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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찾아서/서귀포시 동부권의 오름들

물영아리오름 둘레길을 걷다.

2015년의 추석 연휴인 9월 말.

여문영아리 오름을 등반하고 내려온 다음에 물영아리오름으로 향했다.

물영아리오름은 남조로와 서성로가 교차하는 수망교차로에서 제주, 조천 방향인 북북동쪽으로 약 2.3km를 직진하면 물영아리오름 탐방안내소에 도착하게 되며, 여기서부터 물영아리오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영아리오름 정상 등반은 여러 번 했었기 때문에 이날의 목표는 물영아리오름 둘레길을 걷는 것이 목표다.

 

 

 

 

물영아리오름 탐방안내소에 도착하여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어깨에 걸고 탐방안내소 앞으로 갔다.

탐방안내소의 벽면에는 물영아리오름 등반로와 둘레길을 안내하는 지도가 붙여져 있었다.

먼저 지도를 자세히 보면서 이제 탐방할 곳을 살펴보았다.

 

탐방안내소를 지나서 물영아리오름 입구로 들어서서 오름을 향하여 걸어갔다.

 

 

 

 

 

등반로 입구로 가는 길을 따라 걸어가노라니 길가에 물봉선이 가득 피어 있었다. 입이 큰 붉은 물고기가 붉은 입술을 활짝 벌리고 있는 듯한 모양의 꽃과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듯한 모양의 앙증맞은 작은 물봉선들이 넓은 지역에 군락을 이루어서 피어 있었다.

 

 

 

 

물영아리오름 정상 쪽과 둘레길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도착하여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둘레길의 시작은 물영아리오름 서쪽 기슭의, 지역에서는 자연하천길로 불리는 수망천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구간이었다.

자연림이 빽빽하게 우거진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자연하천길을 걸어가는데 중간쯤에서 문득 바닥에 으름 껍질이 많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 길을 걷던 누가 먹고 버린 으름 껍질이었다.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니 나무 위 높은 가지에 으름 송이가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산에서 따오신 으름을 먹었던 기억과, 근래 들어 오름에 다니면서 가끔 따서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던져서 그 으름 송이를 떨어뜨려 먹어보려고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던져서 맞추어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웬걸. 아무리 던져도 워낙 높은 곳에 달려 있어서 잘 맞추지 못했다.

몇 번 돌멩이를 던져보다가 포기하고 가던 길로 아쉬운 발길을 옮겼다.

 

 

 

 

자연하천길이 끝나는 지점에 도래오름궤라고 안내되어 있는 곳이 있었다. 하천의 벼랑 아래쪽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굴 같은 것이었다.

도래오름궤 앞을 지나서 자연하천길이 끝나고 시멘트 도로 위로 올라왔다. 여기서부터는 소몰이길 구간이었다.

 

 

 

 

시멘트 도로는 얼마 안 가서 끝나고 이어지는 길은 곱게 잔디가 깔려 있는 오솔길이었다. 도로의 이름이 소몰이길인 것과 억새와 키 작은 나무들이 빽빽한 사이로 길이 나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예전부터 소를 몰고 다니던 목장 길의 일부로 사용되던 것을 물영아리오름 둘레길로 만들면서 깨끗하게 조성한 것 같았다.

 

 

 

 

오솔길이 끝나고 넓은 목장 지대로 나왔다.

지금까지 북쪽으로 향해 걷던 길은 자 통로를 통해서 철조망으로 구분해 놓은 목장으로 넘어간 다음 동쪽으로 향하여 이어져 있었다.

 

 

 

 

 

목장길을 살짝 지난 다음에 길이 동쪽으로 꺾어 들어서는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한 갈래는 오름 안쪽의 숲을 지나서 가는 길이었고, 다른 갈래는 오름 바깥쪽의 목장을 따라 걸어가는 푸른목장 초원길이었다. 그래도 두 길은 나란히 가다가 다시 전망대에서 만나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오름 안쪽의 숲을 지나서 가는 길을 택하여 걸어갔다.

가는 길에는 깔개를 깔아놓아서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주변에는 소나무 등 그리 크지 않은 여러 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서 햇빛이 잘 비쳐들고, 그늘도 만들어주곤 하였으며, 나무들 사이로 가끔씩 북쪽편의 풍광도 나타나곤 하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500m 쯤 걸어가자 두 길이 만나면서 전망대 파고라에 도착하였다. 안내판에서 보았던 대로는 여기를 가리켜 앙망설산(仰望雪山)”이라고 한다. 그 뜻은 하얗게 눈이 덮인 산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파고라에 앉아서 보았던 한라산이 시원하게 보이고 있었고, 그 아래로 물오름, 물찻오름, 말찻오름, 마은이, 마은이옆, 붉은오름 등이 모두 보였고, 바로 북쪽편으로는 여문영아리오름이 가까이 보였다.

겨울, 한라산과 오름들이 눈으로 덮일 때 이곳에서 눈 덮인 한라산과 오름들을 바라보는 경치가 환상적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나보다.

 

파고라에 앉아 잠시 쉬면서 배낭에서 보온병의 뜨거운 물과 커피를 꺼내어 타서 마시면서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광을 감상하였다.

물영아리오름 북쪽편에서부터 여문영아리오름 남쪽편까지의 사이에는 목장과 목초지대로 조성되어 있어서 다른 낮은 언덕이나 큰 숲이 없어서 시야가 넓게 트여서 보였다.

 

 

 

 

 

 

파고라에서 푹 쉰 뒤 소몰이길 오솔길로 계속 가던 길을 걸어갔다.

깔개가 깔려있지는 않았지만, 오솔길에는 제주잔디가 곱게 깔려 있었고, 좌우로는 억새와 고사리 등의 풀들과 소나무, 비목나무 등의 여러 종의 나무들이 사이좋게 제 자리를 지키며 자라고 있었다.

 

 

 

 

쭉 뻗은 길, 살짝 휘어진 길, 조금씩 있는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 등 다양한 길들을 걸어서 수끝도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수끝도전망대는 주위보다 조금 높은 등성이에 지붕이 없는 전망대를 세워놓은 곳이었다. 안내판에는 이곳을 동척조일(東脊照日)”이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한자 풀이를 해 보았더니, “아침에 해가 가장 먼저 비추는 동쪽 등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 같았다.(이 해석이 맞는지 모르겠다. ??) 나중에 둘레길 걷기를 마치고 나와서 수망팔경의 안내 내용을 보았더니, “물영아리오름 동녘모루에서 다양한 오름 군상과 새벽 일출을 맞이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방을 조망하였다.

서쪽으로는 물영아리오름 정상부가 올려다보였고, 북쪽으로는 여문영아리오름 전경이 바라보였다. 동북쪽으로는 큰사슴이와 족은사슴이, 그 기슭의 정석항공관과 대한항공의 정석비행장도 바라보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곳들은 몇몇 농경지와 목장, 인위적인 시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짙푸르게 덮여있는 수림지대였다. 이런 수림지대가 잘 보존되어서 제주의 자연이 항상 푸르게 오래도록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수끝도전망대를 지나서부터는 길의 방향이 조금씩 남서쪽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걸어가는 길의 대부분이 삼나무 숲 사이로 만들어진 길이었다. 삼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사이로 깔개가 곱게 깔려있는 길을 꼬불꼬불 걸어가노라니 우거진 나뭇잎들을 뚫고 내려 비치는 햇빛과 나무 그늘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자연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얼마쯤 걸어가자 여전히 삼나무가 우거진 속에서 길게 이어진 중잣성을 만났다. 그리고 둘레길은 중잣성을 따라 나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한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삼나무숲이 어느 지점에 이르자 공간을 벌리며 시야가 확 트이고 눈앞에 넓은 목장이 보였다. 물영아리오름 남쪽편으로 나온 것이었다.

 

 

 

 

물영아리오름 남쪽편의 삼나무숲과 목장 사이의 탐방로를 따라서 물영아리오름 정상 탐방로 입구를 지난 다음 목장 서쪽의 탐방로 길을 따라서 탐방 안내소로 나왔다.

 

목장 서쪽 탐방로를 따라 걸어오는데 꾸지뽕 열매가 바닥에 벌겋게 떨어져 있었다. 올려다보니 잘 익은 꾸지뽕 열매들이 먹음직스럽게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서 따먹을 수는 없고, 아쉽지만 카메라에 열매들을 담아올 수밖에 없었다.

 

 

 

 

 

▶ 물영아리오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