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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이곳 저곳을 찾아서

람사르협약 지정 1,100고지 습지에 가다

  여름이 한창인 8월 초 어느 날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갈 일이 있는데, 시간이 많이 여유가 있어서 일부러 1,100도로를 달려 1,100고지 습지를 찾아갔다.

  1,100도는 한라산의 서쪽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도로로 우리나라의 국도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1,100m를 지나는 길이기 때문에 1,100도로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다.

  그 도로의 가장 높은 지역인 1,100고지에 습지가 있는데, 이 습지가 1,100고지 습지이다. 

 

 

  1,100고지 습지는 제주도에서는 물영아리 습지(2006년 12월 지정), 물장오리 습지(2008년 10월)에 이어 2009년 10월에 람사르협약에 의한 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1,100고지 습지는 1100도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휴게소에서 동쪽 길 건너편에 있는데, 휴게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면 곧바로 습지가 있다.

  습지 탐방은 습지를 한 바퀴 돌며 관찰할 수 있도록 테크 시설이 되어 있으며,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테크 외로는 무단 출입을 할 수 없고, 정해진 탐방로로만 걸어가며 관찰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탐방로에는 자연해설사가 상시 근무하면서 탐방객들에게 습지에 대한 안내를 해 주고 있었다. 

 

 

 

  습지에는 수생식물들과, 수분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들, 그리고 주변에는 한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또한 습지의 물이 고인 곳에는 도롱뇽 등 여러 가지 물 속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물 속 동물들은 몸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쉽게 관찰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자연해설사가 다른 일행들에게 습지에 대한 안내를 해 주는 것을 옆에서 듣다가 안내하는 데 따라 처음 보는 희한한 곤충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 곤충의 이름은 날도래 유충...... 

 

 

  저게 날도래 유충이라고 가르쳐주기에 어느 것인가 하고 물 속을 들여다보았는데, 웬걸. 물속에 작은 돌멩이들과 작은 나뭇가지 조각들만 몇 개 있는 게 아닌가.

  어느 것이 날도래 유충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물 속의 나뭇가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해설사 말대로 가만히 작은 나뭇가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아, 글쎄. 그게 가만 가만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나뭇가지로 보이던 것이 바로 날도래 유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나뭇가지처럼 생긴 애벌레의 몸통에서 작은 발들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머리 쪽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작은 더듬이도 고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해설가의 말에 따르면 날도래 유츙은 나뭇가지 같은 이런 모습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의 유충이 있어서 자연의 사물과 완전히 흡사한 모습으로 위장하여 살아간다고 한다.

  해설사의 설명과 안내가 아니었으면 그냥 물속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 조각으로만 생각하여 무심히 지나쳤을 것이다.

  탐방로를 따라가며 여러 가지 나무와 꽃들을 찍다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다음에 계절에 따라 자주 와서 습지의 동식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길을 나서 제주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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