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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문학 이야기

2010년 詩로 봄을 여는 서귀포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귀포다. 서귀포에서부터 시작된 봄의 따뜻한 바람은 유채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의 고운 빛깔과 향기를 싣고 한라산을 넘어 제주시로, 그리고 다시 제주해협을 넘어 육지로 봄소식을 전해주곤 한다.

서귀포문인협회에서는 해마다 봄이 오는 길목인 2월 말에 남쪽 바다에서부터 바다를 건너오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 [詩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를 갖는다.

2010년 올해는 이 행사가 벌써 11년째를 맞이하였다.

2월 27일 토요일. 詩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가 있는 그날은 마침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서귀포문인협회 회원들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西歸浦七十里詩公園]에 모여 바다를 건너오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서귀포항구로 걸어갔다.

서귀포항구에서는 미리 마련된 배에 문인들과 풍물패를 태우고 항구 안에서 한 바퀴 돈 다음 항구 밖으로 나갔다. 


  가볍게 일렁이는 파도로 인해 흔들리는 배 안이지만 회원들은 오는 봄을 배 안으로 건져 올려 담고 다시 항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건져 올린 봄을 서귀포문협 오승철 회장이 박영부 서귀포시장에게 전달하였다. 2010년의 봄은 그렇게 서귀포문인들이 바다에서 가져와 흩뿌린 꽃향기와 함께 한라산으로, 제주시로, 육지로 건너가 우리나라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詩로 봄을 여는 서귀포]의 취지문을 여기 옮겨 소개한다.

“한반도의 봄은 서귀포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국토의 최남단, 가장 따뜻하고 평화로운 고장, 서귀포의 봄은 2월의 파돗소리를 타고 와서 수선화를 피우고, 울타리 너머 유채꽃밭 속의 바람을 흔들어 깨워 개나리와 매화의 꽃망울을 터뜨려, 한라산의 눈 녹는 소리와 더불어 차츰 북상하면서 한반도의 봄은 완연해진다.
  이렇듯 서귀포의 봄은 이 땅의 새로운 생명의 태동을 알리는 동시에 이 섬이 <평화의 섬> 임을 알리는 전령으로서 국민들에게 다가가 내일의 희망과 번영을 꿈꾸게 하는 삶의 활력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평화와 생명적 의미를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의 행사로 승화시켜 그 문화적 가치를 시에 담아 전함으로써 시를 사랑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이상향으로서의 윤택한 삶의 향기를 온 세계인과 더불어 향유코자 함이노라.”


  詩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 후에는 항구가 보이는 어느 음식점의 한 방에 모여 봄을 소재로 한 시와 수필을 낭송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기팔 원로 시인의 詩로 봄을 여는 서귀포 취지문 낭송에 이어서, 서귀포문협 부회장 석혜경님의 영춘수필 <봄이 왔다. 봄!> 낭송과 초대시인 이상범님의 시 <복주머니 향-감귤 한라봉에> 낭송이 있었고, 서귀포문협 회원들의 작품 낭송이 이어졌다.

소책자로 만들어져 실려 있는 작품들을 다 여기 수록할 수는 없지만 그날 낭송된 작품들의 제목들과 낭송된 회원들의 이름을 여기 올린다.

  강대영 - 꽃이 피었습니다.
  강애심 - 멀구슬나무
  강영란 - 봄이 중얼거림
  권미영 - 또 다시 봄을 향하여
  문생환 - 갯것이
  안계선 - 봄이 오는 소리
  윤봉택 - 바람 부는 날
  이옥자 - 또 다른 나와의 만남
  한천민 - 난 지금 봄의 소리를 듣는다.
  현용식 - 봄의 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