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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에 반하여/가 ~ 나

가는잎할미꽃(미나리아재비과)

 

 

 

 

  

 

▶ 찍은 날 : 위로부터 1 - 2009.04.15 / 2,3,4,5 - 2011.04.23 / 6,7 - 2012.03.03 / 8,9 - 2014.03.24
▶ 찍은 곳 : 위로부터 1 - 제주시 구좌읍 문석이오름 / 2,3,4,5 -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체오름 / 6,7 - 서귀포시 안덕면 족은오름 / 8,9 - 서귀포시 호근동 들판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 자라며, 키는 40cm정도이고 전체에 흰색의 털이 가득하다. 가는잎 할미꽃은 제주도에서만 자생한다.

  뿌리를 백두옹(白頭翁)이라 하여 한방에서는 건위제, 소염제, 수렴제, 지사제, 지혈제, 진통제로 쓰거나 민간에서는 학질과 신경통에 사용한다.

■ 할미꽃 전설

  옛날하고도 아주 먼 옛날이야기입니다.

  깊은 산골 어느 마을에 두 손녀를 데리고 사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다 먼저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는 손녀들을 어렸을 때부터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으며 가난한 살림이지만 힘든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할머니의 이런 보살핌 덕분에 두 손녀는 곱게 곱게 자라났습니다. 큰 손녀는 얼굴이 예뻤지만 마음씨가 곱지 않았고, 작은 손녀는 언니보다 덜 예뻤지만 마음씨는 무척 고왔습니다.

 

  할머니의 손에 자란 두 손녀는  어느덧 시집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손녀들이 예쁘다는 소문이 이웃 마을에까지 퍼졌는지 이웃 마을 부잣집에서 중매가 들어와서 얼굴이 예쁜 큰 손녀는 부잣집으로 시집을 갔습니다.  작은 손녀도 산을 하나 넘어서 가야 하는 먼 산골 마을의 사냥꾼 총각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두 손녀를 시집보내고 난 후 할머니는 혼자 쓸쓸히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도 늙고 병이 들었지만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병이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시집간 손녀들을 한 번만 보면 병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손녀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할머니는 먼저 이웃마을 부잣집으로 시집 간 큰 손녀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인이 나오자 할머니는 반갑게 이야기했습니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저 언덕 너머 마을에서 시집 온 내 손녀가 사는 집이지요? 할머니가 왔다고 좀 전해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인이 들어가고 난 뒤 조금 있자 화려한 옷을 입은 큰 손녀가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반가워하기는 커녕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셨어요? 시부모님께서 워낙 까다로우신 분이라서 할머니가 계시면 큰일 난단 말이에요. 돈을 드릴 테니 동생에게 가 보세요."

  큰 손녀는 시부모님 핑계를 대며 할머니를 냉대하였습니다.

  큰 손녀의 냉대에 가슴이 아픈 할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쓸쓸히 돌아섰습니다. 그리고는 산 너머로 멀리 시집 간 작은 손녀를 찾아 다시 아픈 몸을 끌고 걸어갔습니다.

 

  작은 손녀의 집으로 가려면 높은 산을 넘어가야 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작은 손녀가 반겨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병들어 지치고 힘든 몸이지만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산마루에 거의 다 올라왔을 무렵에 날은 어둡고 추운데다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쳐서 더 이상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오르면 산꼭대기에 오를텐데..... 그 다음엔 내려가기만 하면 작은 손녀가 사는 집인데...."

  할머니는 힘을 내어 산을 내려가려고 하였지만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었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산마루를 조금 남겨 놓은 곳에서 쓰러져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손녀의 이름을 부르며 숨을 거두었습니다.

 

  한편, 작은 손녀는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는 산마루에 올라서서 어릴 때 살던 마을 할머니가 계시는 쪽을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그날도 산마루에 올라서서 고향 마을 쪽을 바라보다 날이 어두워져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산마루 너머로 더 내려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산마루를 내려가던 작은 손녀의 눈에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였습니다. 손녀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얼른 달려가 살펴보니 그렇게도 보고 싶던 할머니였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이미 눈을 감은 뒤였습니다.

  "할머니~~! 할머니이~~~!"

  작은 손녀는 목 놓아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작은 손녀는 슬피 울면서 신랑과 함께 할머니의 시신을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묻어드렸습니다.

 

  이듬해 봄이 되어 할머니의 무덤을 찾아간 작은 손녀는 할머니의 무덤에서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난 것을 보았습니다. 그 꽃의 모습은 살아 계실 때 꼬부랑 허리로 자기를 돌봐주고 아껴주시던 할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그 꽃을 슬프게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넋이 깃들어 있다 하여 "할미꽃"이라 불렀습니다. 할미꽃은 꽃이 지고 난 뒤에는 할머니의 허연 머리칼 같은 솜털을 날리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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