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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이곳 저곳을 찾아서

선녀와 나무꾼

선녀와 나무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옛 이야기이다.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숨겨준 노총각 나무꾼에게 사슴은 하늘에서 선녀들이 목욕하러 내려온다는 연못을 알려준다. 나무꾼은 연못으로 가서 목욕하는 선녀의 날개옷을 숨기고,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는 나무꾼과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산다. 그러나 나중에 날개옷을 찾은 선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버리자, 나무꾼도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선녀와 아이들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름만 들어도 옛 생각이 물씬 풍기는 장소.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선녀와 나무꾼>. 옛날 사용하던 여러 가지 물건들을 모아 전시해 놓고, 옛날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곳이다.
  토요일 오후, 금방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 속에 선흘리 쪽의 오름을 오르기 위해 가다가 선녀와 나무꾼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곳부터 흥부네 집 같은 초가지붕 위에 조롱박이 매달려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옛날의 집과 거리의 모습들, 아이들이 노는 모습들, 민속놀이의 모습들이 작은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벽에는 옛날의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들이 크게 걸려있어서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60년대 나의 국민학교 시절의 모습들이 모형과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소리들이 들렸다.
“이거 우리 어린 시절 모습 아이가?”
“맞다, 맞아, 우리가 놀던 모습 그대로네.”
“하이고, 요 인형 표정 봐라. 니 어릴 때 코 흘리던 모습 그대로구만.”
“나만 그랬나? 니도 그랬제.”

 

 
  전시관 내 <대한극장>에서는 옛날 영화를 상영해주고 있었다.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미워도 다시 한 번」인 것 같았다. 영화 시작하기 전에 “대한 늬우스~”하고 시작하던 옛날의 극장 모습 그대로였다. 추억이 담긴 헌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영화를 보다가 발을 옮겼다. 

 

 

지금도 팔고 있지만 붕어빵도 전시관에서 팔고 있어서 붕어빵을 사먹으며 계속 구경을 하였다. 붕어빵도 여기서는 추억거리가 되는 것 같았다. 

 

 

옛날의 교실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에서는 인형들이 옛날의 공부 시간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난 선생님, 벌을 받고 있는 아이들, 옆 친구와 떠드는 아이들, 책상에 발을 올려놓은 아이, 몰래 도시락을 까먹는 아이, 그래도 그 와중에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도 만들어 놓았다. 

 

 

  그 옆 교실에는 옛날의 교복을 입고 교모를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놓고,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 ~”하며 나뭇잎 배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올 것 같은 헌 풍금도 놓여 있었다.
  계속 이어서 닥종이 체험관, 어촌전시관, 농기구 전시관, 선사시대 귀틀집들을 구경하였다. 입구 가까이에는 병영 생활의 추억을 체험할 수 있게 내무반 모습을 재현해 놓는 작업이 준비 중이었다.

  모든 코스를 다 돌아 나오니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초겨울의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매서운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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