하는 지점의 임도 서쪽에는 누군가가 숲속의 정원을 조성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소나무 숲의 아래쪽 풀들을 깎아내고 자연석들을 알맞게 배치하고 소철 등 다른 나무들을 조금 심어놓아서 정원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점이오름으로 가는 임도는 오르막길만 계속되었다.

임도의 처음 시작은 시멘트 포장이었지만, 시멘트 포장이 된 부분은 금세 끝나고 흙길로 이어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서부터는 계속하여 돌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35분쯤 걸어 올라가니 송전철탑이 세워져 있는 앞에 도착하였다.

송전철탑의 번호를 보니 <154kV 한라-안덕T/L[No.63]>이었다.

송전철탑 앞에서 다시 6분쯤 올라가니 한라산 둘레길과 만났다. 이 지점은 서쪽의 무오법정사주차장에서부터 동쪽의 시오름 북쪽까지 이어지는 둘레길의 중간 쯤 되는 지점이었다.

 

이곳에서 잠시 올라가던 걸음을 멈추고 앉아 쉬면서 가지고 온 커피를 마셨다. 올라올 때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쉬고 다시 길을 올라갔다.

한라산 둘레길과의 갈림길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임도에는 출입금지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버섯재배장까지 가기 전 어점이오름으로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계속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는 눈이 희끗희끗 쌓여 있었다.

 

둘레길의 갈림길에서부터 10분쯤 걸어 올라가니 어점이오름 동쪽 기슭에 도착하였다.

기슭에는 <어재미 등산로>라고 크게 써서 코팅한 종이가 붙여져 있어서 등반로 입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오름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낙엽이 잔뜩 쌓여있는 바닥에 군데군데 아직 다 녹지 않는 눈이 조금씩 쌓여 있었다.

 

등반로가 뚜렷하게 나 있지는 않았지만, 빽빽한 나무 사이로 정상부로 짐작되는 지점을 향해서 올라가는 데에 큰 지장이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경사면을 조금 올라가자 숲 사이로 정상부의 큰 바위들이 올려다보였다.

 

큰 바위들의 옆을 돌아서 정상부에 올라섰다.

 

이번에 어점이에 올라온 것은 네 번째이다.

난 어점이에 올라올 때마다 왠지 이 오름에서는 다른 오름에 올랐을 때보다 포근함을 더 느끼곤 한다. 그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들, 하다못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조용함과 울창한 나무들이 사방을 가려주는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지난번 어점이에 올라왔을 때는 두 번이나 이곳에서 시를 한 편씩 쓰곤 하였다.

        어점이에서

 

깊은 숲길 따라 걸으면

가슴으로 스며드는 적막

까마귀 울음만이 적막을 깨는 돌길을 따라

어점이에 오르다

 

어점이에는 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점이가 가슴으로 나를 맞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점이에게 안기는 것이다

 

한라산 중턱 작은 점 어점이에서는

바람조차 숨을 멈춘다

 

이곳에는

온갖 지친 것들이 다 찾아온다

 

지폐 한 장 필요 없고

아옹다옹 다툼 없고

취하여 비틀거림 없고

삶의 지친 찌꺼기들이

따라오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 혼자 앉으면

나 또한 작은 점인 것을

 

바위 위에 자라는 나무와

낙엽 틈새 돋은 이끼와

아직 흰 빛이 남은 잔설과

내가

모두 하나의 작은 점인 것을.

 

(2004. 12. 30)

 

            다시 찾은 어점이

 

다시 어점이를 찾다

 

눈길을 밟으며 찾아간

어점이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내 발소리를 듣고

찬겨울 바람을 멀리 보내고

정상의 눈을 다 녹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 조각을 끌어 모아놓고 있었다

 

어점이는

눈 속에서도 작은 생명들을 품고 있었다

사철란, 비비추란, 자금우, 노루발풀…….

억수로 눈이 퍼붓던 날

낙엽으로 덮어 포근히 감싸 안았던 작은 생명들을

살짝 낙엽을 들추어 보여 주었다

그 속에

맥문동 작은 열매가

보랏빛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만에야 찾은 나를

어점이는 변함없이 안아주었다

어머니의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아기 마냥

난 어점이의 품에 한없이 안겨 들었다.

 

(2006. 1. 21)

 

다시 어점이에 오른 기념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누가 찍어줄 사람이 없으므로, 나뭇가지에 카메라를 걸어놓고 10초 설정을 한 다음 렌즈가 향하는 방향의 바위에 기대어 찰칵!

확인해 보니 괜찮게 찍혔다.

 

잠시 쉬고 정상부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형도 살펴보고, 나무 종류도 살펴보았다.

오름에는 온통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서 주변의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동백나무가 특히 개체수가 많았고, 굴거리나무 등 대부분이 상록활엽수들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막만이 계속되어서 훨씬 쉬웠고, 올라갈 때보다 시간도 덜 소요되었다.

 

위치 : 서귀포시 도순동 지경

굼부리 형태 : 원추형

해발높이 820.1m, 자체높이 45m, 둘레 784m, 면적 41,425

 

오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