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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찾아서/서귀포시 동부권의 오름들

좌보미오름의 가을

오름의 위치

좌보미오름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지경의 오름으로, 성읍리 마을에서는 멀리 떨어진 북쪽편 금백조로변에 위치해 있다.

좌보미알오름은 좌보미오름의 남동쪽편에 좌보미오름의 한 봉우리처럼 붙어있는 낮지막한 오름이며, 이 오름 일대는 대부분 표선면 공설묘지로 조성되어 있다.   

 

이름의 유래

오름에 여러 봉우리들이 있어서 좌우의 봉우리들이 서로 의지하는 형태라 하여 좌보메라 하고, 오름의 모양이 호랑이가 앉아있는 형태라 하여 좌범이(左虎)’라고 불리던 것이 좌보미로 변형되어 불린다고 한다. 한자 표기로는 좌보악(左輔岳)’, ‘좌보산(左甫山)’, ‘좌부악(左釜岳)’, ‘좌부미(左付尾)’ 등 여러 가지로 쓰고 있다.

 

오름을 찾아가는 길

첫째, 좌보미오름의 주소지인 성읍리 마을에서 가는 길은, 성읍리 마을 북쪽의 성읍교 다리에서부터 수산리 방향으로 서성일로를 따라 약 1.5km를 가면 삼거리가 있으며, 이곳에서 북쪽으로 꺾어들어 다시 서성일로189번길을 따라 약 3.2km를 가면 금백조로와 만나기 직전에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서쪽으로 꺾어들어 소로를 따라 다시 약 2km를 가면 좌보미오름 남쪽의 등반로 입구에 이른다.

 

둘째, 금백조로와 서성일로189번길이 만나는 궁대오름 남쪽 사거리 로터리에서부터 남서쪽으로 약 360m를 가면 삼거리에 이르며, 여기서 서쪽으로 꺾어들어 소로를 따라 다시 약 2km를 가면 좌보미오름 남쪽의 등반로 입구에 이른다.

 

셋째, 금백조로변의 백약이오름 입구 주차장 앞에서부터 남쪽으로 소로를 따라 약 620m를 가면 사거리에 이르며, 여기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다시 약 1.4km를 좌보미오름 남쪽 기슭을 따라 돌아가면 좌보미오름 남쪽의 등반로 입구에 이른다.

 

오름을 오르며

11월 첫 번째 토요일, 이날도 아침부터 오름에 갈 준비를 해서 배낭과 등산복, 등산화를 차에 실어두고 출근하였다. 퇴근 시간이 되자 차를 몰고 간 곳은 표선면 성읍리 지경의 좌보미오름.

날씨는 맑고 따뜻하고 하늘이 파랗게 높은 날이었다. 바람도 볼을 간질이듯 살살 불어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차를 타고 좌보미오름을 향해 가는 기분이 상쾌하였다.

성읍리를 지나 좌보미오름을 향해 가는 길에서 넓은 들판 너머로 보이는 좌보미오름이 파란 하늘 아래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좌보미오름 아래 목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인 오름 산행을 시작하였다.

좌보미오름은 큰 봉우리 4개와 4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안에 작은 봉우리 하나, 이렇게 5개의 봉우리가 있는 오름인데, 처음 산행을 시작하는 곳에서는 두 개의 봉우리만 보이고, 오름을 닮은 봉긋 솟은 묘들이 많이 있었다.

 

첫 번째 봉우리를 올라가는데 자줏빛 꽃향유가 온통 오름을 덮어 가득 피어 있었다. 자줏빛 사이로 연보랏빛 쑥부쟁이와 노란 미역취, 하얀 물매화가 피어 있어 오름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첫 번째 오름 정상에 오르니 산화경방초소가 있고, 그 위에서 둘러보는 주변 경치가 멋진 가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봉우리 위에서 가지고 간 도시락을 열었다. 점심시간도 훨씬 지난 230분 무렵. 배가 고픈데다가 산 위에서 먹는 도시락이 완전 꿀맛이었다. 도시락 위로 들꽃 향기와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와서 들꽃 향기를 도시락에 얹어 먹었다.

두 번째 봉오리로 향했다. 두 번째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은 등반로가 많이 패여서 보수가 필요한 듯 보였다.

두 번째 봉우리를 지나 내려가면 곧바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세 번째 봉우리. 여기까지 오는 내내 사방 천지가 온통 꽃향유로 덮여 있었다.

낮은 봉우리 위 꽃향유 무더기 곁에 잠시 앉아 있었더니 문득 시심(詩心)이 일어났다. 가슴 속에 맴도는 시어(詩語)들을 생각하며 꽃향유 곁에 드러누워 보기도 하고, 꽃향유에 입맞춤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슴 속에서 끄집어 낸 시어들을 모아 한 편의 짧은 시를 지어보았다.

 

꽃향유 속의 가을, 그리고 좌보미오름

 

   누가 가을을 오고 간다고 하던가?  

   가을은 아무데서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꽃향유 씨앗 속에 웅크려있던 가을이  

   꽃망울들이 하나둘 피어날 때  

   그제야 꽃 속에서 피어난다.  

 

   좌보미오름의 가을은 꽃향유 속에 들어있었다.  

   지천으로 피어난 자줏빛 향기  

   그 가운데 드러누우면  

   파란 하늘이 오름 위로 내려앉는다.  

   두 눈에 하늘이 가득 담긴다.  

 

   다섯 봉우리  

   그 안에 들어앉아 있는  

   오름을 닮은 묘, , 묘  

   큰 봉우리 작은 봉우리  

   모두 자줏빛 가을을 꿈꾸고 있다.  

 

이어서 좌보미오름의 봉우리들 중 가장 큰 네 번째 봉우리에 올랐다. 다른 봉우리들은 나무들이 작거나 민둥이어서 사방 경치를 보면서 오를 수 있으나 이 봉우리는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서 오르는 동안 사방을 조망하기가 어렵다.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살짝 주변이 보일 뿐이다.

네 번째 오름 정상에 다다르니 정상을 표시하는 삼각점이 세워져 있었다. 다시 거기를 지나 계속 진행했다. 숲이 끝나는 곳에 다다르자 갑자기 사방이 확 터지며 바위 아래가 갑자기 가팔라진다. 바위 근처 철쭉나무에는 봄에 피는 철쭉 한 송이가 계절을 잊은 듯 외롭게 피어 있었다.

 

네 번째 봉우리와 다섯 번째 봉우리는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네 번째 봉우리를 내려가는 등반로에 활짝 핀 억새들이 가을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다섯 번째 봉우리에 올라 주변 경치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내려갔다. 거의 다 내려간 즈음에 있는 묘를 보니 둥그런 묘 위에도 꽃향유로 온통 덮여 있어서 작은 오름을 보는 듯하였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꽃향유 속의 가을을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좌보미오름>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남쪽)

해발높이 342m, 자체높이 112m, 둘레 4,898m, 면적 631,856

 

<좌보미알오름>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지경

굼부리 형태 : 원형

해발높이 227.5m, 자체높이 23m, 둘레 498m, 면적 18,946

 

 

오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